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인데 특별법이 결정타를 날린 꼴입니다. 국민의 생활을 돌봐야 할 정부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미아리 집창촌 부근에서 자그마한 술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푸념이다. 그는 자기만이 아니라 집창촌 일대 상인 수백명이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한숨을 쉬었다.특별법 탓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비단 집창촌 주변상인들만이 아니다. 유흥주점, 숙박업 등 성매매와 관련된 모든 업종에서 구조신호를 날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심지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모텔업계에 빌려준 수조원의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벌써부터 이들 업계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하지만 여성계와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부패한 성산업 자본을 바로잡고 유린당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제적으로도 유익하다는 설명이다. 성매매에 투입된 자본과 인력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투입되면 오히려 경제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여성계의 분석대로라면 특별법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쁜 요즘 ‘장기적인 유익’을 기다릴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성매매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집창촌 업주들과 그 주변상인들, 이들 못지않게 성매매의 혜택을 보고 있는 러브호텔 업주들은 하루가 길다는 입장이다.‘특별법이 시행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장사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데 그동안 모아둔 돈도 있을 테고 정 어려우면 업종을 바꿀 수도 있지 않으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업주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은행 대출금을 끼고 업소를 마련한데다 업소를 내놓아도 팔리지가 않아 전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유흥업소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단란주점, 룸살롱, 안마시술소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소일수록 영향이 크다. 영업을 포기하고 가게를 내놓는 업소도 등장했다. 강남지역의 부동산에 가면 매물로 나온 룸살롱, 단란주점이 쌓여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타격을 받은 지역은 물론 서울만이 아니다. 전국적인 특별단속에 부산, 제주, 인천, 광주, 대구 등 주요 대도시 유흥업소, 집창촌이 폐업위기에 몰렸다. 제주도의 고급요정 매출이 10% 수준으로 추락했고 인천시 옐로우하우스 집창촌의 여성종사원들은 연료 살 돈이 없어 냉방에서 밤을 보낸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성매매 금지의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지만 단속만 계속될 뿐이어서 음성적인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전국 유흥업소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초상집이다. 한푼이 아쉽고 단속이 무섭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일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성매매 실태 및 경제규모에 관한 전국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전국의 성매매업소수는 8만100개에 달하고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33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무려 24조원을 웃돈다.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1% 수준으로 농림어업에 버금가는 규모다.이를 토대로 특별법과 경제적인 영향의 방정식을 풀어보자. 정부가 바라듯이 특별법이 완전무결하게 효과를 발휘하면 33만명의 여성 종사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8만개 업소의 주인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물경 4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한다. 여기에 업소에 고용된 직원을 합하면 실업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이는 물론 이들이 전혀 전업을 하지 않았을 때의 가정이다.이번에는 금융계의 통계를 살펴보자. 업계에 따르면 모텔과 러브호텔 등 숙박업과 음식업에 대출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조9,051억원이다. 만약 숙박업계의 ‘엄살’대로 대출금을 갚지 못할 때의 파장은 짐작조차 어렵다. 물론 담보물이 있을 테고 모든 업소가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므로 15조원을 헤아리는 대출금 미수 현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그러나 정부와 여성계는 오히려 성매매특별법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우선 24조원에 이른다는 돈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부문에서 쓰인다면 경제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접대비 지출을 지양하고 이를 사원복지, 사회환원, 기술개발에 쓴다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인력적인 면에서도 수십만의 젊은 인력이 생기는 셈이니 오히려 인적자원에 활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의 재활과 업종전환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를 도와줄 방법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재활을 위해 전국 곳곳에 ‘쉼터’를 설치하고 직업훈련 등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향후 더 많은 지원을 해 성매매 여성의 전업을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작 성매매 여성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프로그램을 이수할 동안 생계가 막막한데다 직업훈련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얻는다 해도 돈벌이가 신통치 않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특별법이 강제적이고 착취적인 성노동에서 여성들을 구출하자는 목적에서 제정, 시행됐는데 이 법의 수혜자인 성매매 여성들이 등을 돌린다면 법의 취지가 무색하다. 이 대목에서 특별법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경비즈니스>가 MSN 메신저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사람이 특별법의 실효성을 의심했다. 오히려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특별법은 강력한 단속 없이는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수요가 있는데다 타 업종에 비해 큰돈을 벌 수도 있으므로 성매매업을 자진해서 포기할 업주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많은 보수를 원하는 여성들의 유입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속의 끈은 터무니없이 헐렁하다. 연인원 7만여명이 투입돼 4,500여명을 검거했다지만 그 사이에도 성매매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언제까지 이런 대규모의 경찰력을 동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성매매 여성들은 단속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을 하는 축도 있다. 단속을 피하는 대형 룸살롱의 기법은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이른바 ‘시스템’적으로 단속을 피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대형 룸살롱의 경우 오히려 전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성구매자가 안전한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찰과 업주의 밀착관계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이도 저도 안되면 아예 해외 성매매시장으로 날아간다. 중국의 선전에는 이미 한국인 성구매자를 상대로 한 업소 10여곳이 성업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와 관련, 용산역 집창촌의 한 업주는 “집창촌처럼 단속하기 편한 곳도 단속하고 음성적인 성매매는 전혀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단속으로는 성매매를 음성화시켜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성매매 허용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여성들도 있다. 집창촌 여성 종사원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역전 등 공개된 자리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단식농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여성들의 협조를 기대하던 정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국내에서 성문화는 급속히 개방돼 왔다. 98년부터 불기 시작한 러브호텔 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화, 인터넷, 모바일 등 온갖 매체에 성인 콘텐츠가 노출돼 있고 러브호텔, 성인 전용 휴게텔,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 성매매를 알선받을 수 있는 장소는 도처에 널려 있다. 다시 말해 성과 관련된 산업, 종사자, 자본의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규모 산업을 개혁하기 위한 정부의 칼은 너무 무디고 순진했다는 지적이 많다. 좀더 세밀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칼은 칼집을 떠났다. 경제적,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해 정부가 과연 어떤 초식을 펼쳐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