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개발 표준모델화…70개 점포를 1개 운영하듯

유통업만큼 소비자와의 최접점에서 영업이 이뤄지는 비즈니스도 드물다. 그만큼 현장과 최고의사결정자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이마트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말단직원부터 CEO까지의 전임직원이 촘촘한 조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신경조직처럼 잘 짜여져 신경세포 하나인 직원의 의견이 두뇌인 경영진까지 신속하게 전달된다.매출파악부터 상품매입과 물류, 재고관리까지 영업 전반을 총괄하는 자체 정보시스템을 조직력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각 단계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필요한 순간에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로기능별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본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전국 70여개 점포현장에 신속하게 전달, 처리한다.또한 업무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각종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가령 이마트에서는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만 점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 마련한 ‘점장양성제도’의 교육을 받은 예비점장만이 자격을 갖췄다고 본다. 점장이 된 뒤에 점장교육을 시키는 대신 언제라도 점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평소에 길러놓는다.이와 같은 점장양성제도는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빛을 발하고 있다. 점장이 일주일에 2일을 일터에 나오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점장양성교육’을 받은 과장급이 그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주말에 점장 역할을 맡는 예비점장들은 일주일에 이틀간 자연스럽게 점포운영의 노하우를 배우며 차기 점장으로 성장해 간다.이처럼 이마트는 문제가 터진 후에 조치하기보다 앞서 준비한다. 물류센터 역시 3~4년을 앞서 미리 대비했던 이유로 효율이나 운영능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후발업체들이 이마트 물류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이마트는 자사의 물류시스템을 업계 표준이라고 자부한다. 이마트는 지금도 4년 후를 내다보며 120여개의 점포망에 걸맞은 물류시스템을 지난해 완성해 놓았다.이와 함께 이마트의 응집력을 단번에 보여주는 조직으로 ‘RE담당’과 ‘MSV’를 들 수 있다. RE(Retail Engineering)는 ‘소매공학’을 뜻한다. 소매업도 시스템 공학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표준화팀과 점포개발팀으로 나뉘는 RE담당은 70여개의 점포를 마치 1개의 점포를 운영하듯 매뉴얼을 만들었다.이마트는 점포를 새로 낼 때마다 표준모델(2개층ㆍ3,000평)을 적용한다. 점포를 개발할 때 필요한 각종 진행상황을 매뉴얼화했기 때문에 한달에 4개 정도의 점포도 문을 열 수 있다. 표준화된 점포개발전략 덕으로 이마트의 경쟁사가 연간 6개 정도의 신규점포를 문 연다면 이마트는 매년 1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한다. 점포뿐만 아니라 집기까지 표준화해 전국 점포의 상품진열이나 고객동선이 균일하다.‘판매관리자’를 뜻하는 MSV(Merchan-dising Supervisor)는 수만가지의 상품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시작됐다. 지금은 상품뿐만 아니라 전점포의 캐셔(계산대의 계산원)나 점장, 각종 홍보물까지 전체 점포를 속속들이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전점의 총 3,000~4,000명에 이르는 캐셔들의 계산 속도를 상향 평준화한 게 바로 MSV다. 한 점포에서 계산속도가 가장 빠른 캐셔를 찾아내고 이 캐셔의 업무스타일을 연구분석해 이를 전체 점포의 캐셔에게 전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