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사람이 됩시다.”인터넷에서 최고의 부동산 고수로 꼽히는 ‘아기곰’은 2006년 재테크 화두로 ‘경제적 자유’를 꼽았다. 재테크에 성공해 부자가 되려는 목적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요, 그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또 상속이나 행운, 불법적 방법으로 부를 쌓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똑똑해져서’ 스스로 부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자신의 노력과 선택만이 부자되기의 관건이라는 이야기다.아기곰은 보통사람을 위한 부자론을 크게 세가지로 요약했다. 그가 말하는 부자되기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절약(Saving)’. 아기곰은 “뻔한 소리 같지만, 절약은 부자의 기본자세라는 것부터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소득보다 지출이 큰 부자는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선 수입보다 지출을 적게 한 후 잉여자금을 모으면서 미래에 대한 보험을 들고, 투자나 사업을 위한 종자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아기곰이 꼽는 부자가 되는 두 번째 방법은 ‘투자(Investment)’. 현재 가치보다 미래가치가 높은 곳에 돈을 묻어두는 방법을 말한다. 그는 “종자돈과 시간의 흐름을 더해, 근로소득 이외 돈을 수동적으로 버는 방법”이라고 ‘투자’의 의미를 정리했다.특히 미래가치에 주목해야 하는 만큼 미시ㆍ거시적 예측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의 경우 교통ㆍ환경ㆍ교육의 조건이 변화하는 변곡점을 찾는 미시적 예측, 경기나 선호도 변화 등 수요공급의 변화를 감지하는 거시적 예측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 공부 등 강도 높은 노력이 수반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아기곰은 자신의 재테크 전적을 사례로 소개했다. 30대 들어서면서 모든 경제신문을 숙독하면서 공부를 대신했다는 그는 부동산과 주식 양 방면에서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부동산의 경우 88년 결혼과 함께 1,000만원짜리 단칸 전세방에서 살림을 시작했지만 30대 중반엔 서울 성동구에 46평 아파트를 장만하는 성과를 이뤘다.또 IMF 위기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한 시기엔 그간 쌓은 경제지식을 동원해 외환위기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 ‘펀더멘털의 위기가 아니라 유동성 위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곧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과 ‘한국경제가 저평가돼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 이르렀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헌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또 교육 등 환경변화를 미리 감지, 당시로선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그는 지난 98년 강남 대치동의 30평대 아파트를 ‘매입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으면서 샀다. 역대 가장 싼 가격으로 사, 7년 남짓 지난 지금 이 집의 호가는 8억원 안팎이다. 그는 “얼추 5배 이상 오른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는 넓고 좋은 집에 살고 있으니, 부동산 방면에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미래가치 높은 지역’을 묻는 질문에 그는 ‘9호선, 환경, 학군’ 등 크게 세가지 조건을 꼽았다. 9호선과 신분당선, 3호선 연장선 등 교통환경이 뚜렷하게 바뀔 지역, 청계천과 서울숲 영향권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이야기다. 특히 9호선은 여의도, 강남을 지나는 노선이라 향후 사회변화에도 탄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학군의 경우 변화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 부자들의 선호지역 지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층 재건축을 통해 한강 등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곳도 미래가치가 아주 높게 매겨진다고 덧붙였다.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압구정, 여의도가 대표적이다.아기곰은 부자가 되는 마지막 방법으로 ‘사업(Business)’을 꼽았다. 비전, 용기, 선택, 균형 등 사업가에게 필요한 요건을 적절히 갖춰 ‘남이 내 돈을 벌어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근로소득, 투자소득, 사업소득이 함께 어우러지면 부자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는 게 아기곰의 생각이다.이와 함께 그는 신년 재테크에서 꼭 명심해야 할 원칙 몇가지를 밝혔다.“먼저 재테크의 목적을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나는 ‘경제적 자유’와 ‘성취’를 위해 재테크를 합니다. 재테크를 통해 실생활에서 만족할 만한 경제적 자유와 정신적인 보람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요. 또 자기 자신을 정리해 보기를 권합니다. 돈을 못 버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겁니다. 사람들은 늘 ‘그때 샀어야 하는 건데…’라며 후회를 합니다. ‘그렇게 돈 벌기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라며 한탄하지요. 그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려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모의훈련도 해봐야 합니다.”아기곰은 평범한 투자자들이 늘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글을 쓰거나 기록을 하면서 모의투자를 해보길 권했다. 시간이 지난 후 그때의 선택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디시전 메이킹 훈련’. 이를 통해 좋은 정보를 픽업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또 우연히 대박을 터뜨리는 재테크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 못한 대박은 ‘우연’이나 ‘도박’이지, ‘기술’이 아니다”면서 “기술은 재현 가능해야 하는 만큼 기회가 다시 왔을 때 기술로 제압하는 게 정석”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회는 늘, 언제든 다시 오게 돼 있으므로 그때를 위해 기술을 연마하라는 조언이다.아기곰은 앞으로의 시장 전망에 대해 ‘2006년부터 상승기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05년을 저점으로 풀리기 시작해 2007년께면 경기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또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아기곰은 “현행 부동산 세제는 단기투자가 유리한 구조”라면서 “정부는 투기꾼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사실은 반대”라고 밝혔다. 또 “세제의 경우 차라리 실거래가 기준으로 모든 세제 부과 기준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돋보기 / 아기곰은 누구?미국 거주 재테크 프로… ‘교주님’ 별명아기곰은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자타공인 ‘고수’다. 회원수 2만명이 넘는 부동산 재테크 커뮤니티 ‘아기곰 동호회’의 수장이며, 소문난 부동산 칼럼니스트로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핵심을 관통하는 그의 글은 발표 즉시 조회수 수천회를 기록하곤 한다. 그동안 3권의 재테크 서적을 냈으며 부자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온라인 상담에도 열심이다.아기곰이 유명해진 것은 글 한편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03년 1월 어느 날 그는 한 부동산 포털사이트에 ‘새 정부하에서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그 대응전략’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 내용에 대해 차차 호응이 일더니 급기야 서버가 다운이 될 정도로 많은 이가 아기곰의 글을 읽었다.그는 “‘팩트’보다 ‘감’에 의존해 토론을 벌이는 풍토에 아쉬움을 느끼다가 사실과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 부동산 칼럼을 써 본 것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고 회고했다. 이후 동호회가 만들어지면서 고급 정보가 오가는 대표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았고 아기곰도 ‘무림의 고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아기곰’은 그의 필명이다. 본명, 직업 등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선 철저히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밝힌 개인정보는 ‘대기업 계열 전자회사 기획실에서 일하다 지난 2001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캘리포니아의 한 기업에서 기획 및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일한다’는 게 전부다. 항간에 ‘40대 여성이라더라’ ‘미국서 태어난 교포라더라’ 등 풍문이 무성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셈이다. 그는 “몸은 미국에 있지만 안테나는 언제나 한국으로 향해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해박하고 날카로운 칼럼 스타일과는 달리, 그는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40대 중반의 남성이다. 아기곰이라는 필명이 금세 이해가 될 만한 ‘귀여운’ 동안이기도 하다. 최근 아기곰을 직접 만나봤다는 고종완 RE멤버스 대표가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이가 적어도 50대 이상인, 경륜과 노련함이 밴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할 정도다.인터뷰는 지난 11월 말 자신의 동호회가 여는 세미나에 처음으로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참에 이뤄졌다. 경향 각지에서 몰려든 600여명의 회원들로 대성황을 이룬 세미나에서 그는 ‘교주님’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