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피트니스센터 열어 … 오픈하자마자 하루 매출 1천만원 넘어

최근 유명 CEO들이 추천하는 책 중 하나가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철학을 다룬 <덕의 기술>이다. 프랭클린은 ‘세속을 욕망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다’며 ‘돈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덕 없음을 걱정하라’는 삶의 철학을 내세웠다.만약 이 말을 탤런트 이훈에게 적용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런 명언이 탄생할 것 같다. “돈이 없음을 걱정 말고 건강이 없음을 걱정하라.” 모든 재산을 걸고 시작했다는 그의 사업 ‘더블에이치 멀티짐’이 바로 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8월 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종합스포츠센터를 연 이훈은 5년 전부터 준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두홍이형(정두홍 무술감독ㆍ더블에이치 멀티짐 공동대표)을 만날 때마다 우리의 주된 대화주제는 새로운 컨셉의 피트니스센터를 열자는 얘기였습니다. 또 종합격투기나 복싱이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되는 운동인데 일반인에게 어둡게 비쳐지는 게 안타까웠고요.”5년이나 준비했으니 여러가지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을 터. 도산대로에 위치한 포드코리아 자동차전시장 내에 스포츠센터가 있는 것만도 독특한데다 에어로빅룸 이외에 또 다른 이색공간이 눈에 띈다. 바로 복싱룸과 MMA(종합격투기)룸이다. 복싱룸은 고정식 샌드백은 물론이고 이동식 샌드백에 사람모양 샌드백, 정규시합이 가능한 링까지 설치해 마치 복싱체육관에 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대신 깔끔한 스포츠센터의 컨셉을 하나 더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여성고객의 문의가 많다는 설명이다.“종합격투기나 복싱은 말 자체가 주는 느낌이 강해서 전문선수나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사실 다이어트에 이만한 운동이 없습니다. 물론 요즘은 많은 분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막상 여성이 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우기는 아직까지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공동대표인 정두홍 무술감독의 특기를 살려 스턴트 액션스쿨을 운영하기로 한 것도 더블에이치 멀티짐만의 특징이다.그는 이렇게 새로운 개념의 스포츠센터사업을 하게 된 것을 휴대전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휴대전화가 다 닳을 때까지 쓰는 사람 있나요?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다들 바꾸잖아요. 스포츠센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그는 새로 운동을 시작하는 회원 이외에 기존에 꾸준히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수용하는 게 목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운동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색다른 개념의 스포츠센터가 그 동안 너무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종합격투기를 특화 아이템으로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국내에서 아직도 낯선 운동으로 여겨지고 있는 종합격투기는 사실 전세계 10억 인구가 즐기는 인기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통해 K1이나 프라이드 같은 세계적인 종합격투기대회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를 육성해 수출까지 할 목표도 세웠습니다.”또한 그가 스포츠센터사업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 네트워크에 대해 기존 피트니스업체들이 소홀한 것도 그가 이 사업에 적극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직영점을 열 계획이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브랜드의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이야기다.“스타마케팅으로 지방경제 활성화를 원하는 곳이 많아서인지 벌써부터 지방에서는 투자하겠다고 나선 분들도 많아요. 벌써 올 연말 오픈을 목표로 9월부터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늘려가서 우리 ‘더블에이치’ 브랜드로 된 스포츠의류도 만들 생각입니다.”이미 국내에는 해외 브랜드, 순수 한국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종합 피트니스센터가 다양한 이름으로 성업 중이다. 하지만 문을 닫는 곳도 여전히 많다. 아직은 피트니스산업이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그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상품을 제대로 안 만들고 가격경쟁을 하면 당연히 안되겠죠. 피트니스센터에서 제공하는 킥복싱이나 요가 같은 그룹 엑서사이즈(GX) 클래스가 인기를 끌게 되리라고 누가 알았겠습니까. 5~6년 전에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너무 새로워 아무도 적응을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일반화돼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신 있습니다.”여기에다 그는 지나치게 욕심을 내지 않으면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즉 ‘티끌 모아 태산’의 심정으로 꾸준히 매달리면 사업이 안될 리 없다는 것. 특히 그는 건강을 지키는 사업인 만큼 돈을 가치 있게 벌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이훈이 스스로 더블에이치 멀티짐의 장점으로 꼽는 것 중 또 한 가지는 정두홍 공동대표와 자신이 스포츠센터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다. 한국 최고의 무술감독으로 평가받는 정두홍은 최근 프로복서로 데뷔했을 정도로 복싱마니아인데다 이훈 역시 10년 넘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져온 원조 ‘몸짱스타’가 아닌가.“사실 제가 그 동안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스포츠센터의 문제점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요즘 정형외과에 가면 운동하다 다친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운동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무작정 스포츠센터를 찾기 때문이죠.”그래서 더블에이치에는 ‘세미PT’라는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대형 헬스클럽에서 고가로 서비스하는 퍼스널트레이닝(PT)을 이용하지 않는 회원을 위해 모든 트레이너가 항상 회원들 곁에서 기구 이용과 올바른 운동법을 전달하는 개념이다. 그는 운동복 제공이나 탁아시설인 ‘키즈클럽’ 운영, 무료주차 서비스 등과 더불어 세미PT를 더블에이치 멀티짐의 고품격 서비스로 꼽았다.연회비는 260만원으로 기존의 대형 피트니스센터와 비교해 약간의 가격저항이 느껴지는 수준이지만 이 같은 서비스를 감안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픈하기 전부터 회원가입 문의가 쇄도해 벌써부터 1일 매출이 1,000만원 이상에 이르는 등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사업가이기 전에 연기자인 그에게 연예활동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멀티플레이어지만 ‘평생 연기자’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힘줘 말했다.“분명히 저는 연기자입니다. 다만 멀티시대에 맞게 저 역시 멀티플레이어의 길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기왕 시작한 사업이니 올해 말까지는 사업에만 매달릴 작정입니다. 하지만 내년이 되면 또 좋은 드라마로 인사드려야죠.”그는 정두홍과 함께 총 50억원 가량을 이 사업에 쏟아부었다. 첫 시작치고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우려란 주변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강남이 어디 연예인이 한다고 무조건 잘 되는 지역입니까. 또 요즘은 어떤 비즈니스든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담아 이 일에 매달릴 계획입니다. 사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연기자가 아닌 냉정하게 인간 이훈으로 봐줬으면 좋겠군요.” 그는 “비즈니스는 바로바로 심판이 내려지는 분야”라며 이같이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건강과 운동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이전의 어떤 질문보다 밝게 대답했다.“그 질문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 국민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게 제 진심입니다. 20대에 운동을 시작하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고 30대에 운동을 시작하면 수명이 20년은 늘어납니다. 한국이 강대국이 되려면 전국민이 운동을 생활화해야 합니다.”그는 ‘탤런트 이훈이 사업하는 데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보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이라도 좋으니 일단 스포츠센터에 들러 어떻게 하면 내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