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개발 ·서비스 교육·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

신세계 이마트에는 동종업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스타플레이어가 적잖다. 세계 각국에서 위력을 떨치는 외국계 할인점을 물리치고 명실상부 1위로 안착하기까지 이들의 땀이 밑거름이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정오묵 RE(Retail Engineering)담당 상무(49)는 지난 93년 이마트 1호점인 서울 창동점을 개발, 이마트 신화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점포 개발, 리뉴얼, 운영 등을 총괄하며 이마트 핵심 브레인으로 자리잡은 정상무는 그러나 “93년 당시만 해도 사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놓는다. 애물단지였던 창동 부지를 새로운 업태로 개발하라는 회사의 특명이 실현 불가능한 주문으로 들렸기 때문. 그러나 1년이 채 안돼 국내 첫 할인점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데 이어 ‘가격보상제’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휘몰아치듯 시장을 넓혀갔다.정상무는 최근 기라성 같은 대기업 CEO 10여명과 함께 신간 <대한민국 핵심인재>에 실렸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남다른 용기와 실험정신으로 소신을 밀어붙인 도전적 인재”라는 게 저자들의 평. 정상무는 “토종소매업체가 쟁쟁한 외국계 업체와 대결해 이겼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하면서 “앞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면 끊임없이 바꾸고 개선하는 유연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전국 3,000여 주부 계산원의 대모인 송인희 MSV팀 과장(53)은 지난 11월8일부터 일주일 동안 경북 안동에 있었다. 71호 안동점에서 일할 주부 계산원들의 마무리 교육을 위해서다. 지난 83년 신세계백화점 1기 주부사원으로 입사, 20여년간 유통현장을 누빈 그녀는 새로운 점포가 오픈할 때 가장 바쁘다. 신규점 오픈이 많을 때는 한 달의 절반 이상을 지방출장으로 보내야 할 정도. 송과장은 “점포수 20개였을 때 이마트로 와 지금은 71개가 됐으니 회사와 함께 성장한 느낌”이라고 말하며 “1등업체 만들기에 한몫 한다는 보람에 언제나 즐겁다”며 웃었다.지난 10월 이마트 안팎의 이목이 온라인에 집중됐다. 오프라인 이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을 통합하는 ‘이마트몰’이 오픈했기 때문. 대형 유통사의 첫 번째 온오프 통합 시도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한달간의 시험운영 결과는 ‘긍정적’이었다.이마트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영수 온라인팀 부장(45)은 “이마트의 품질과 고객의 신뢰는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며 “조만간 대형 온라인쇼핑몰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이마트몰의 ‘온오프라인 통합’은 가까운 이마트를 온라인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한 솔루션을 말한다. 특히 11월18일부터 생선, 고기, 회 등 신선도를 요구하는 상품들도 온라인 주문 후 2시간30분 내에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문구 및 완구류 바이어, 대구 만촌점장 등을 거친 그는 “매장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며 “내년 4월 정식 온라인쇼핑몰이 그랜드 오픈한 뒤 또 다른 신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한달에 2~3차례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타는 남자. 이돈형 중국지원팀 수석부장(44)은 이마트의 중국진출과 점포관리를 총괄하는 중국 전문가다. 2개 점포가 있는 상하이와 3호점 개점 준비가 한창인 톈진이 주요 활동무대다. 한국보다 경쟁이 더 심한 유통 전쟁터에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영업현장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부장은 “중국과 한국 소비자는 성향, 소비패턴이 확연히 다르다”면서 “현지화 전략이 좋은 반응을 불러올 때 보람이 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금석헌 수산팀 과장(41)은 소문난 ‘생선 박사’다. 국내외 수산물 산지를 직접 드나들며 조업부터 어획 상황, 경매, 유통까지 훤히 꿰뚫는 전문바이어. 금과장의 손을 거쳐 대박이 난 수산물이 하나둘이 아니고, 가격이 확 내려간 고급어종도 적잖다. 킹크랩, 대게, 대하, 연어, 메로, 대구 등은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노력 끝에 일반서민도 접할 수 있는 상품으로 거듭났다.물론 국내 어민들에게도 금과장은 환영받는 존재다. 각종 기획전을 통해 ‘최초’라는 수식어도 숱하게 달았다. “2~3년 전만 해도 질 좋은 수산물은 선진국에서 거의 독점, 국내 소비자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그는 “품질은 올리고, 가격은 내려 소비자에게 공급할 때 보람이 대단하다”며 뿌듯해했다.지난해 이마트는 개점 10주년을 맞아 ‘10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는 이벤트를 벌여 큰 바람몰이를 했다. 이 아이디어를 냈던 방종관 마케팅팀 부장(42)은 이마트 내에서 ‘불도저’로 불린다. 매출이 부진한 조짐이 보일 때 방부장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폭발력을 발휘하며 단박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곤 하기 때문. 지난 6월 할인점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DM마케팅을 펼쳐 30% 이상 매출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한시도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 “100개를 메모하면 1~2개는 훌륭한 작품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달 평균 3~4개의 고객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서너 달 앞의 행사를 기획하는 비결도 메모 덕분이라고.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행사를 가장 앞서 펼치기도 했던 방부장은 “마케팅이 천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지난해 이마트에는 ‘특이한 경력’의 신참이 입사해 화제가 됐다. 학사장교 출신의 고해실 사원(이마트 은평점 문화파트 총괄ㆍ27)은 이마트가 뽑은 장교출신 사원 가운데 홍일점. 남자들도 꺼리는 매장관리분야에 자원, 상품 입점부터 진열, 배송, 인력관리, 고객응대까지 도맡고 있다. 유통에 관심이 많아 복무 중에도 병참에 근무했던 그녀는 “하루 10시간 정도 서서 일해 군대생활보다 더 몸이 힘들지만 마음은 더없이 만족스럽다”면서 “공부를 계속해 할인점 서비스 체계를 구축, 전문강사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당찬 꿈을 밝혔다.돋보기 이마트 표준화팀 테넌트파트임대매장 책임지는 ‘마술의 손’새로 개점하는 할인점에 어떤 브랜드, 어떤 업종을, 어떤 형태로 입점시키냐는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표준화팀 내 테넌트파트는 직영코너를 제외한 모든 임대매장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할인점이 직영할 수 없는 미용실, 약국, 병원, 안경점, 레스토랑, 세탁소 등을 요소요소에 배치해 다른 매장과의 시너지 효과와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게 임무다.“지난 99년 업계 최초로 미용실을 유치하자고 결정했을 때만 해도 미용업체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트와 손잡으면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지요. 소비 트렌드를 읽고 적합한 아이템을 선정해 좋은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낼 때는 일하는 기쁨이 두 배가 됩니다.”테넌트파트는 30대 젊은층으로 구성돼 있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물론 길을 갈 때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고. 파트장인 위수연 대리는 “합리적인 소비와 가치 소비를 병행하는 요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한시도 안테나를 내릴 수 없다”면서 “새 브랜드, 새 업종의 등장과 소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테넌트파트에서는 할인점의 입지나 성격에 따라 같은 업종이라도 다른 브랜드와 운영방식을 적용한다. 해당 지역의 소득수준, 소비패턴 등도 중요한 고려 사항. 매장 레이아웃, 브랜드 선정, 임대료 결정, 인테리어, 프로모션, 고객불만 접수에 이르기까지 임대매장의 모든 것을 총괄해 ‘재간둥이 부서’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다. “이마트에 들어오면 어떤 브랜드도 1등이 됩니다.” 테넌트파트의 통 큰 장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