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최근 일본 마쓰시타와 대대적인 PDP 특허분쟁을 치렀다. 맞제소까지 하며 극한 대립을 해온 두 회사는 결국 ‘상호 특허사용 계약(크로스 라이선스)’을 체결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PDP 모듈을 둘러싸고 일어난 특허분쟁이 PC, DVD플레이어와 관련된 양사의 특허기술까지 서로 사용하는 것으로 화해 폭을 넓혀 타결된 것이다.PDP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와 3위 마쓰시타의 특허분쟁은 원천기술을 둘러싼 세계시장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7년 디지털TV 글로벌 톱’이라는 비전 하에 PDP부문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LG전자로서는 PDP 관련 특허 보호 및 방어가 지상과제나 다름없다. 경쟁사가 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침해 소송을 내자 즉시 맞소송으로 대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LG전자의 지식재산 확보 및 관리 수준은 삼성전자와 함께 수위를 다툰다. 지난해 국내 특허출원만 1만1,484건을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도 4월 말 현재 4,173건을 출원한 상태다. 매년 특허출원 건수는 2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전문인력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80여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이 특허센터 소속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두 자릿수 충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고삐를 더욱 당기는 모습이다. 특허를 제안하는 연구원들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실시하는 등 독려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LG전자의 지식재산 가운데 단연 첫손에 꼽히는 것은 디지털TV 관련 원천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미국식 디지털TV 표준규격의 원천기술을 확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덕에 파생효과가 엄청나다.특히 미국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송규격인 VSB에 대한 원천특허를 통해 칩 판매수입 외에도 수년 내에 소니, 필립스 등 세계 300여개 디지털TV 메이커 및 셋톱박스업체로부터 1억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춘 LG전자 DTV연구소장은 “VSB 원천특허 확보로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TV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최하고 있는 ‘표준전략회의’를 중심으로 지식재산권 관리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4세대(4G) 휴대전화, 차세대 DVD 기술표준 등 세계 기술표준화에 대한 전략을 재점검하고, 미래 신기술 개발을 모색하기 위해 ‘표준전략회의’를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상ㆍ하반기 각 1회씩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표준전략회의는 김쌍수 부회장이 직접 주재하며 이희국 CTO와 각 사업본부장, 계열사 사장단 등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각 분야별 기술표준에 대한 동향을 공유하고 신기술 대응 등 기술표준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VSB 원천특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업그레이드 표준을 지속 발굴해 이 분야에 대한 독보적인 특허권을 유지해 나간다는 아젠다도 표준전략회의에서 뼈대를 세웠다.한편 LG전자는 컴퓨터 관련 특허, MPEG-7(멀티미디어 동영상기술), DVD램 규격, 네트워킹 기술 등에서도 상당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현재 주력분야는 4세대 휴대전화와 차세대 DVD 기술표준 확보 문제. 선행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기술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이 같은 기술경영 행보를 통해 백색가전에 이어 IT분야 세계시장 선도업체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