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쇼크’가 워낙 강했기 때문일까. 연말연시 거리가 유난히 시무룩하다. 광화문 루미나리에 불빛이 아무리 화려해도 우울한 기운을 감추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새해를 맞이하며,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리라.실제로 새해 국내경제는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 속에 첫발을 내디뎠다. 올 경제성장률이 5%를 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2005년 수준에 그치거나 약간 웃도는 데 그칠 것이라고 하니, 여전히 서민 살림살이는 팍팍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나마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고용과 근로소득은 여전히 불안하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테크 전략을 짜기도 쉬운 환경이 아니다. 8ㆍ31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경기와 건설경기가 꽁꽁 얼어 있고 자영업자 경쟁 격화, 소비시장 침체 등으로 창업시장도 형편이 좋지 않다. 게다가 새해엔 지자체 단체장 선거, 선거결과에 따른 정계 재편 가능성 등으로 정치적 불안요인이 적잖을 전망이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국제원유가, 불안한 환율 움직임은 기업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래저래 호재는 찾아보기 힘든 시기다.그렇다고 밝은 징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금리인상 추세에 힘입어 은행 문턱이 다시 바빠진 것은 몇 년 만에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다. 또 적립식펀드 파워에 고무된 주식시장의 신기록 수립 행진 역시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경기의 한 축을 이루는 설비투자가 올해는 12~13% 늘어날 것이란 전망, 4%선의 수출 증가 예상폭 등도 윤활유 역할을 하는 소식들이다.상황이 이런 만큼 전문가들은 올 재테크 전략을 ‘큰 그림’ 속에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 분야의 재테크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절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선 안된다는 이야기다.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베이비 붐 세대의 움직임을 들어 향후 재테크시장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그는 “40∼50대 베이비 붐 세대(한국전쟁 이후 1955∼63년 출생자)가 경제활동 주역인 만큼 이들의 재테크 태도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총인구의 16.8%를 차지하는 파워 군단인 베이비 붐 세대는 수익률 높은 주식형 펀드와 우량주 중심의 주식투자, 중대형 아파트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이들 상품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테크시장을 이끄는 견인차인 셈이다.베이비 붐 세대의 재테크 포트폴리오는 전체 시장의 판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은퇴하는 시점의 변화 또한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연구원은 “부동산시장의 경우 소형보다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베이비 붐 세대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에 판도가 바뀌었다”고 밝히고 “이들이 은퇴하는 10~20년 후 재테크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 붐 세대의 자산소득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균형을 맞출 것을 권유했다. 박연구위원은 “많은 베이비 붐 세대가 금융자산은 적고 부동산자산은 상대적으로 많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실물자산 수요가 줄고 주택가격 하락폭이 커져 자산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결국 앞으로의 재테크 플랜은 이러한 인구통계 변화에 기반을 두고 길고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 부동산 투자, 금융자산의 균형을 맞추면서 노후에 대비하는 쪽으로 재테크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자산관리컨설팅을 통해 자산 구조조정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의수 TNV금융컨설턴트그룹 개인자산관리팀장은 “은퇴, 자녀 출가 등 굵직한 인생 전환기에 필요한 자산의 규모를 미리 가늠, 목표에 맞는 재테크 플랜을 짜는 게 현명하다”면서 “장기 비전 없이 단기 재테크에 몰입하는 것과 자산관리컨설팅 후 재테크에 나서는 효과는 천양지차”라고 강조했다.한편 각 분야별 재테크시장은 2005년의 맥을 이어갈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경기가 피크에 달하거나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업종의 대표주가 상승 행진을 주도할 전망이다. 제약, 조선, 자동차, 기계, 은행 등 경기 호조 업종을 비롯, 화학, 철강금속, 디스플레이 등 피크에 달하는 업종들도 주목받고 있다.간접투자의 경우 2004년 말부터 촉발된 주식형 펀드의 고공행진이 별 흔들림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펀드투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펀드 투자는 앞으로도 꽤 긴 전성기를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이다.부동산의 경우 상가와 해외 부동산 투자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주택, 토지 등 전통의 재테크 종목들이 8ㆍ31부동산대책으로 발목이 묶인 터라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두 분야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두 분야 모두 초보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창업시장의 경우 투잡에 대한 욕구 등이 강해지면서 공동창업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와바, 화로연 등이 공동창업을 시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점차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공동창업은 적은 투자비용으로 투잡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