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봄은 오고 있는가. 아무리 추운 겨울이 지나도 봄은 오기 마련. 이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하지만 실물경기는 다르다. 봄은 오지 않고 혹한의 겨울만 1년이든 10년이든 지속될 수 있다. 경기회복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사복, 패밀리레스토랑, 가전, 놀이공원, 자동차, 시멘트, 유류, 고속도로 통행량 등 실물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현장을 꼼꼼히 점검했다.신사복 - 3년간 마이너스 딛고 성장세 돌아서“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고 좀더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롯데백화점 신사복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백화점들도 반응은 비슷하다.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등도 지난해의 마이너스 성장을 딛고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체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성장률이 대개 5% 안팎으로 분석된다.신사복 매출은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다. 여성복과 달리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데다 외부적인 영향도 덜 받기 때문이다. 여성복이나 캐주얼은 사회적 현상이나 유행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판매량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사실 외환위기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상당수 신사복 전문업체가 도산했다.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은 30% 이상의 매출감소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 회사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다가 경기가 위기를 벗어나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1999~2001년에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 플러스 성장을 했다. 특히 99년에는 전년 대비 17.5%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후 증가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추세는 이어졌다. 그러나 2002년 들어 경기가 하강국면을 그리면서 신사복 매출 역시 추락세를 나타냈다. 2004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됐고, 지난해에도 -3.8%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심리의 호전을 타고 올 들어 매출이 다시 상승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측은 지난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실시한 세일 때도 그랬지만 매출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2/4분기 이후에는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신사복을 만드는 업체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일모직, LG패션 등 대부분의 업체들은 올해 신사복 내수 성장률이 1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추세가 바뀌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어두운 색조보다는 밝은 색을 찾는 점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패밀리 레스토랑 - 기상도 ‘맑음’요즘 외식업체들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구름이 군데군데 끼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쾌청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메이저급 업체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 따뜻한 봄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양상이다.국내 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의 경우 지난 1/4분기를 기준으로 매출액이 40% 이상(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도심인 강남, 신촌, 명동 등의 매장에서는 매출액 45%, 고객수 28%, 객단가 12%가 각각 늘어났다. 이 회사 박계윤 팀장은 “아웃백은 1/4분기를 볼 때 도시지역뿐만 아니라 일반주거지에서도 점포에 따라 40~5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베니건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스테이크의 경우 대부분의 메뉴에서 20% 안팎의 매출신장이 이뤄지고 있다. 버건디휠렛은 27.4%나 늘었고, 라일리스립아이도 19.2% 증가했다. 케밥 역시 20.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TGI프라이데이나 마르쉐 등 다른 외식업체들도 매장별로 10~30%씩 매출이 늘어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호전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올 초반만 해도 경기가 불투명해 크게 걱정했으나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 최수연 TGI프라이데이 홍보담당 매니저는 “서울보다 지방점포의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외식업체들이 선전하는 이유는 먼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웃백스테이크 박팀장은 “가족단위 고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며 “확실히 지난해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또 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도 한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고, TV광고도 적극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도 한다. 아웃백스테이크의 경우 올해 안에 20여개 점포를 새로 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가전 - 연말쯤 ‘회복’ 전망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분야는 미약하나마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통업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밝아졌다. 전국 250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전자전문점 하이마트는 지난 1분기 가전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했다고 밝혔다.디지털TV, 디지털카메라 같은 디지털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지만 백색가전도 나름대로 한몫 했다는 평이다. 특히 드럼세탁기와 에어컨이 각각 70%, 400% 등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런 분위기는 별다른 판촉행사를 가지지 않았던 양문형 냉장고의 매출이 3% 가량 늘어난 것에서도 짐작할 수가 있다. 하이마트 서울 대치점의 김경선 지점장은 “4월 들어서도 가전제품부문 매출이 늘고 있어 경기회복이 본격화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백화점들이 지난 4월1~17일까지 실시한 정기세일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봄 정기세일(4월2~18일)과 비교해 에어컨이 150%, 공기청정기가 40%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순수 백색가전인 세탁기, 냉장고 등도 소폭이나마 3~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경기회복을 확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제조업체들의 1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아직은 이른 봄이다. LG전자의 경우 백색가전의 매출이 전년 대비 27% 늘어난 4,9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에어컨,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자도 드럼세탁기가 전년 대비 300% 이상 늘어날 정도로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엿보인다.하지만 가전 1위 업체인 LG전자의 경우 2003년 1분기에 비하면 약 5% 역신장한 것으로 아직까지 ‘완전한 회복’으로 진단하기는 어렵다. 이는 영업이익률을 보더라도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LG전자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분기 11.9%에서 올해 10.2%로 1.7%포인트 떨어졌고, 삼성전자가 올해 -0.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하반기나 내년 초에야 경기회복의 단맛을 볼 것 같다”고 전망했다.놀이공원 - 봄날은 ‘아직’소비자의 오락비 지출 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표적 속보지표인 놀이공원 입장객수는 대체로 지난해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인 서울랜드의 입장객수는 1~3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5월은 성수기인 만큼 4월 실적은 그나마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야외 테마파크인 업체 성격상 기상이변으로 인한 날씨 이상현상이 입장객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랜드 입장객수 변화는 이미 2000년부터 감지됐다. 신용카드업체의 과당경쟁으로 무료입장까지 가능했던 요금이 현실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입장료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롯데월드 역시 1분기 입장객수가 줄었다. 이 업체의 올 1분기 입장객수는 1~2월에 줄었다가 3월에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역시 18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줄었다. 전체적으로 10~15% 가량 줄었다는 게 롯데월드 관계자의 말이다.하지만 이는 입장객수 증가를 경영목표로 잡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객단가에 초점에 맞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데서 오는 결과라는 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30~40%를 유지했던 티켓 할인율이 15% 이내에 그친 것 역시 입장객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경기의 직접적 영향이라기보다 신용카드업체가 불경기를 타면서 제휴 할인카드 사업이 대폭 준 데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롯데월드측은 객단가가 높아진 까닭에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반면 에버랜드 입장객수는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를 기록했다. 4월18일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입장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1% 늘었다. 2004년 같은 시기 입장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를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증가폭마저도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 크게 늘었던 입장객수는 2000년 이후로 큰 변화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자동차 - 하반기 ‘해빙’ 기대“아직도 실물경기는 최악이라고 보면 됩니다.” 최종문 현대자동차 이사(광화문지점)는 한숨부터 내쉰다. 최이사는 현대자동차 승용차판매부문에서 처음 임원으로 승진한 인물. 20여년간 서울 광화문지점에 근무하면서 3,800대의 승용차를 팔아 ‘판매의 달인’으로 통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3~4통의 상담전화가 걸려 왔지만 요즘은 아예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날도 있다”며 어려운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지표상으로도 자동차시장에서는 봄을 느낄 수가 없다. 지난 1분기 국내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24만6,00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5.4%나 줄었다. 업체별로 보면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린 르노삼성만이 지난해 1분기 대비 32.3% 늘었을 뿐 현대(-6.5%), 기아(-3.6%), GM대우(-3.0%), 쌍용(-37.4%) 등 나머지 4개사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다만 3월 들어 연초에 비해 조금이나마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의 청신호나 다름없다. 지난 3월 모닝, 아반떼 1.6, SM3 1.6 등 소형차와 NF쏘나타, SM5 등 중형신차 등이 판매호조를 보이며 올 들어 처음으로 9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줄어들긴 했지만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셈이다. 하루 판매대수도 평균 3,573대로 2월(3,448대)보다 3.6% 늘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얼어붙은 경기가 녹고 있음을 보여준다.관련업계에서도 “월별 내수 판매대수가 9만대를 넘어선다는 것은 내수가 살아난다는 징표”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승용차의 평균 보유기간이 6년을 넘어 일반적인 교체주기(4.5년)를 초과했다는 점도 신차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다.고가의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판매는 흔히 경기회복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의 지표나 현장분위기를 보면 회복세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자동차경기는 일반소비재에 비해 후행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값은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의 고가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곧바로 구매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시장의 ‘완연한 봄’이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올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시멘트 출하량 - ‘날개 없는 추락’“안 좋죠. 아주 좋지 않습니다.” 시멘트업계가 바닥 모를 불황의 늪에 빠졌다. 허우적대지만 탈출구도 마땅치 않다. 문제는 앞으로다. 겨우 2분기에 들어섰건만 올 한해 전망은 ‘마이너스 성장’이 대세다. 해결책이라면 오직 ‘시간이 약’이라는 투다. 현장상황은 최악이다. 공장마다 재고량이 쌓이면서 가동중단ㆍ생산조절에 들어간 곳이 수두룩하다. 불황가속은 구조조정 위기로까지 치달았다. 고질적이던 내수경기가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시멘트업계만은 예외다.건설경기는 내수 선행지표로 흔히 활용된다. 기계수입ㆍ선박수주처럼 경기를 앞서 반영하는 까닭에서다. 그런데 시멘트는 또 다르다. 시멘트 출하는 건설수주에 후행한다. 건설수주가 결정된 후 막상 공사가 시작돼야 시멘트도 쓰이기 때문이다. 결국 실물경기에 거의 동행하는 셈이다. 레미콘 출하량도 비슷하다. 건설경기에 불이 붙었다고 시멘트ㆍ레미콘업계가 바로 붐업이 되지 않는다. 최근 건설경기의 낙관론에도 불구, 시멘트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이런 이유다.지난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5,494만t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8%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4년보다 -4.1% 감소한 5,269만t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1분기는 최악이었다. 한국양회공업협회에 따르면 1~2월 시멘트 출하량은 43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0만t보다 무려 44.2%나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출하량 감소도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그나마 2분기 이후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확률이 높다. 이창근 대우증권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이후 건설경기의 L자 회복이 유력하다”며 “이렇게 되면 6개월 후인 내년 1분기부터 시멘트도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시멘트 출하량을 5,428만t으로 올해보다 159만t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업계는 내핍경영에 돌입했다. 시멘트 주문이 늘 때까지 ‘마른수건 짜내기’식의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박중석 쌍용양회 홍보팀 과장은 “한푼이라도 남기기 위한 관리비ㆍ원가절감이 최대 화두”라며 “업계는 지금 건설경기 회복만 쳐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저가 공세로 밀고 들어온 중국산 물량과 원자재(유연탄)값 상승 등도 악재지만, 건설경기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다. 때문에 업계는 정부의 대형국책사업의 조기집행ㆍ착공을 바라는 눈치다.휘발유ㆍ경유 - 소비 추세 ‘바닥’유가만 놓고 보면 경기회복은 낭설에 가깝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실제로 서민경제는 고유가 등살에 휘청거린다. 서민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인 까닭에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ㆍ물류업계의 경우 고유가에 따른 원가인상 요인 탓에 한계상황에 다다랐다.유가악재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가격상승과 소비감소다. 고유가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03년 5월 배럴당 25.7달러(WTI 기준)였던 게 올 3월에는 56.9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원유수입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지난해 말 34.15달러에서 최근 45달러 안팎으로 급등했다. 가계생활과 밀접해 ‘민생유’로도 불리는 휘발유값도 고공행진이다. 2003년 9월 1,267원(ℓ당)에서 4월 현재 1,400원을 웃돌고 있다. 경유도 급등세다. 2003년 6월 731원에서 현재 1,030원대까지 뛰었다. 전망도 부정적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석유화학)는 “지난해 평균유가(WTI)가 42.1달러였는데 올해는 최대 48~49달러까지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제유가가 1~2개월 후 내수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올 한해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석유소비 감소세도 뚜렷하다. 하향 그래프는 2003년 말부터다. 지난해 내수소비량은 총 1.3% 감소했다.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5,800만배럴에 그쳤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소비량이 더 적은 수준이다. 경유 소비량도 하락세다. 지난해 총 1억4,450만배럴이 사용됐는데, 이는 전년보다 약 0.6% 감소한 수치다. 산업용인 경유는 그나마 소비량이 꾸준했지만, 주로 가계소비용으로 팔리는 휘발유는 경기침체에 일희일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이한 건 올 2월 휘발유 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임진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석유화학)는 “설연휴가 자동차 운행을 늘린데다 지난해 2월 소비량이 적었던 베이스 효과 때문”으로 추측했다. 한편 1월 휘발유ㆍ경유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각각 1.02ㆍ4.8% 줄었다.업계는 불황타개에 본격 나섰다. 내수부진을 수출확대로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적극적이다. 주정빈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팀 부장은 “지난해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해외수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올 1분기 수출도 벌써 3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석유화학ㆍ유전개발 등 신사업 발굴에도 열심이다. 정유 하나만 갖고는 비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최근 이름을 바꾼 GS칼텍스처럼 ‘정유’란 단어를 회사명에서 빼는 것도 추세다.고속도로 통행량 - 그럭저럭 현상유지올 1분기 화물물동량을 보여주는 고속도로의 대형화물차(4종)와 특수화물차(5종) 통행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다소 줄었다.지난 1~3월 4종 대형화물차(10t 이상~20t 미만)의 물동량은 418만4,0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9만3,420대에 비해 약 2.5% 줄었다. 1월에 다소 늘었던 대형화물차 통행량은 2~3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5종 특수화물차(20t 이상 화물차)는 지난해 1~3월까지 829만9,889대의 물동량을 기록한 데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807만9,945대에 그쳤다. 특수화물차 통행량은 1월과 3월에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2월에는 줄었다.이는 유의미한 수치 변화는 아니라는 게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다만 올 1분기 고속도로 전체 통행량이 지난해보다 0.2% 올라 거의 변화가 없는 것과 비교하면 출퇴근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물수송 차량이 다소 줄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물류경기의 변화는 물류업체들의 자체 분석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대한통운의 경우 올 1분기 택배물량이 12~13% 늘었다. 하지만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택배물량은 신용대란 문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던 지난 2003~2004년에도 8~9% 가량 늘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따라서 올해 물량 증가분을 놓고 내수경기가 좋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현대택배 역시 “특별히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택배측은 “올 1분기까지 10% 정도 물량변화가 있지만 지난해 역시 같은 시기에 10% 가량 물량이 늘었기 때문에 지난해와 유사한 상황인 셈”이라고 분석했다.한편 항만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1~2월의 국내 항만 수출입물자 취급실적은 7,283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96만t과 큰 차이가 없다. 항만 수출입물자 취급실적은 경기 후행지수에 가깝지만 1분기 고속도로 화물물동량과 비교해서 보면 현시점의 물류경기를 읽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ksh1231@kbizweek.com·jun@kbizweek.comysjeon@kbizweek.com·selfz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