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최대 이슈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이는 학계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술발전에 의한 품질 차별화가 한계에 부딪혀 기업들은 이제 경쟁의 도구이자, 수익창출의 원천으로서 브랜드를 이해하기 시작하였다.따라서 기업의 최고경영자 및 브랜드 담당자들은 각 조사기관이나 컨설팅 업체에서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각종 세미나에서도 브랜드 파워의 증가가 향후 시장에서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활동의 변화에 따라 광고회사에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브랜드 관리를 중심으로 광고회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광고활동의 목표는 브랜드 파워의 제고광고회사는 시장의 변화, 트렌드를 좇아가기 보다는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이 경쟁력이자 생명이라 할 수 있다. 마케팅 활동의 변화에 따라 광고회사의 역할도 바뀌어 왔다.과거 70년대가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시대’였다면, 80년대 ‘마케팅 시대,’ 90년대 초반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MC) 시대’를 거쳐 90년대 중·후반부터는 ‘브랜드 시대’라 할 수 있다. 외국의 선진 광고회사뿐 아니라 국내의 광고회사 모두 ‘광고주의 브랜드 파워 제고 및 파워 브랜드의 창조’를 회사의 비전으로 명시하고 있다.또한 이를 위해 각 광고회사마다 독자적인 브랜드 관리 모델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브랜드 관리의 도입으로 인하여 광고주와 광고회사간 광고효과나 목적에 대한 그동안의 논쟁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 과거 광고활동의 결과로 광고회사는 인지도, 호감도, 구매의향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효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광고주는 매출이나 수익과 같은 궁극적인 시장 성과를 중요시하였다.따라서 시장 성과가 좋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광고예산이 삭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브랜드 관리의 도입은 광고활동의 목적을 브랜드 파워의 제고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광고주 및 광고회사에서 모두 광고활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증가되는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가치기준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광고주 브랜드 관리를 위한 광고회사의 노력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차별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고객과 브랜드간 강력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과 브랜드간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커뮤니케이션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적합한 경로들을 통하여 전달함으로써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경험(brand experience)을 강화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브랜드 경험은 크게 다음의 2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브랜드의 제품적(서비스적) 특성에서 느끼는 제품 경험(product experience)과 광고, 상점, 인터넷, 구전 등과 같이 브랜드를 만나게 되는 접점 또는 상황에서 느끼는 경험(context experience)이 그것이다. 결국 브랜드의 제품 경험은 고객이 원하는 욕구나 혜택, 가치를 브랜드만의 차별적인 메시지(여기서 메시지 전략은 협의의 광고 메시지가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광의의 브랜드 메시지임)로 연결하는 전략과 관계가 있으며, 브랜드의 상황 경험이란 이러한 메시지를 가장 적합한 경로들을 통해 전달하여 그 효과를 증가시키려는 접점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제품 경험과 상황 경험을 높이기 위한 광고회사의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브랜드의 제품경험을 높이기 위한 광고회사의 브랜드 메시지 전략은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의 발견으로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의 인사이트는 고객을 소비자로 보지 않고 생활자의 입장에서 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perception)이나 믿음(belief)이 아니라 생활자로서 행동의 동기(motive)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여행란 견문을 넓히거나 즐겁게 놀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여행에 대한 대부분의 광고는 여행지의 아름다움이나 볼거리, 즐거운 행사들을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러나 JR 동일본의 기차여행 광고에서는 여행이 동행자와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 마음속에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소구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아니라 동행자와의 교감이라는 여행의 숨겨진 모티브를 발견하여 이를 활용하는 것, 이것이 소비자 인사이트라 할 수 있다.소비자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서는 소비자 집단심층면접(focus group interview)과 같은 기존의 조사 방법들은 적합하지 않다. 여러 명을 한 곳에 모아 놓고 하는 조사에서는 특정 1~2명의 의견이 주류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인사이트의 발견을 위해서는 목표고객을 가능한 한 적게 잡고, 충분히 폭넓은 관찰이 필요하고, 통찰력 있는 질문을 하여야 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소비자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광고회사들은 소비자 인사이트의 발견을 위해 에스노그래픽(ethnographic) 조사와 같은 다양한 정성조사 방법들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상황 경험과 컨택 포인트브랜드의 상황 경험의 증가는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접점의 조합(portfolio of contact point)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90년대 도입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의 개념이 최근 들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4대매체 중심의 전통적 대중매체 (traditional mass media)뿐 아니라 세일즈 프로모션, 인터넷, PR 등의 비전통적 대중매체(non-traditional mass media)들을 모두 포함하는 통합 전략이 기획되고 실행에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광고회사에서는 전통적 대중매체를 ATL(Above The Line), 비전통적 대중매체를 BTL(Below The Line)이라 하고, 이를 통합하는 전략을 TTL(Through The Line)이라 부르기도 한다.통합적인 접점의 구성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단계에 있어서 목표고객에게 적합한 접점들의 파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각 광고회사들은 고객별 접점들의 효과를 분석하고 최적의 접점 조합을 도출하는 컨택 포인트 모델들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지금까지 광고주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광고회사들의 변화와 노력들을 살펴 보았다. 오늘날 모든 브랜드들은 파워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온갖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는 저마다 고유 영역의 비좁은 한계를 뛰어넘어 유명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꾸준하고 일관되게 관리된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에 고객으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브랜드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파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브랜드가 살아 숨쉬고 독자적으로 강력한 파워를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부여해주는 것, 그것은 결국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몫이 될 것이다.김익태 · (주)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약력 : 고려대 경영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사, 박사.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겸임교수(현). 한국마케팅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