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토론을 하다 보면 많은 국내 경영자들이 ‘효율성’이라는 개념에 점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마케팅을 잘 한다고 알려진 기업들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렐레콤(SKT)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TTL의 사례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TTL은 물론 성공사례이다. 하지만 TTL 은 ‘효율적인’ 성공사례일까? 하는 질문에는 SKT의 경영자들조차도 쉽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TTL을 성공시키기 위해 초기에 들어 간 수 많은 마케팅 비용의 결과는 무엇인가? TTL의 성공으로 얻은 새로운 젊은 층 고객들은 과연 기업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고객들인가? 대부분의 젊은 층 소비자들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얘기하는 알짜고객에는 들지 못한다.그들은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에는 매우 민감한 집단인 동시에 기업에는 오히려 부담일 수 있는 각종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한 할인혜택 (예: TTL 카드를 통한 영화관람 할인 혜택 등) 은 매우 잘 활용을 하는 소비자들이다. 그렇다면 TTL을 성공시키기 위해 쏟아 부었던 그 엄청난 자원을 기업에게 보다 매력적인 다른 고객집단이나 사업기회를 공략하는데 지출했다면 과연 TTL만큼 성공하지 못했을까? 그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는 얘기는 부정일수도 있지만 긍정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당시에 SKT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장이었던 젊은층 시장에 TTL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침투했고, 그로 인해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그 시장을 초석으로 하여 SKT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때로는 전략적인 선택이 효율성의 이슈보다 우선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두 성공작이라고 얘기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좋은 사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효율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특히 마케팅에서는 기업경영 전반에서의 ROI (Return On Investment) 개념과 같은 의미로 ROMI (Return On Marketing Investment) 라는 말을 많이 한다. ‘효율성’이란 개념은 투입된 인풋 대비 아웃풋, 즉 (아웃풋 / 인풋) 의 비율이, 더욱 크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ROMI 라는 것은 투입 마케팅 자원 대비 성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많은 성공사례들이 이러한 공식에 대입해 본다면 효율성의 비율은 낮으나, 워낙 투입이 커서 낮은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아웃풋이 크게 나타난 사례로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마케팅활동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가장 대표적인 요소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는 것이다. 브랜드 자산가치를 왜 키워야 하는가? 혹은 브랜드 파워가 기업에 어떠한 혜택을 제공해 주는가? 라는 질문에는 많은 대답을 열거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는 제품에 가격 프레미엄을 만들어 주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을 낮춰주고, 가격인하에 대한 매력을 증가시켜 주며, 제품 평가 및 구매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시장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또한 유통에 대한 협상력을 제고시켜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본인 개인적으로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강력한 브랜드는 마케팅활동의 효율을 엄청나게 높여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제품군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신제품을 출시할 때 새로운 브랜드로 출시하는 것에 비교해서 자산가치가 있는 브랜드를 확장해서 출시하는 경우 2년 후 두 그룹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신규 브랜드로 출시하는 경우(6%)에 비해 3배 (18%), 하지만 매출액 대비 광고비율은 신규 브랜드인 경우(19.3%)에 비해 절반(10.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브랜드가 기업에게 제공하는 효율성의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이러한 브랜드파워로부터 비롯되는 마케팅활동의 효율성은 특히 기술적으로 복잡한 제품인 경우에 더욱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하지만 여기서 브랜드력이 약한 시장 추격자들의 경우에는 고민거리가 생긴다. 그들은 우선 약한 브랜드력으로 인하여 마케팅 활동 상의 비효율을 경험할 것이고, 이러한 비효율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위에서 얘기한 효율성 비율의 공식에서 분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즉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함으로써 분자에 해당하는 성과를 높이는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추격자들은 시장 선두주자에 비해 매출규모가 작을 것이고, 국내 기업들의 일반적인 관행 상 (논리적으로 적당하지는 않지만) 광고비 등의 마케팅 예산 설정은 매출액 비율법(매출액의 일정한 비율 만큼을 마케팅에 할당하는 방식)을 쓴다고 한다면, 추격자는 당연히 선두주자에 비하여 마케팅 지출, 즉 마케팅 Input 이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결국 브랜드력이 약한 추격자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전략적인 비젼을 갖고 과감하게 마케팅 예산을 늘리는 것은 당연히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브랜드력을 높임으로써 점차 비효율을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된 마케팅 예산 속에서 이러한 비 효율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케팅활동의 질을 높임으로써 비효율을 일부 극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 몇 번의 노출 만으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광고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적정 노출빈도(effective frequency)에 대한 부담을 줄여 적은 광고비 예산을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믹스를 통해서 판매반응곡선(Sales Response Curve) 상의 비효율 영역에 도달한 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투입되는 추가적인 자원을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재분배하여 전체적인 효율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아니면 마케팅 활동의 다른 요소들인 ‘주목할만한(remarkable)’ 제품이나 서비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유통 등을 통해서도 마케팅의 비효율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타깃 소비자들을 더욱 정교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target elaboration),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매체를 파악함으로써 타깃 이외의 소비자들에게 흘러 들어 가는 마케팅비용의 누수현상을 막는 것 역시 한정된 예산 하에서 마케팅의 비효율을 극복하는 방법일 것이다.미국의 저명한 경영전문가인 래리 라이트는 향후 기업 간의 경쟁 아니 전쟁에서의 핵심은 마케팅이며, 또한 그러한 마케팅 전쟁에서는 ‘시장을 소유하는 것(to own the market)’만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장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그의 말을 빌면 시장을 소유하는 것은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브랜드(brand that dominates the market)’를 만드는 것이다. 경영환경이 점점 불확실해 지고, 경쟁이 치열해 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마케팅에 있어서 모두 주목해야 하는 개념은 효율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효율성은 강력한 브랜드자산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전성률·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약력 : 현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마케팅 전공), 미국 Syracuse University 경영학 박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및 석사 , 미국 피츠버그대 경영대학 조교수, 한국외국어대 부교수 역임. 연구논문 및 저서: <마케팅연구>, <경영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