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을 생각하기에 앞서 어떤 기업이 강한 기업인가에 대한 개념 정리가 우선 필요하다.흔히 주가가 비싼 기업이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언뜻 보기에 강해 보이는 큰 기업들도 작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생존은 기업이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생존하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도, 자랑할 만한 기술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진정 강한 기업은 거친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면서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꿋꿋이 나아갈 수 있는 기업이다. 당연하게도 강한 생명력을 지닌 기업은 위기가 닥쳐도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힘들어하기 때문에 더 큰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된다.강한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쟁업체가 갖추지 못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특징들은 지금은 물론 먼 미래에도 여전히 강력한 경쟁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강한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객의 마음을 먼저 읽어라고객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어느 기업이건 고객이 어떤 제품을 좋아할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평범하고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고객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가짐을 달리 가져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잘 파악하는 기업들이 독심술과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객의 요구 변화에 민감하고,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고객의 생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겉으로는 큰소리로 ‘고객’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사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고객의 소리를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성공경험이 있는 기업일수록 더 큰 선입견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매킨지의 기업성과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지난 1962년에 실존했던 1,008개의 미국 대기업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160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많은 기업이 사라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최근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기업의 분석활동들이 기업 구성원들의 사고를 더욱더 ‘수렴적’으로 만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철저히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즉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이다.‘수렴적 사고’는 기업에서 생산성을 높인다든가, 관리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수렴적 사고’는 시장과 고객의 크고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데 방해가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수렴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사고의 폭과 창의성을 넓히는 일은 고객의 마음을 읽는 준비운동인 셈이다.브랜드를 주가 관리처럼기업간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상품의 품질도 상향 평준화되는 것이 요즘 산업계의 트렌드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고객과의 연결고리는 기술도 특허도 아닌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도 브랜드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브랜드 관리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더군다나 수많은 제품에 파묻힌 복잡한 구매 환경 속에서 고객의 구매의사 결정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다름아닌 브랜드다. 그 브랜드가 믿을 수 있고 마음에 든다면 구매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객의 마음속에 자사의 브랜드가 자리잡게 되면 자사에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의사결정을 쉽게 해주는 윈윈(Win-Win) 효과를 기대해도 된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브랜드 관리를 잘하면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 관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가치는 제품의 품질, 디자인, 임직원의 행동 등 총체적 기업 경영활동의 결과를 반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업 경영의 다양한 요인 중 브랜드와 가장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것은 주가라고 할 수 있다.주가는 기업 경영활동의 결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주가는 총체적 경영활동에 따라 결정되므로 대다수 경영자나 종업원들은 주가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덧붙여 보조수단으로서 주주관계(IR) 활동이나, 자사주 매입 등 일정한 수준의 주가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오히려 브랜드 관리가 주가관리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브랜드 관리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제한적인 활동에 지나친 기대를 갖게 되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브랜드가 브랜드 관리만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곧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과 같다. 모든 임직원들이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서 철저히 인식하고,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최고의 브랜드는 만들어진다.대담한 비전과 강한 체질을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과의 연결고리로서 강한 브랜드를 구축하더라도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면 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내부의 결속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담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비전이다. 사람들은 당장 배가 고파도 꿈이 있으면 참아낼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비전의 조건으로서 임직원을 자극하고, 도전적이 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안정된 조직은 많다. 그러나 안정된 조직은 구성원들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다. 구성원이 대담한 목표에 자극받아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조직이 안정된 경우는 흔치 않다.강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절제가 필수적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호황에 접어들면 이런저런 유혹이 다가온다. 먼저 무리한 사업 확장의 유혹이 다가온다. 물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역량을 넘어서는 무리한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피해야 함에도 그런 일은 종종 생긴다. 법률이나 도덕에 어긋나는 기업활동에 대한 유혹도 있다. 또 단기성과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밀어내기식 판촉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이러저러한 달콤함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는 일은 강한 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의지가 강하고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 자기절제를 할 수 있듯, 기업의 모든 임직원이 비전과 윤리경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을 때 비로소 유혹에 빠지지 않고 강한 기업의 길을 갈 수 있다.유연함이 곧 강함이다 노자는 가장 강한 존재로 물을 꼽았다. 부드러움이 곧 강함이라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는 것은 맹수가 아닌 작은 미생물들이다. 불확실성이 계속 커져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도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유연함은 전략의 유연함과 운영의 유연함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바쁠 때는 조종사도 짐을 싣는 것을 거든다고 한다. 이러한 말단의 유연성에서부터 전사적 장기전략의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 진정한 미래의 강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