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5대의 직기로 출발한 SK그룹. 지천명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을 거듭했고, 국내 굴지의 재벌로 우뚝 섰다. 특히 일부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SK를 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은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완성’이다. 국내 최초로 섬유수출의 길을 열었고, SK(주)를 중심으로 지난 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도 세계 13개국 16개 광구의 석유개발에 참여, 우리나라를 당당한 산유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80년대 중반 들어서는 새로운 중점 사업분야로 정보통신을 채택, 본격 뛰어들었다. SK텔레콤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분야는 1996년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마침내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새 장을 열었다.지난 50년간 국내 재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SK는 100년을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에너지, 화학, 정보통신이라는 기존의 주력산업과 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산업으로 금융과 물류, 서비스분야를 향후 중점산업으로 삼아 이 분야의 역량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뉴SK 사업장은 해외특히 해외시장에 대한 SK의 관심은 지대하다. 더 이상 국내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 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50년’의 시작에 맞춰 사업영역을 ‘해외지역’으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는 그동안 에너지 및 화학, 정보통신분야에서 수출 기반산업의 역할을 맡아오던 주요 사업체제에 ‘해외 및 수출기업 역할’을 추가하기로 하고 조직정비 등 대대적인 해외전략 강화에 돌입했다.우선 SK는 주력 계열사인 SK(주)의 에너지사업과 SK텔레콤의 정보통신사업의 특성이 내수를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이라는 오해 때문에 내수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을 감안, 수출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SK그룹이 정보통신사업을 시작하고, CDMA사업을 본격 추진한 이후 이 분야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SK가 IT코리아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에너지 및 화학분야 역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시설에 대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수출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SK는 에너지 및 화학, 정보통신 등 양대 분야에서 직접 수출을 제외하고 기반산업 역할을 함으로써 수출에 기여하는 것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들이 직접 수출하고 있는 규모만 올 상반기에 50억달러에 육박, 올해 전체로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연간 직ㆍ간접 수출규모를 합치면 4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SK는 앞으로 새로운 50년과 뉴SK의 본격적인 출범에 맞춰 전략을 더욱 가다듬을 방침이다. 특히 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직접 수출의 양적인 확대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에너지 확보와 국가 전략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해외사업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먼저 SK(주)와 SK텔레콤의 해외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SK(주)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자원 개발과 해외사업 및 수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R&I부문(Resources & International)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각 사업부문별로 분리돼 있던 조직이 통폐합되거나 신설돼 해외사업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울러 SK(주)는 연간 6조원 규모의 수출과 에너지 자급률 2% 정도를 책임지고 있는 해외자원 개발, 중국 등의 해외사업 분야에서 일의 가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SK텔레콤 역시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담당하던 조직 안에 글로벌 사업추진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특히 글로벌사업본부 내 글로벌전략팀을 사업과 전략개발을 담당하는 글로벌전략본부로 승격시켜 해외시장 개척을 담당하는 글로벌사업본부와 함께 양대축을 담당하도록 했다.특히 이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40여명의 인력을 사내공모 방식으로 보강해 전체 인력을 100여명으로 늘렸으며 앞으로도 사업 추진과정에 따라 추가로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신배 사장 역시 사장취임 후 줄곧 “이동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사업 발굴과 함께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세계 넘버원 노리는 SK(주)국내 1등 SK(주)의 눈은 이미 세계로 향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회사로 발돋움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반도체나 자동차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듯이 에너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우선 SK(주)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R&I부문을 중심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1개국 17개 광구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북서아프리카, 남미, 카스피해, 중국 등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확대, 유망 탐사사업 참여와 매장량 매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오는 2007년까지 총 5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외국의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구체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남미 최대의 가스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페루 카시미아의 가스전에서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추가로 가스광구 개발권을 확보했으며, 브라질의 해상광구 2곳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다.‘제2 SK’ 중국에 건설SK의 해외전략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하나는 중국사업이다. 한ㆍ중수교 이전인 90년과 91년에 각각 생산공장 진출과 사무소 개설 등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SK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하나하나 실현시키고 있다.이미 지난 2001년 상하이 CEO세미나를 통해 1단계 전략을 발표했고, 최근 들어 2단계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에너지 및 화학과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3대 주력사업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SK그룹 위상과 맞먹는 기업을 중국 내에 만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99년 SK차이나, 2002년 SK텔레콤차이나를 설립해 정보통신사업의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에는 SK(주)의 에너지, 석유화학, 생명과학분야 중국투자를 총괄하는 SK중국지주회사를 설립했다.SK는 에너지 및 화학분야에서 중국 산둥성, 푸젠성, 저장성 등 주요 지역에 총 13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등 총 13개의 사무소, 13개의 생산기지 및 38개의 투자법인을 보유하고 있다.정보통신분야에서는 차이나유니콤과의 합작사업인 모바일 인터넷 사업을 위해 만든 UNISK가 올 상반기에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 유무선 통합 등의 서비스 확대를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SK텔레텍이 중심이 돼 추진 중인, 중국 북서부를 기반으로 한 생산기지 설립도 올 하반기 중에 완료해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시장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이와 함께 2002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상하이의 신약개발연구소와 베이징의 병원 사업 등을 통해 중국에서의 생명과학사업도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개원한 베이징의 병원은 중국이 2000년에 의료시장을 개방한 이래 처음으로 문을 연 외국계 병원이다.외국자본의 공세와 SK의 진로지난 1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거듭 태어난 SK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SK의 경영권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당장 내년 주총에서 또다시 소버린자산운용과의 표대결도 앞두고 있다. 특히 SK(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60%를 넘어섰다. 따라서 소버린의 우호세력 역시 늘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증시 주변에서는 “소버린이 만약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율을 5% 정도만 늘리면 SK(주)의 경영권은 외국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물론 SK(주)의 문제는 단지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SK그룹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다른 국내 대기업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상당수 대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및 기업집단(재벌)에 대한 기존 대주주 지분은 상호출자규제와 출자한도제한, 금융기관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으로 묶여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투자가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대주주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있는 만큼 이는 오히려 역차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실제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외국자본의 시장진입이 가장 자유롭고, 주요 대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자국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제도)이 전무한 실정이다. 적대적 M&A에 쉽게 노출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비해 다른 선진국에서는 차등의결권주, 피라미드출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측면지원하고 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에 매달리느라 투자나 연구개발 등에 전념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에서 기업인들이 경영권에 과도하게 신경 쓰지 않고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경영권과 관련, 최태원 회장의 최근 모습은 비교적 담담해 보인다. 최근 열린 SK(주) 창립 기념행사에서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며 “시장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경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돋보기 싱크탱크 기능 대폭 강화경영경제연구소 인력 크게 늘려SK가 기업경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SK경영경제연구소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외부인력을 영입하고, 연구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아울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출신 왕윤종 박사를 소장으로 영입, 연구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SK경영경제연구소는 이전까지 경제연구실, 경영연구실, 정보통신연구실 등 3개 연구실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 기업연구실을 추가하고, 기획팀을 신설해 3개 연구실에서 4개 연구실, 1개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신설된 기업연구실은 산업기업 연구팀과 경영인프라 연구팀으로 구성돼 미래 경영의 요체로 일컬어지는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 등 첨단 경영기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 또 기존의 경제연구실에서는 거시경제와 관련한 연구를, 경영연구실에서는 실제 경영기법을, 정보통신연구실에서는 정보통신산업을 각각 연구하게 돼 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구인력도 10여명을 충원, 45명선으로 크게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