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면서 가족애 쌓죠’

“우리 가족은 ‘함께한다’는 것을 중시합니다.”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과 그 가족을 분당구청 옆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만났다. 이소장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아들 화섭(9), 딸 수림(7)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듬직한 체구를 날렵하게 움직이는 그의 뒤를 아이들이 즐겁게 뒤쫓는다. 그의 아들은 “인라인스케이트가 발에 맞지 않아 조금 덜 탔더니 실력이 많이 줄었다”고 투덜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이소장은 인라인스케이트뿐만 아니라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낚시나 여행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아버지상은 ‘아이들과 같이하는 경험적 측면의 아빠’가 되겠다는 것. 그래서 주말은 반드시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저는 엄한 가정의 3대 독자로 자랐습니다. 딸만 있는 집의 독자라 부모님께서는 저를 강하게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셨죠. 또 아버님 직업이 경찰이라는 점도 있고 해서 다정다감한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버지한테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일종의 소외감 같은 것을 내 아이들은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그는 4년 반의 유학생활 기간 외롭게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다 결혼도 34살에 늦게 한 편이라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여긴다. 아내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내 배에다 대고 그날 있었던 일을 영어로 30분 동안 태아에게 이야기해주는 열성을 보였을 정도다. 그 덕분인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영어를 잘한다며 웃는다.인생의 목적은 돈을 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에 있다고 믿는 그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애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아이와의 대화와 놀이문화에 같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애는 결국 스킨십과 대화를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아버지가 매일 아침에 일하러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사람 혹은 돈만 벌어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 못지않게 아이들의 자립심을 길러주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아이들에게 삼사일언(三思一言), 즉 말을 할 때는 3번 생각하라고 가르칩니다. 자기 행동의 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평소 자기가 식사하고 난 것은 직접 설거지를 하게 하고, 방 정리도 모두 스스로 하도록 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이소장은 지난 연말 인도와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가서도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알아서 음식을 사먹고 친구들 선물도 사게 했을 정도다.신인류 아빠 - 김종훈 쌍용양회 과장‘아빠 손잡고 도서관 가자’“큰애가 한글을 깨치면서부터 도서관에 다니길 시작했죠. 같이 놀아주는 것 못지않게 아빠가 옆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쌍용양회 SIS팀의 김종훈 과장은 주말이면 두 아들 지수(8), 성수(6)를 데리고 도서관과 서점을 찾는다. 주로 토요일에는 집 근처 동대문 시민회관 내의 도서관에서 2시간 정도 독서를 하고,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읽을 책을 빌려 온다. 일요일에는 서점에 가든지, 아니면 인라인스케이트나 축구를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낸다.맞벌이 부부인 김과장은 주말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주로 놀이공원이나 유원지로 많이 놀러 다녔는데 아이가 글을 배우면서 토요일은 함께 책 읽는 날이 됐다고 한다.“책을 많이 읽게 하려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주고 무조건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놀더라도 책 속에서 놀게 함으로써 책과 친숙해지게 하려는 생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도서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또 부모가 옆에서 같이 독서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도서관에 가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자칫 따분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애들도 좋아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처음부터 억지로 시킨 게 아니고 아빠, 엄마가 옆에 붙어서 함께 책을 골라주고, 읽어 주니까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또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도서관에는 토요일 오후에 찾아가 2시간 정도만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놀이를 함께한다고 한다.아이들을 돌보는 김과장의 정성과 관심은 아주 세심하고 부지런하다. 아이들에게 아빠 숙제를 별도로 내주고 이를 공책에 매일 기록하고 점검하고 있을 정도다. 공부를 많이 시키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메모하는 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자세를 길러주기 위한 배려다. 실제로 숙제의 내용도 ‘학교 숙제하기’와 ‘수학교재 한 페이지 풀기’를 제외하면 ‘우유 마시기’ ‘퍼즐 맞추기’ 등 공부와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이의 경우 태권도장 다니는 것 외에는 특별히 시키는 것이 없다. 아빠와 함께하는 도서관 다니기 정도가 일종의 사교육인 셈이다.신인류 아빠 -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소장등교길도 공부도 늘 함께…‘1인 기업가’이자 변화경영 컨설턴트로 이름난 구본형 소장에게 가족은 그의 존재이유다. “애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고 할 만큼 특별한 가치를 지닌 존재다. 그에게 가족보다 앞서는 ‘중대한 일’이란 애초부터 없다.인터뷰 요청 때도 “애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며 사진공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락했을 만큼 그가 지켜내려는 가족의 울타리는 높고 견고했다.그에게는 두 명의 딸과 아내가 있다. 이들은 서로가 말동무이자 친구다. 큰딸은 지금 예비의사다. 의대 본과에 다니며 자신의 미래를 아름답고 바쁘게 가꾸고 있다. 이런 장녀에게 그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아빠다. ‘좋은 아빠’라고 자평할 만큼 부녀 사이의 공유감이 돈독하다. 그는 바쁜 큰딸을 위해 기발한 시간공유법을 내놓았다. ‘애들이 필요한 곳에 가 있자’는 전제하에 장녀의 통학에 동행하기로 했다. 2시간 남짓한 배웅ㆍ마중길에 이들 부녀는 소소한 일상사를 주고받는다. 딸의 친구 별명까지 대화주제로 오른다. 이쯤 되면 “애들에 대해 모르는 게 거의 없다”는 그의 표현은 빈말이 아니다.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작은딸은 그를 많이 닮았다. 엄마는 이해 못하는 특유의 기질까지 구소장과 복사판이다. 둘째딸과는 아침에 영어공부를 하며 ‘일상의 대화’를 나눈다. 힘든 수험생이지만 ‘함께 있다’는 공유의식에 많은 안정감을 느낀다. 둘째딸은 책 읽기가 취미인 것도 그를 빼닮았다. 나중에 아빠처럼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게 꿈이다. 아빠가 벤치마킹의 대상을 넘어 멘토로 승화한 셈이다. ‘늘 옆에 있는 그녀’인 아내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드는 파트너이자 둘도 없는 존재다. 그는 지방 강의를 ‘아내와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규정한다. 인생의 동반자답게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위해서다.그에게 가족은 1순위다. 그의 인생 스케줄링에 기재되는 첫 단어가 가족이다. 실제로 그는 칼럼과 기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강조한다. 가령 그의 홈페이지 글 ‘2005년 만들어야 할 8가지 메모’에도 1번 항목은 가족 몫이다. ‘더 많은 애정을 가질 것’이란 타이틀 밑에 아이들과 더 많이 얘기할 것과 아내와 더 많은 즐거움을 공유할 것을 세부목표로 내놓았다. 강의 때도 ‘가족을 행복하게 할 것’을 변화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강조한다. 그의 사무실은 집이다. 돈 한푼 더 버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공유’를 즐기기 위해서다. 그는 “일에 방해는 받겠지만, 언제든 가족과 섞여 있는 게 자연스럽고 또 좋다”는 입장이다.그는 2000년에 은퇴했다. 20년간의 직장생활(IBM)을 마치고 프리랜서 경영컨설턴트로 변신했다. 그 즈음 발표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책은 한국 직장인에게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불문율처럼 굳어진 시간배분 원칙이 있다. 일주일에 사흘은 호구지책에, 이틀은 가족과 함께, 나머지 이틀은 자신을 위한 투자에 사용한다는 시(時)포트폴리오였다. 이 원칙은 지금도 지켜진다. 덕분에 그는 지금 ‘행복한 아빠’가 됐다. “애들이 주는 즐거움이 삶의 굽이굽이 가득하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는 분명 성공한 아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