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부동산시장은 ‘격동’ 그 자체였다. 상반기 강남권 집값 폭등에 이어 8ㆍ31부동산대책이 발표되더니,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위헌 소송 각하 결정까지 굵직한 정책변수 또한 꼬리를 물었다. 다사다난, 온탕 냉탕을 거듭하면서 1년이 10년처럼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아파트시장의 경우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연초부터 맹위를 떨치면서 판교 후광에 힘입은 분당, 용인으로까지 가격 폭등의 영향이 미쳤다.정부는 몇 달의 고심 끝에 8ㆍ31부동산대책을 발표, ‘미친 집값’과의 전쟁에 나섰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확대와 양도세 강화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8ㆍ31대책 발표 이후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일부에서 ‘약발이 길어야 3개월’이라고 우려했던 것처럼, 11월 중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반등세로 돌아섰다가 최근 다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중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11월 중순 이후 서울 재건축 가격은 상승폭 둔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고덕주공1단지 층고 규제 완화 무산 등 재건축 규제 강화 방침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밝혔다.토지시장도 아파트와 사이클 움직임이 비슷한 한해였다. 2004년부터 시작된 땅 투자 붐이 상반기까지 뜨겁게 이어지다가 8ㆍ31대책 이후에야 진정 국면으로 바뀌었다.2005년에는 특히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각종 지방 개발계획에다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와 S프로젝트(서남해 개발) 등이 부각되면서 전국 땅값을 견인했다. 건설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10월까지 전국 지가의 누적 상승률은 4.13%로 2002년(8.9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의 경우 20.46%를 기록해 최고를 차지했고 충남 공주시(11.43%), 전북 무주(13.57%), 충북 충주(5.44%), 전남 무안(7.00%)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하지만 8ㆍ31대책 이후 토지시장은 거래가 뚝 끊긴 모습이다. 2006년부터 토지에 실거래가로 양도세가 부과되는 등 토지 관련 세금이 강화되고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 토지이용 의무 등도 크게 강화됐다. 토지 투자를 통한 재테크 효과보다 규제 부담이 심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부동산 재테크 시장을 주름잡던 아파트와 토지가 맥을 못추는 사이, 상가와 해외 부동산에 수요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상가와 해외 부동산을 ‘2006년 주목할 만한 틈새상품’으로 꼽고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2005년 상반기부터 다양한 종류의 상가들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아파트, 토지 등의 투자환경이 위축된 만큼 상대적으로 상가의 투자가치가 상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도 “아파트 등 주택으로 재테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상가 같은 수익성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었다”면서 “다만 상가 투자는 주의점이 적잖다”고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또 류승진 부동산투자자클럽 대표는 “2005년 개인의 해외 부동산 구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고 밝히고 “2006년에는 큰 폭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세금 규제로 국내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상가의 경우 선호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요즘 부동산시장의 ‘주연’으로 올라선 분위기다. 2004~2005년의 주연이 토지였다면, 2006년 주연은 상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역세권, A급 상권 등의 근린상가 건물은 매물이 없어서 거래를 못할 정도다. 서울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강북 번화가나 수도권, 역세권까지 매물을 샅샅이 구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면서 “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집을 처분한 다주택자들이 그나마 규제가 덜한 상가로 옮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큰손’들의 상가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유영상 상가114 투자전략연구소장 역시 “8ㆍ31대책 이후 상담 요청이 크게 늘어난 것만 봐도 새로운 수요가 많이 유입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상가시장 전체로 일반화해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소장은 “상가시장 경기의 척도인 신규 분양 실적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고 밝혔다. 즉 상가 투자 ‘붐 업’을 유도하고 있는 분양 프로젝트 상당수가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당해 미분양을 떠안곤 한다는 이야기다. 유소장은 “2005년 4월 시행된 상가 후분양제도에 따라 신규 상가 공급이 급감하면서 유입자금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후분양제도 실시 이후 오히려 침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상가 투자는 어떤 부동산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규제가 피해가는 ‘무풍지대’로 알고 선뜻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우선 경기가 관건이다. 고종완 대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보다 뚜렷해져야 상가 투자 환경 역시 탄탄해질 것”이라면서 “신상권이나 개발 가능지역의 근린상가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유영상 소장은 “정부정책에 의한 풍선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경기 활성도, 입지 등 조건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용인 동백, 파주 교하, 화성 동탄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상업용지에서 후분양제도를 피해가기 위한 변칙 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한편 상가와 함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2005년 상반기에만 1억7,462만달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돼 2004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3%가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해외 부동산 구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자 한도가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늘어나고 2년 이상 체류할 경우 주거용 주택 구입도 허용됐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규제 완화 이후 12월 초까지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는 모두 23건, 730만달러 규모에 달했다.관심이 증가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답사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개설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비교적 부동산가격이 싼 동남아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도 한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이다.하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 역시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등은 부동산 관련 계약서만 약 10장에 달해 현지 제도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또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충분히 현지 시장을 답사하고 믿을 만한 에이전트를 확보한 다음 소액으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다. 류승진 대표는 “세계 부동산시장 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초보 투자자들은 성급한 투자를 금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정보, 거래방법, 소유권 이전 및 세금제도, 부대비용 등을 샅샅이 알아보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