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인재관은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의미의 ‘인내사(人乃社)’로 요약된다.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가 사람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사람은 기업의 일부이자 전부’라는 뜻이다. 이는 창립 때부터 50여년간 이어져오는 한결같은 인재경영관이기도 하다.SK의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도 이 정신이 녹아 있다. △기업경영의 주체는 사람이며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인간위주 경영원칙’이 그것이다.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 “내 일생을 통해 80% 정도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 인재육성은 SK 최고경영자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 중 하나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특히 다른 기업과 확연히 다른 SK만의 인재육성법 중에는 ‘최고경영자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신입사원부터 모든 직급의 교육에 회장 및 관계사 CEO들이 직접 참여, 회사의 비전과 발전방향에 대해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올 초 신입사원 교육을 필두로 10여차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SK는 새로운 50년을 이끌 인재를 ‘△창의적인 사고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패기 있는 SK인’으로 상정했다. 이를 통해 ‘젊은 SK’를 만든다는 것.‘창의적인 사고’의 경우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힘’이 키워드다. 상세한 설명 없이 적당한 가이드라인만 제공해 주고 스스로 문제해결의 방향을 찾도록 교육하는 것은 고 최종현 회장의 인재육성 방식이기도 하다. 또 치밀한 사고와 판단력을 갖추되 위험을 회피하고 과거를 답습하기보다 과감히 맞서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사람,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생각으로 변화 추구의 원동력을 스스로 찾아내는 사람을 새로운 인재상으로 정립했다.더불어 ‘일과 싸워서 이기는’ 패기도 필수 덕목으로 설정했다. SK의 인재들은 사고는 적극적으로, 행동은 진취적으로, 일처리는 빈틈없고 야무지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이 같은 새 인재상은 SK의 각급 교육 프로그램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새로운 SK의 50년을 시작하는 1세대 신입사원’이라는 의미를 가진 만큼 교육에 들이는 공이 남다르다. 지난 7월 최태원 회장은 이들에게 ‘회사가 되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SK 인재육성 프로그램의 특징은 생생한 현장교육에 있다. 창의적인 사고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을 탈피해 ‘현장-체험-토론’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초급 경영인의 출발점인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부터 기업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자질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통상 2주간 진행되는 신입사원 교육기간에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은 입소 첫날과 ‘SK의 역사와 경영법’에 대한 설명시간을 포함, 총 이틀 정도가 전부다. 나머지 기간에는 강의장 또는 외부 현장에서 토론과 참여, 체험을 주제로 ‘초급 경영자의 출발교육’을 받게 된다.사회봉사활동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외부 현장교육의 일환으로 올 초부터 신입사원 연수과정에 사회봉사활동을 제도화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높여주기 위한 노력들을 몸으로 체화(體化)하도록 한 것이다.신입사원들은 교육기간 중 하루 동안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직접 사회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이미 서울 상도동의 산동네와 ‘나사로의 집’, ‘늘 섬기는 효행의 집’ 등을 방문해 독거노인, 장애인, 극빈자들을 위한 연탄배달, 도배, 청소, 세탁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을 방지하기 사후 프로그램을 동시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SK는 지난 7월 발족된 그룹 차원의 ‘SK자원봉사단’과 함께 이들 신입사원이 향후 사회봉사활동을 전파하는 ‘사회공헌 프런티어’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각 기업이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로 그룹을 새롭게 정의한 SK는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을 심는 데 교육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SK의 역사와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심신수련도 할 수 있는 산행교육을 신설한 것도 이 같은 의지에서다. 신입사원 및 신임 팀장, 신임 부차장들이 산행을 떠나는 충북 충주의 인등산은 “국가동량을 양성한다”는 의미로 고 최종현 회장이 직접 가꾼 산림 중 하나. 총 4,100ha 임야에 330만 그루의 나무가 연출하는 거대한 숲 속에서 SK의 경영철학을 되새겨보고, 기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SK 교육 프로그램의 또 하나 특징은 ‘심기신(心氣身) 수련’을 한다는 것. 기체조, 호흡, 명상법 등을 강의하는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임직원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패기 넘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임원 육성 프로그램 또한 탄탄하다. 임원육성제도인 EMD(Executive Management Development System)를 비롯, 각사 특성에 맞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외 유수 대학들과 제휴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임원교육은 사관학교 뺨칠 정도로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지난 94년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도입한 EMD는 최고경영자를 조기에 발굴해 계획적, 체계적으로 개발ㆍ육성하기 위한 제도. 크게 임원자격요건과 평가ㆍ선발, 개발ㆍ육성의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임원과 차ㆍ부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MBA인 ‘선더버드(thunderbird)’ 프로그램의 경우 각 사별로 매년 5~10명이 이수하고 있다.해외 유수대학들과의 제휴를 통한 성과도 눈에 띈다. SK(주)는 미국 카딘대학과 제휴, 선진경영기법 습득 및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육성을 위해 글로벌 MBA과정(법률, 회계, 인사, 전략, 기술 등 전문분야 해외 석사과정 포함)인 FCDP(Future Competency Development Program)를 운영 중이다. 또 사이버 교육 시스템인 VLS(Virtual Learning System)를 통해 연간 60여개의 교육과정을 개설, 임직원이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SK케미칼도 7주 과정의 사내 MBA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특히 화상강의시스템을 이용해 수원, 울산사업장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고 향후 외국 대학의 강좌를 화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올해 SK는 수시채용 원칙을 바탕으로 하되 대졸인력의 사회 유입에 따른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 공개채용도 병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경력직을 포함, 800여명의 대졸사원을 신규로 채용하기로 해 올해만 총 1,500여명에 달하는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INTERVIEW 이노종 SK아카데미 원장‘평가’ 아닌 ‘진단’으로 인재 양성“다른 그룹사의 인력개발 방식은 평가 위주에 맞춰져 있지만, SK는 다릅니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이고, 리더가 되기 위해 무엇을 보충해야 하는가를 진단을 통해 알도록 하지요. 자신도 모르던 약점을 알게 되면 최상의 자기계발 효과를 내기가 수월해집니다.”이노종 SK아카데미 원장(부사장)은 “SK식 인력개발의 포인트는 평가가 아닌 진단에 있다”고 말한다. 진단을 통해 해법을 찾고 궁극적으로 회사와 임직원이 윈윈하는 역량강화의 성과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력개발의 방향은 29년 전 고 최종현 회장이 재계 최초로 인력개발원을 세울 때부터 정립돼 온 것이다. ‘직원’이 아닌 ‘경영자’를 키운다는 큰 방향 역시도 인재양성을 중요시해 온 SK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이원장은 SK아카데미의 역할 가운데 ‘SK밸류 심기’를 강조했다. 새롭게 출발한 SK가 개별 회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로 환경이 달라진 만큼, 그룹을 하나로 묶는 ‘기업문화와 철학’의 공유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장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는 것도 SK아카데미의 특징. 심신수련원을 두고 심기신(心氣身) 수련에 주안점을 두는 것도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점이다.용인시 원삼면에 자리잡은 SK아카데미는 지난 75년에 개원해 내년에 30주년을 맞는다. 1년에 3,000여명의 임직원이 이곳을 거쳐가고, 신입사원은 물론 회사의 중추인력이 이곳에서 더 젊고, 더 강한 SK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원장은 “사람이 자원이라는 대원칙이 SK아카데미의 존재 이유”라고 밝히고 “새로운 SK로의 변화도 이곳에서부터 태동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