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명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사라질까요?” 운세산업의 미래를 점쳐달라는 기자의 물음에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 회장(64)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되묻는다.한참 뜸을 들인 백회장이 말을 이었다. “과학과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신의 운명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없어지겠습니까. 단언컨대 지구가 멸망한다면 몰라도, 그 이전에는 결코 운세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1월3일 오후 3시. 기자가 찾은 백회장의 역술원(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은 손님들로 북적댔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녀들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기자 또한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그와의 인터뷰가 이뤄졌을 정도다.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역술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역술인이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정ㆍ재계의 유명인사들이 그의 역술원을 찾고 있다.그는 대학시절에 역술을 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하고 싶었다”고 한다. 1990년 작고한 장강재 회장의 권유로 <한국일보>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일간지에 ‘오늘의 운세’가 연재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일보>에 이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 12년여간 연재를 이어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물론 그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역술인협회뿐만 아니라 한국역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주역국운 강의를 하는 등 여러 대학과 기업체에서 주역을 가르치고 있다. 작명과 택일, 운세, 궁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백운산 작명원’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그는 역술인이 떳떳한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다. “예전에는 솔직히 말해 역술인들은 밥 먹고 살기 어려웠어요. 천한 직업으로 인식된 탓에 일반인들의 괄시도 많이 받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끄는 역술인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어요.”하지만 역술비즈니스가 호황을 누리다 보니 겨우 한두달 학원을 다닌 뒤 역술원을 개설하는 엉터리 역술인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자격증 보유 유무를 미리 확인하는 등 역술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난 뒤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하 기본을 배우는 데 6개월이 걸립니다. 여기다가 이후 6개월 이상 정식 역술인의 지도를 받아야만 개업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역술인을 찾아가야 합니다.”그는 사이비가 아닌 제대로 된 역술인을 키우기 위해 협회에서 운영하는 학원을 전문대학으로 전환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서울 은평구에 부지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다. “예전에는 역술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거의 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었어요. 지금은 대다수가 대학졸업장을 갖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을 설립하려는 것은 이런 분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전문대학을 설립할 정도로 역술은 과학적이고 정확한 것일까. 사주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는 “사주만 봐서는 그 사람의 운명을 70% 정도 알 수 있지만, 사주와 관상을 함께 보면 거의 100%까지 맞힐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사주를 바꾸지 못한다면 운명론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노력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고 강조했다.“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사주가 있는 것입니다. 사주팔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는 남북관계와 국운을 보는 데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의 국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2006년은 병술년입니다. 병술년은 따뜻한 기를 온 누리에 비쳐주는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여름이 짧고 추운 날이 더 많습니다. ‘병’자가 들어 있는 해는 늘 국운이 좋았습니다. 나라가 조용하고 천재지변이 없었습니다. 군주가 잘해서 국민이 화합하고 경제가 좋아졌습니다. 전체 국민의 70%가 좋아질 것입니다.” 남북관계도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간 여행이 시작될 시기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만날 약속을 잡는 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