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적자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년 반 동안 없어진 일자리는 300만개에 이른다. “환율이나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불공정한 무역이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잭 레버 변호사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업들은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법적 방어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세법 337조에 의거, 불공정하게 수입된 제품에 대한 제재를 국제거래위원회(ITC)에 요청하는 것이다.“337조를 위반해 제소되는 일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1년 12건에서 2004년에는 2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10건이 접수됐는데 이 속도라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능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만과 한국 기업이 주요 표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ITC에 대한 이해가 필수불가결합니다.”337조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 역시 불공정한 방법으로 간주, 337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모두 337조의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으로 수입되지 않는 제품은 337조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제소를 하는 특허권자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어야 한다.ITC의 제재는 제한적이다. 수입금지 명령 같은 구제책을 제공할 뿐 침해에 따른 금전적 손해 배상 명령을 내리지는 못한다. 금전적 손해에 대한 시비는 법원에 따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ITC를 활용하는 미국 기업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소송의 진행이 법원 소송에 비해 월등히 빠른데다 미국 전역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어 산업보호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소제기에서 종결까지 12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실제로 피고가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은 7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예고 없이 제기된 소송을 준비하기에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반면 특허권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이므로 피고가 이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레버 변호사는 국제적인 특허소송에 대한 전략도 소개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피고의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특허권자로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허소송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기업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물론 피소될 경우에도 목적달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레버 변호사는 지적했다.최근 국제특허소송은 복수의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한 국가에서 내려진 결정은 다른 국가에서의 결정을 구속하지는 않지만 선택된 진술과 입장은 다른 국가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제소를 당한 경우 소송 진행이 빠른 유럽국가에 유사한 사건을 진행시켜 긍정적 결론을 얻으면 미국에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재판을 진행하는 국가에서 시비의 대상이 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소를 제기할 수 있다.국제소송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어느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수많은 국가들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특히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시장규모로 보나 소송의 효과로 보나 다른 국가에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절차나 비용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소송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국가를 선택해야 한다.미국은 재판기간이 길고 소송비용이 높지만 승리할 경우 세계 최대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은 미국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지만 대단히 전문적이어서 많은 현안을 다루기 좋다.사건의 성격에 따라 법원을 선택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소송 진행이 빠른 독일의 만하임 지방법원이나 예비금지명령이 자유롭게 행사되는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이 유리하다.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할 경우 변론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소송기간, 증거확보의 절차, 전문가 증인의 확보 등도 고려해야 될 대상이다.잭 레버 변호사약력 : 크렘슨대 기계공학 전공. 가톨릭대 법학 박사. 미국 에너지부 변리사. 조지워싱턴대 법학과 겸임교수. 맥더모트 윌 앤드 에머리 워싱턴DC 사무소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