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대 기업이나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우 특허를 비롯한 무체재산(無體財産ㆍ지식재산)의 비중이 80%나 되는 데 비해 우리 기업들은 유체재산이 80%를 차지하고 무체재산은 20%도 안됩니다. 우리도 지식, 기술, 정보를 통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제도나 정책, 금융시스템, 기타 환경이 아직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고방식이나 각종 시스템이 유체재산 창출에 중심을 두고 있죠.”김종갑 특허청장은 지식과 정보, 기술을 창출해 사업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제성장을 위한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IT나 BT와 같은 신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통산업도 혁신을 통해서 바꿔 나가야 할 여지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경제 시스템 자체를 이런 방향으로 빨리 바꿔야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미국,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최근 상황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서둘러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밝혔다. 김청장은 또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지적재산권’은 일본식 용어라며 ‘지식재산’이라고 바꿔 써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최근 국내 상황은 어떻습니까.최근 가능성이 보인다고 느낍니다. 지난해 국내 특허출원 건수가 17.4% 늘었고 올 들어서도 3개월 동안 21.5%나 증가했습니다. 대개는 GDP 증가율만큼 특허출원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다른 나라에서도 굉장히 경이로운 성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실제 최근 특허출원의 양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4위이며, 증가율도 아주 높아 미래를 밝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제지식재산권기구(WIPO)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제특허도 19%나 늘었다고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체 특허건수로는 현재 세계 7위권을 기록 중입니다.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5개국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한국 등이 잇고 있죠. 지금 같은 증가율이라면 2007년에는 세계 6위 대열에 들어 5대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식재산 강국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자신합니다.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아직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중은 2.6~2.9%로 상당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총액을 따져보면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9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의 9분 1 수준의 투자를 하면서 경쟁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선은 투자의 양을 늘려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R&D의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즉 특허가 나오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술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합니다. 남이 갔던 길을 가더라도 최종적으로 우리만이 갖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죠. 반드시 기술수준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빈틈을 잘 찾으면 기술수준이 높지 않아도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요.우리가 취약한 부분은 선진국에 비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대로 특허가 나오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들이 산업계에서 쓸 수 있는 연구를 하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2003년도 기준으로 정부의 R&D 지원 예산의 56%를 공공연구기관이 가져가고 30%를 대학이 가져다 썼습니다. 반면 기업이 대학에 준 건 1.7%, 공공연구기관에 준 건 0.8%에 불과하죠. 대학은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의 10%를 차지하고, 박사급 인력의 72%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공연구기관은 투자예산의 14%, 박사급 인력의 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특허기여도는 0.5%, 공공연구기관은 2.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박사급 인력의 85%를 차지하고 정부예산의 90% 가까이를 가져가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특허기여도가 다 합해서 3.4%에 불과한 것입니다. 기업도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지원도 별로 하지 않는 상황이죠.어떤 대책이 있겠습니까.최근 2~3년 사이에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R&D의 효율을 높이고 특허 나오는 연구를 하자, 로열티 수입을 올리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죠. 가고 있는 방향은 긍정적인데 좀더 빠른 속도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과정에서 정부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 연구과제를 줄 때 특허출원과 연구성과의 활용도를 평가기준으로 바꾸려는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과학기술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연구를 하기 전에 관련 기술의 특허출원 여부 등을 알아보는 특허조사를 하는 경우가 44%에 불과했습니다. 특허조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 전국을 돌며 25회에 걸쳐 특허정보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최대한 더 늘려볼 생각입니다. 또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와 협약을 맺고 앞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R&D프로젝트에 대해 특허청이 특허정보분석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특허청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50여개의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 직원들을 적극 참여시켜 특허 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R&D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서두에 금융시스템도 언급하셨는데요.R&D를 많이 해서 이를 사업화로 연결해야 하는데, 사업화 지원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취약합니다.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관행은 유체재산 시대의 이야기이며, 무체재산 시대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런 금융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관건입니다.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특허담보대출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산업은행이 돈을 대고, 특허청이 특허평가비용을 부담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죠. 특허청이 평가한 기술가치의 50% 범위 내에서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게 됩니다. 올해 이 제도를 통해서 1,000억원을 대출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무체재산을 보고도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업이 발전해야 합니다.기업은행이 모태 펀드 1조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내년에 500억원 정도를 여기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를 기술사업화, 특허사업화에 사용하려고 해요.최근 기술분쟁이 늘고 있습니다.예, 우리 기업의 실력이 늘었다는 좋은 신호이면서 동시에 걱정거리죠. 우리 기술이 높아지면서 특허분쟁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 해결책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지만 특허를 전부 그렇게 가기는 어렵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특허경영을 하면서 이에 상당히 잘 대처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입니다.중소기업이 기술분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특허청에서도 특허분쟁예보제도를 도입해 앞으로 특허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 미리 경고사인을 내고,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협상하고 법적대응을 해야 할지를 뒷받침해줄 계획입니다. 또 해외에서 한국상품의 위조제품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일단 국내에서부터 단속을 철저히 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특허청에 사복경찰권을 달라고 관계부처와 협의 중입니다. 또 해외에서 기술침해를 받는 경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해외지식재산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우리나라의 특허심사 역량도 높여야 할 텐데요.우리나라 심판인력의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박사 또는 고시출신 인력이 700명에 달하고, 앞으로는 속도와 품질 면에서도 세계 1등을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사대기 기간이 21개월인데 내년 말까지는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인 10개월로 단축할 계획입니다. 일본 25개월, 미국 19개월은 물론 독일의 10~11개월도 앞지른다는 목표입니다. 특허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연간 2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기간을 1년 단축하면 1조4,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현재 국제특허심사자격을 갖춘 나라가 세계적으로 12개국뿐인데 우리나라가 여기에 10번째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동안 인도와 베트남 등 6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특허심사 행정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올해 선진국으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가 우리 특허청을 통해 국제특허심사 서비스를 받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를 확대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특허심사 역량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방침입니다.약력 : 1951년생. 대구상고 졸업. 74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83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졸업. 93년 미국 인디애나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75년 행정고시 합격(17회). 76년 내무부 수습사무관. 87년 공업진흥청 공보담당관. 87년 상공부 통상협력담당관. 89년 미국 허드슨연구소 객원연구위원. 94년 상공자원부 통상정책과장. 95년 통상산업부 무역위원회 조사총괄과장. 96년 미주통상담당관. 97년 통상협력국장. 98년 산업자원부 국제산업협력국장. 99년 산업정책국장. 99년 산업기술국장. 2003년 차관보. 2004년 특허청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