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특허경영은 최근 경영부문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유행하고 있는 경영전략 개념 ‘블루 오션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블루 오션이란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승부를 걸 때 발상의 전환과 차별화 전략으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블루 오션(푸른 바다)은 아직 누구도 가치를 깨닫지 못한 새로운 기회의 시장을 말한다. 이는 한정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죽자사자’ 식으로 싸우는, 그래서 선혈이 낭자한 레드 오션(붉은 바다)과 대비된다.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LG화학의 지식재산경영은 방어적으로 위험관리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 성장엔진 도출을 위한 결정적 지원책이 되는 방향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다른 업종도 치열한 경쟁상황은 비슷하지만 화학업종의 경우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그동안은 회피설계에 연구를 집중해 왔다는 게 회사측 말이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많은 경쟁자와 싸우게 돼 타사가 갖고 있는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연구를 해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LG화학은 글로벌 컴퍼니와의 경쟁에서 한발짝 앞서 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원천기술 특허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시장, 즉 이머징마켓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이를 위해 올해 이 회사는 지식재산(IP) 관련 조직을 개편했다. 기술개발과 IP체제를 결합, 연구단계에서부터 지식재산에 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CFO 산하 법무담당 조직에 포함돼 있던 IP팀과 대덕 기술연구원 내에 있던 특허팀이 올해부터 한곳에서 일하게 됐다. 이들 조직을 CTO체제 아래로 합쳤다. 총 30명으로 구성된 지식재산 관련 조직원 중 5명은 올해 새로 뽑은 인력이다.연구개발 경영과 IP를 융합하는 사례는 올 4월부터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 미래 성장영역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새로운 시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의 각 단계 중에 IP게이트, 즉 IP심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한선 IP전략팀 부장은 “승자독점(Winner Takes All)이 지식사회 키워드인 만큼 태동하는 시장에서 원천기술을 획득하는 데 IP게이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심의단계는 연구개발경영은 물론 산업화 이후의 IP경영까지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물론 그동안 LG화학이 타사에 지출한 특허 사용료가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다. 회사측이 강조한 대로 화학분야는 회피설계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로열티 지불은 연간 20억원 수준에도 못미쳤다는 것. 오히려 LG화학은 OLED와 하이브리드카용 중대형 2차전지 분야에서 각각 120여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해 둔 상태다. 다만 회피설계라는 한계 내에서 해야 하는 새로운 기술개발은 그만큼 치열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 같은 IP게이트를 통해 특허출원의 양을 2008년까지 지금의 3배로 늘린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IP경영이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면 ‘화학’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결국 기업이 미래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이를 육성하는 것은 이제 단순히 연구개발 투자액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LG화학측의 판단이다. 지식재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기업의 활동중심에 지식재산 경영체계를 구축해야만 지식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