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이 매년 급팽창하고 있다. 2001년 600억달러에서 올해 910억달러를 돌파하고 2010년에는 1,540억달러에 이르러 2000년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인 1,480억달러를 능가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추정한다. 연평균 성장률이 11%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도 보수적인 수치일 뿐이다. 매년 14%씩 성장해 15년 안에 정보통신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에는 바이오산업 규모가 3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시장 규모도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2001년 1조8,146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원 규모로 3년 사이에 65%나 커졌다.바이오산업은 의료, 환경, 농업, 에너지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시장은 역시 의료분야다.바이오의료산업은 새로운 약물을 만드는 신약부문,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바이오치료 등 여러 분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신약분야다.바이오의약품은 투자기간이 길고 성공확률이 낮은 대신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해낸다. 존슨앤드존슨은 프로크릿(Procrit)이라는 제품 하나로 2003년 39억8,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선점 효과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강력하게 특허권을 보호받기 때문에 거의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의 선두그룹 점유율은 지난해 86.7%에 달하고 2010년에는 82.9%로 여전히 초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2위권이든 3위권이든 선두에 서지 못하는 한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은 원천기술이 없어도 제품력으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전략이 통했지만 바이오산업에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술개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각국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시장의 절반을 석권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최강자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신흥 산업국가들도 경쟁에 가세했다.우리 정부도 바이오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1년 3,742억원이던 바이오산업 관련 예산이 올해는 7,086억원으로 4년만에 2배 가량 늘어났다. 특히 선진국에 견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바이오신약과 바이오장기산업을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에 포함시키고 이 분야에 향후 10년간 2조4,772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09년에는 수출 140억달러를 돌파하고 2012년에는 수출 200억달러, 일자리 10만개 창출, 세계시장 점유율 7%를 달성해 세계 7위의 바이오산업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하지만 정부의 의욕적인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적잖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선진국에 비해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절대 열세다. 미국이 올해 바이오산업에 28조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일본은 3조원의 예산을 배정해 우리 정부 예산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전문연구인력이나 기자재, 기초학문의 수준 등 연구 인프라에서도 몇 발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오산업이 도입기를 지나 이미 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성숙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발을 들여놓은 정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선진국에 대항할 수 있는 최후의 경쟁력인 우수한 인재들의 해외유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우수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은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민간투자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 기술제공을 통해 매출을 올리거나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이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힘에 겨운 실정이다.그러나 투자나 연구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기업환경이 열악하기는 하지만 미리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발국가에 비해 뒤늦게 진출했지만 기술개발의 속도만 놓고 보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연구성과가 줄을 잇고 있다는 설명이다.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해 서울대 김성훈 교수의 암억제 단백질 p18의 기능 규명, 연세대 백융기 교수의 노화조절 물질 발견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수도 급증하고 있다. 2003년 940편이 소개돼 98년 78편에 비해 무려 12배나 늘어났다.한국바이오산업협회의 조완규 회장은 “바이오산업은 기본적으로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물리적 재원이 다소 부족해도 우수한 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다”며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산업화에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