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의 전반적인 시장규모는 아직까지 크지 않다.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순이익과 직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바이오칩은 다른 바이오산업 분야에 비해서는 많은 ‘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바이오칩의 세계시장 규모를 2003년 기준 12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국내 화학경제연구원이 발행하는 <화학저널>은 지난해 4월에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진단용 바이오칩의 세계시장은 올해 1조5,000억원, 2010년에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바이오칩은 DNA, 단백질 등의 체내성분을 집적해 손톱 크기의 소형 기판에 넣은 것이다. 검사 대상자의 체내성분과의 반응을 감지해서 대상자가 질병에 걸렸는지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가령 칩상에 암유발 DNA를 집적해 검사 대상자의 시료를 반응시켜 보면 대상자가 암 관련 DNA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바이오칩은 크게 DNA를 집적한 DNA칩(유전자칩)과 단백질 바이오칩으로 분류된다.DNA칩은 유전자를 고밀도로 집적했다는 의미로 학술적으로는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라 불리고 있지만 유전자를 고밀도로 배열한 칩과 같다는 의미로 흔히 DNA칩, 진(Gene)칩 등으로 불린다.미국의 DNA칩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애피메트릭스(Affymetrix), 인사이트(Incyte), ABI, 나노젠(Nanogen) 등의 회사가 유전자칩을 제조해 판매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애피메트릭스는 유전자칩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한편 단백질바이오칩시장의 경우 DNA칩보다 규모가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바이오인사이트는 단백질바이오칩시장이 오는 2006년까지 전세계 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바이오칩의 국내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현재 대학 실험실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이며 실질적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동안 바이오칩을 포함한 진단키트(Kitㆍ검사장비) 관련출원은 총 173건이었다.90년대 후반 이후 출원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3년 동안의 출원이 전체 출원의 68%를 차지해 관련기술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국책연구소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에 의한 출원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특허출원 기술로는 암, 치매 등 특정 질환 판독용 진단키트가 57%로 가장 많고, 진단키트의 구조ㆍ기능에 관한 출원이 20%, 바이오칩 관련 출원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칩으로 이름을 알린 국내 회사는 마크로젠, 마이진, 바이오매드랩 등이 있다.먼저 마크로젠은 97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 그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억1,375만원으로 만든 뒤 2000년 코스닥에 등록하며 자본금을 16억원으로 늘렸다. 2000년에 또 한번의 증자로 22억4,000만원의 자본금을 확보한 마크로젠은 크게 3개의 사업부를 갖추고 있다. ‘바이오칩사업부’ 외에도 ‘지놈사업부’, 유전자 조작 생쥐를 주문 제작하는 ‘마우스사업부’가 그것이다.마크로젠 관계자는 “국내에는 바이오칩사업과 관련한 연구, 기업활동이 태동하는 단계”라며 “99년 11월 연구용 DNA칩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99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연구소 및 대학 등의 연구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후 현재까지 매월 1~2회의 워크숍을 열며 DNA칩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0년 2,400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매직(MAGIC) 2.4K’라는 DNA칩을 내놓았고 2001년 3월에는 4,600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4.6K DNA칩을 개발했다. 현재 10K DNA칩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최근에는 산전유전병과 암진단을 위한 지노믹(Genomic)칩을 개발, 식약청 인허가를 진행하는 중이다. 마크로젠측은 유전체분야, 감염성 질환 진단용 유전자칩의 경우 올해 전세계 시장규모가 약 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한편 지난해 7월에는 마이진과 바이오메드랩이 인간 유두종바이러스(HPV)를 진단하는 DNA칩을 진단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다.2000년 9월 바이오칩에 뜻을 모은 의사들에 의해 창립된 마이진은 ‘올리고 DNA칩’을 메인 아이템으로 내놓은 상태다. 인간 유두종바이러스를 진단하는 이 칩은 자궁경부암 여부를 판독할 수 있다. 마이진은 특허를 획득한 뒤 2003년 7억원,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5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94년 설립된 바이오메드랩은 DNA칩을 국내 대학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에 보급해 왔다. 2000년 3월에 HPV의 감염 여부와 바이러스의 유전형을 분석할 수 있는 ‘올리고 DNA칩’ 기술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아울러 기존 HPV DNA칩의 업그레이드,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을 진단하는 한편 항생제 내성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TB플러스 DNA칩’, 장관계 바이러스(Enteric virus)를 진단할 수 있는 ‘EVDNA칩’ 등을 개발, 시장에 내놓았다.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바이오칩시장의 주도권 장악 여부는 바이오칩 분석시스템에 대한 표준화를 어떤 회사가 주도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INTERVIEW / 이득주 마이진 대표이사미국 법인도 설립…수출경쟁력 자신“마이진의 ‘올리고 DNA칩’은 자궁경부암 여부를 판독할 수 있는 바이오칩입니다.”이득주 삼성제일병원 노화건강센터ㆍ류머티즘센터 소장(46)은 의사 겸 마이진 대표이사다. 바이오산업에 뜻을 둔 의사들끼리 모여 만든 마이진은 한인권 삼성제일병원 의사, 최영길 차병원 원장, 김영설 경희의료원 원장을 이사로 두고 있다.“‘HPV 올리고 DNA칩’의 개발은 2000년 11월에 이뤄졌지만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허가만 3~4년이 걸린 셈이죠. 개발했던 시점에는 식약청에 바이오칩 자체를 다루는 부서가 없었습니다.”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자궁경부암 진단용 DNA칩’의 건강보험 지원을 허가해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올리고 DNA칩에 들어가는 1인당 비용은 3만7,500원입니다. 여기에 다른 부가비용이 추가되면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환자는 5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보험이 허가되면 환자가 30%만 부담하면 되니 약 1만5,000원만 내면 DNA칩으로 자궁경부암 유무를 판독할 수 있게 됩니다.”이사장은 연간 1,800만명이 자궁경부암 검사를 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인 900만명이 올리고 DNA칩으로 검사를 하게 되면 산술적으로는 ‘900만명×1만,5000원’만큼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바이오칩시장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얘기다.“지난 5월에는 아예 미국 유타주에 ‘마이진 인터내셔널’이라는 현지법인을 세웠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 일본에도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입니다. 마이진의 올리고 DNA칩은 미국의 제품보다 30~40% 저렴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죠.”그는 앞으로 유전자 연구를 통해 ‘예방접종’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보편화된 B형간염 예방접종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유전자 연구를 통해 당뇨와 고혈압, 동맥경화, 암 등 유전자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성질환의 예방접종을 개발하겠습니다.”코스닥 등록 요건을 갖추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에도 등록한다는 포부다. 그는 2006년 하반기 정도에 코스닥 등록요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