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수연씨(29)는 최근 인터넷 운세 사이트를 이용했다. 올 가을 결혼계획을 잡은 박씨는 이른바 ‘길일’에 결혼하기 위해 본인과 남자친구의 사주를 넣었다. 박씨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길일에 결혼하고 싶다”며 “철학관에 가서 길일을 물어보기는 부담스러워 인터넷을 이용했다”고 말했다.박씨처럼 온라인을 이용해 운세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기반의 운세 비즈니스 또한 급팽창 중이다.사실 운세 사이트는 1990년대 PC통신 전성기 때부터 존재했다. 90년대 중후반 하이텔과 천리안 등 PC통신을 통해 시작된 운세 서비스가 그 효시다. BBS(전자게시판) 중심의 파란 화면에 흰 글씨, PC통신 시절에는 기술적 한계로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할 수 없었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며, 온라인 운세 비즈니스도 날개를 폈다.지난 1월5일 현재 웹사이트 조사업체인 랭키닷컴에 등록된 운세 사이트는 163개다. 랭키닷컴에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운세 사이트까지 포함하면 국내 운세 사이트는 수백개에 이른다. 국내 운세 사이트 역시 양극화 현상을 피해가지 않았다. 기업형으로 거듭나 코스닥 등록까지 계획하고 있는 사이트가 있는 반면, 영세한 수준에 머무르는 사이트도 많다. 수백개의 운세 사이트 가운데 기업형으로 꼽을 만한 곳은 20개 미만이다. 이중 대형 사이트는 5개 정도에 불과하다.지난 1월5일 현재 랭키닷컴에 등록된 운세 사이트 가운데 1위는 ‘도통’이다. 이밖에도 사주닷컴, 바람도사, 사주브이닷컴, 역술, 산수도인, 헬로우운세, 신수넷 등이 네티즌이 많이 찾는 사이트다. 운세 사이트의 방문자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20~30대 방문자가 60~80%를 차지한다. 물론 사이트 성격에 따라 방문자의 연령대가 다르기도 하다.도통(www.dotong.net)은 생활문화 컨설팅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운세와 궁합, 작명, 해몽, 동양철학과 관련된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한 오늘의 운세, 월간운세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퓨전운세로는 혈액형, 별자리, 바이오리듬, 탄생석 등이 있다. 도통은 지난해 1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손잡고 취업운세 사이트(dotong.incruit.com)를 개설하기도 했다. 취업운세로는 직업운세, 면접관상, 비즈니스 성공운, 나에게 맞는 직업, 상호작명, 이름풀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 성공운의 세부항목으로는 상사와의 관계, 사회 속의 나의 명예, 캐리어우먼의 일과 가정 등 흥미를 끄는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도통과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사주닷컴(www.sazoo.com)을 꼽을 수 있다. 2000년 오픈한 사주닷컴은 2002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2003년부터 월 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자리를 잡았다. 조직 역시 개발팀, 디자인팀, 기획팀을 비롯해 해외사업부, 모바일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향후 서울 강남역 부근에 ‘운세 종합 쇼핑몰’을 열 계획도 있다. 사주닷컴 사옥을 세워 카페 이외의 다른 서비스업종에도 운세를 접목한다는 포부다. 게임방, 미용실 등 대기시간이 있는 서비스업에 운세를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사주닷컴의 회원수는 현재 83만명에 이른다. 2003년 전성기를 맞아 70만명을 넘은 뒤 끊임없이 늘고 있다. 회원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20~40대의 방문이 주를 이룬다. 20대, 30대, 40대 고객의 비율은 각각 30%, 40%, 30%다. 고객의 성별 분포도를 보면 여성이 단연 많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7대3이다. 사주닷컴의 한 관계자는 “여성고객은 주로 토정비결 등 운세를 본다”면서 “반면 남성 중에는 단가가 비싼 서비스를 결제하거나 부적을 구입하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모든 운세 사이트가 그렇듯이 사주닷컴도 유료와 무료 콘텐츠가 섞여 있다. 유료 대 무료 콘텐츠의 비율은 7대3이다. 초창기에는 무료 콘텐츠가 많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유료 콘텐츠를 늘렸다. 무료 서비스는 애정운, 오늘의 운세, 로또 운세, 오늘의 행운 음식, 수능 운세연산기 등이다. 유료 서비스는 별자리, 정밀한 토정비결, 중국 당나라 시절의 사주인 ‘당사주’, 주식운세, 행운의 의상코디 등이다. 유료 콘텐츠 가운데 연애점 등 간단한 콘텐츠는 700~1,000원, 연말 토정비결은 5,000원, 평생운세는 8,000원이다. 여느 사이트처럼 부적 또한 판매, 고객에게 배송한다. 저렴한 부적은 5만~8만원, 최고가는 순금을 입힌 30만원짜리다. 최고가 부적은 한 기업인이 사갔다는 후문이다. 사주닷컴에 항시 상주하는 운세 카운슬러는 6명이다. 신규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면 수십명의 카운슬러가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이밖에 역술(www.yuksul.com)은 운세, 사주, 궁합ㆍ애정운, 관상, 해몽 등을 서비스한다. 이름궁합과 로또운세 또한 제공한다. 헬로우운세(www.hellounce.com)는 ‘족집게’를 컨셉으로 내세웠다. ‘족집게 커플궁합’, ‘족집게 타로카드’, ‘족집게 동전주역점’, ‘족집게 혈액형점’ 등의 콘텐츠를 자랑한다. 바람도사(www.baramdosa.com)는 전통역학 외에도 ‘운세 세계여행’ 코너를 갖췄다. 자미두수, 귀곡산명학, 숙요경, 당사주, 동물점, 천궁도로 본 성격, 서양식 전생보기 등 동서양의 운세풀이 방법을 한자리에 모았다.인터넷 포털사이트도 온라인 운세 열풍에 한몫 하고 있다. 특히 신년을 맞아 운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토정비결 등 전통운세와 이색적인 해외운세를 다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네이버(www.naver.com)는 토정비결 원전에 기본을 둔 정통 신년운수, 연도의 기운을 개인의 사주에 맞춘 병술년 신년운세를 서비스한다. 야후코리아(kr.yahoo.com)는 월별로 다양한 운을 점수로 나타낸 2006년 신년종합운세를 선보이고 있다. 드림위즈(www.dr-eamwiz.com)는 매일 자신의 운세를 체크할 수 있는 ‘정통토정비결달력’을 제공한다. 또 하나포스닷컴(www.hanafos.com)은 토정비결 외에도 고대 이집트인들이 세운 피라미드의 비밀과 신화로 운명을 점치는 ‘피라미드 점성술’을 서비스한다. MSN(www.m-sn.co.kr)은 MSN메신저에 ‘토정비결’ 코너를 마련했다. 메신저를 하다가도 왼쪽 메뉴의 ‘토정비결’을 클릭하면 신년사주, 별자리운세, 1대1 운세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또 MSN메신저에서 ‘도통 운세친구’를 대화상대로 추가할 수 있다. 추가한 ‘운세친구’에게 말을 걸면 운세를 볼 수 있다.INTERVIEW /윤동진 사주닷컴 부장매출액 50억원… 내년 ‘코스닥 등록’ 넘봐“지난해 연 5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목표는 90억원입니다.”윤동진 사주닷컴 부장은 신년을 맞아 더욱 바빠졌다. 올해는 해외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현재 수익모델로 B2B와 B2C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B2B 대 B2C의 매출비율은 3.5대6.5 수준입니다.” B2B 모델로는 포털사이트와의 제휴를 들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 야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와 손잡고 포털에 운세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대백화점과도 제휴를 맺고 백화점 고객에게 운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고객을 위해 구매한 사주닷컴 사이트 이용쿠폰은 6만장이었다. 삼성화재 등 보험사와도 B2B를 진행하고 있다. “CJ홈쇼핑 등 TV홈쇼핑은 물론 온라인쇼핑몰과도 제휴를 협의 중입니다. 앞으로 B2B를 통한 협력사를 더욱 늘릴 계획입니다.”오프라인 프랜차이즈와도 공동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사주닷컴은 3,000원 이용권 100만장을 롯데리아 구매고객에게 제공했다. 롯데리아 고객을 사주닷컴으로 유인하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을 통해 사주닷컴 운세이용권 ‘사주캐시카드’를 판매 중이다.해외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일본에는 이미 진출해 활동 중입니다. 일본의 유명 인터넷 사업자인 라브로스와 사업제휴를 맺고 2003년 2월부터 ‘한국 동대문 점술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또 국내 이동통신사에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일본인의 성향에 맞춰 개발하기도 했다. 이 콘텐츠를 일본 통신사업자인 KDDI 운세 채널에 서비스하고 있다. 해외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다. 기술적 환경이 다른 건 극복할 수 있지만, 가령 ‘음양오행설’을 어떻게 번역할지 등의 언어영역은 고민이 컸다. 결국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 외국인을 번역가로 쓰는 방법을 택했다. 해당 국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앞으로는 일본과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할 전략입니다. 또 태국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2007년 중반에는 코스닥에도 등록, 운세 비즈니스 벤처신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