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펀드시장에 있어 외형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한단계 높은 성장과 내실을 다진 한해로 기록되고 있다. 올해 펀드시장 총수탁고는 2004년 말 186조원에서 2005년 12월20일 현재 205조원으로 무려 18조208억원 증가했다.특히 여러 유형의 펀드 중 주식형 펀드가 동기 대비 16조5,933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중 적립식펀드가 2004년 말 2조1,564억원에서 무려 6조5,461억원이 증가해 2005년 11월 말 현재 8조7,025억원에 달했다. 반면 MMF를 제외한 채권펀드는 24조원이나 이탈했다.이 같은 흐름은 펀드수익률과도 밀접한 관계를 보였는데 주식펀드의 경우 연초 대비 55.82%(2005년 12월20일 현재ㆍ한국펀드평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린 반면, 채권펀드는 연초 대비 1.80%에 그쳤다. 결국 주식펀드가 펀드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특히 적립식펀드 투자의 확산으로 장기 투자의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2006년 펀드시장도 2005년에 이어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펀드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인식이 계속되고 있으며 단기적인 주식시장 움직임과 상관없이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지속된 저금리와 세계 최고의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노후 문제가 투자자들 사이에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를 준비하기 위해 펀드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2004년부터 촉발된 적립식펀드 투자 열풍은 지난해 주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흔들림 없이 계속 가열되고 있다. 과거 코스피지수가 1000을 넘어서면 주식펀드의 자금증가가 주춤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적립식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몰려 주식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면서 과거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던 주식시장의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다. 또 이러한 안정적인 주가상승 패턴이 다시 적립식펀드로 자금을 몰아가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그렇다면 지난해는 오히려 펀드시장 성장의 초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2006년은 펀드시장이 더욱 본격적으로 성장을 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첫째, 펀드판매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투자자에 대한 서비스가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 증권, 보험사의 펀드판매를 둘러싼 경쟁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보험설계사의 펀드판매가 허용되고 독립펀드판매사가 등장할 예정인데다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접판매까지 가세하면서 펀드시장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렇게 경쟁이 가열될수록 투자자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둘째, 지난해 말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제도가 본격 활성화되면서 펀드시장이 한단계 발전할 것이다.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펀드투자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당수 근로자들이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쓰일 퇴직금을 펀드로 운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은 개인연금과 함께 금융회사들이 성장전략 분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주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이 와중에 자산의 장기적 운용능력이 차별화되고 자산운용사간의 우열도 더욱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전략으로 가져가야 할까? 최근 적잖은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주가 수준에서 올해 펀드투자를 시작하거나 지속해야 할지 묻는 경우가 많다. 자칫 이제야 투자했다가 바로 주가가 하락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투자는 늘 불안한 것이었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절은 단 한번도 없었다. 투자란 늘 불확실한 상황과 불안을 극복하고 실행해야 하는 과제다. 안전하게 투자하고 싶으면 은행예금과 같은 저축상품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저금리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 저금리 때문에 안전하게 투자할수록 자산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피할 수 없다.많은 사람들이 과거처럼 주식시장이 급락할까 걱정하는데 물론 앞으로 정치, 경제, 사회가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의 체질이 기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우선 기업의 수익성과 투명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빼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다음으로 기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왕성하게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하는 고도성장기에 주가는 많이 상승하기 어렵다. 기업의 성패를 미리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가 ‘저성장’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성숙기의 경제구조를 갖춰가고 있으며 인구도 고령화되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 구조하에서 기업들은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때문에 결국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결국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자 경향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전히 적립식펀드 투자가 가장 좋은 투자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가에도 못미치는 예금이나 단기채권상품이 좋은 대안이 못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1300포인트에 이르러 미래를 결코 낙관만 할 수는 없지만 과거와 같이 비관적으로 전망할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그렇다면 새해 펀드투자로 적합한 적립식펀드는 무엇일까. 첫째, 적립식 투자는 장기간 운용될 수 있는 펀드가 좋다. 부동산펀드나 ELS(주가지수연계증권)펀드와 같은 특수한 펀드는 적합하지 않다. 투자 대상과 투자 방법이 명확하고 비용이 저렴한 펀드가 좋다.둘째, 투자전략이 명확한 펀드가 좋다. 펀드매니저가 투자할 때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이 수시로 변화하기보다는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주식펀드의 경우 가치주펀드, 배당주펀드, 성장주펀드, 대형주펀드, 중소형주펀드 등과 같이 뚜렷한 대상에 장기간 투자하는 전문적인 펀드를 선택해 분산투자한다. 채권펀드 역시 국공채펀드나 회사채펀드, 단기채펀드, 장기채펀드와 같이 구체적으로 투자전략이 정해진 펀드가 좋다.셋째, 자산운용사의 투자철학이 명확한 펀드를 골라야 한다. 많은 자산운용사들 중 리서치 능력, 펀드매니저의 운용경험, 투자위험 관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운용스타일을 가진 회사가 점차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역량이 뒷받침돼야 화려한 말만이 아닌 실질적인 운용 스타일을 갖출 수 있다.넷째, 해외펀드도 적립식 투자로 고려하라. 해외펀드는 전세계 여러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내 펀드와 같이 투자할 경우 서로 수익률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투자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마지막으로 채권펀드보다 주식펀드가 적립식 투자로 더 좋다. 적립식 투자의 매력은 위험과 기대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대해 장기간 투자함으로써 합리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정성이 높은 채권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매입단가 하락 효과(적립식투자 효과)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적립식 투자는 다소 위험이 있는 주식펀드가 바람직하다.결론적으로 새해 펀드시장의 전망은 상당히 밝다. 펀드는 저금리와 노령화 문제를 이겨나갈 유일한 돌파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잘 나가다가도 순간 예상치 못한 금융사고로 펀드시장이 주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적립식펀드 투자는 한때 유행하는 상품이 아니라 투자의 기본적인 방법이다.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주가 움직임을 예측해서 그에 따라 펀드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무모한 시장예측에 따른 투자 습관을 버리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새해에도 주가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펀드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합리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