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부터 일용직·자영업자까지 다양… ‘노력은 2배’ 명심해야

국내 굴지 건설회사 과장으로 재직 중인 이태영씨(35ㆍ가명)는 A사 사업자로 투잡스족이 된 지 5년째다. 결혼 후 아내와 미래 구상을 하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을 부업으로 삼기로 결정, 부부가 함께 사업자로 등록했다. 현재 이씨는 중상위 레벨, 아내는 중간 정도 레벨에 도달해 연 1억원 정도의 소득을 별도로 벌어들이고 있다.회사에선 이씨가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자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 평일 근무시간에 철저히 회사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후 시간, 주말을 부업에 할애하기 때문이다. 직장동료들을 적극적인 마케팅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도 ‘비밀 유지’의 비결이다.술자리 많고 격무로 유명한 건설회사이지만, 이씨는 ‘표시’나지 않게 두 가지 일 모두를 소화해내고 있다. 동료들이 보기에 그는 술 마시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고 아침 출근시간이 남들보다 빠른 ‘성실맨’일 뿐이다.이씨는 “소속 그룹의 수백명 사업자 가운데 대부분이 본업이 있는 투잡스족”이라고 밝혔다. 개중에는 이름만 올려놓고 활동하지 않는 이도 적잖지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도 투잡스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간 이상 레벨로 억대 연봉을 벌어들이는 이들은 ‘직장을 버릴 선택권’도 덤으로 가졌다”면서 자신의 부업에 만족감을 표시했다.모 기업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영양사 김예영씨(40)는 네트워크 마케팅에 뛰어든 지 1년 6개월밖에 안됐지만 벌써 중간급 레벨에 도달했다. 8년 전 건강보조식품을 접하고 ‘충성 소비자’로 생활하다 직접 판매에 뛰어들었다. 그는 “주변에 좋은 제품을 권하면서 보람을 느끼다 보니 식단만 짜는 영양사가 아닌 진짜 영양사가 된 기분”이라며 “천직으로 생각하는 영양사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이 사업을 선택했다” 고 밝혔다.김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150만원 수준. 그러나 그는 “얼마나 버느냐보다 좋은 상품을 주변에 권하고 본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재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힘든 부업을 시작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잡링크가 직장인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5%가 ‘올해 안에 투잡스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미 투잡스를 하고 있다’는 이도 14.3%에 달했다.‘모든 샐러리맨의 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투잡스 수단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한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는 사업자 가운데 50% 이상이 투잡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직장인 투잡스 문의는 늘 꾸준하다”며 입을 모은다. 변호사, 의사 등 고도 전문직에서부터 환경미화원, 건물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도전자의 직업도 다양하다.네트워크 마케팅이 직장인의 관심을 끄는 첫 번째 이유는 비교적 시간 제약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익을 높이는 ‘성과주의’라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간다. 단계를 밟아 올라갈수록 수익이 커지는 네트워크 마케팅의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주말 등 여가시간 활용이 가능하고 본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잡스족이 꼽는 장점이다. 이는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등 영업 중심 직업인의 분포가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헤어숍,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한된 고객을 2배로 활용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하지만 두 가지 일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이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네트워크 마케팅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투잡스족이 달갑지 않다”면서 “직장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을 한다고 알려져 ‘왕따’를 당하는가 하면, 금세 어렵다며 포기해버리는 경우까지 사례가 다양하다”고 말했다.영양사 김예영씨도 “다단계 하냐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만나거나 돈독이 올랐냐며 주변에서 타박할 때는 좀 힘들다”면서 “개선이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사회인식은 부정적인 쪽에 치우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태영씨 역시 “직장인 투잡스 수단으로 장점이 많지만 그만큼 2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장밋빛 환상으로 시작하는 이는 실패하기 쉽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