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극대화에서 행복극대화로.’뉴SK는 경영이념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윤극대화는 개발과 성장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기업목표라는 게 달라진 SK 경영이념의 핵심이다. 더 이상 직원 월급을 많이 주는 것만으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이제 SK의 경영철학은 사회구성원의 행복극대화다. 고객과 조직구성원, 주주와 사회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SK 기업문화의 근간인 SKMS(SK경영관리체계를 명문화한 것)에도 반영됐다.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SK그룹 연수원에서는 그룹 창사 51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주) 회장은 ‘뉴SK 재도약’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SK의 경영철학은 ‘행복극대화’가 돼야 한다고 처음 밝혔다.이후 SK 경영이념 업그레이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계열사 전임원이 참석한 워크숍에서는 이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새로운 경영이념에는 각 계열사마다 독립경영을 추구함으로써 과거 같은 1인 체제에서 벗어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시스템을 갖추되 SK라는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형태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다.이에 따라 최근 SK는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윤리경영 등에 과거보다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고객과 구성원, 주주와 사회라는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중에서도 사회의 행복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SK측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이 아닌 ‘사회적 역할’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우선 ‘자원봉사하는 조직’으로서 SK의 위상을 키워가려는 분위기다. 지난 7월 SK는 그룹 차원의 ‘SK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이는 기존에 사회공헌활동을 중시하던 차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그룹 차원의 공식조직을 만들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행보다. 각 계열사 차원으로 이뤄지던 사회봉사활동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시키고 전 임직원이 참여하게 한 것이다.13개 주력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단장은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이 맡았다. 특히 이를 단순한 행사가 아닌 기업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각 계열사별로 구성돼 있는 자원봉사단 단장을 해당 CEO가 맡게 했다.SK자원봉사단 발족 이후 그룹 차원의 봉사활동이 본격화돼 8월에 있었던 ‘사랑의 집짓기(Habitat) 2004’에는 최회장과 조정남 단장, 그리고 주요계열사 CEO 14명, 임직원 등 70여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참여했다.이 같은 최고경영자 차원의 활동뿐만 아니라 아예 신입사원 때부터 ‘사회적 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SK그룹은 매년 초 2주간 일정으로 신입사원 연수과정을 갖는데 올해는 여기에 하루 동안 사회봉사활동을 의무화하는 프로그램이 추가됐다.신입사원들은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연탄배달, 독거노인 함께 목욕하기, ‘쪽방’ 도배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 육체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으리라는 게 회사측의 말이다.SK측은 임원을 대상으로 필수 봉사활동시간을 두는 동시에 봉사활동비를 지원하고 참가 직원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항에 맞게 추진하고 있다. 또 ‘자원봉사센터’를 개설해 회사 차원의 봉사활동 외에도 희망하는 임직원들에게 봉사활동에 필요한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이 회사가 가중치를 두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는 장학사업이다. 이미 장학퀴즈나 한국고등교육재단 같은 장학사업은 30여년 동안 지속해 온 활동이다.SK는 이윤극대화라는 기업 내부적인 관점의 경영활동에서 행복추구라는 거시적인 개념을 철학으로 내세운 만큼 이를 알리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경영이념 변화와 함께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강화하는 중이다.우선 ‘6R’를 지정해 이에 해당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각각의 R는 PR, IR, ER(Employee Relationship)과 BR(Business Partner Relationship), GR(Government Relationship), CR(Customer Relationship) 등이다.따라서 PR를 통한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뿐만 아니라 BR, 즉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까지 도모하는 것이 강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특징이다. 예를 들면 BR지원팀에서는 정기적으로 협력업체에 소식지나 메일을 띄운다. 특히 지난 추석에는 대표명의로 ‘윤리경영을 추구하니 직원들에게 선물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협력업체와 관련해서는 행복추구라는 이념과도 직접 관련된다고 보고 그야말로 상생경영을 위한 아낌없는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 9월 초 최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대해 추석 이전에 조기결제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추석 이전에 계열사별로 납품대금 조기결제가 이뤄지면서 약 4,000억원의 현금이 이들 업체에 지급됐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위해 SK텔레콤은 ‘중소기업 우대결제기준’을 신설했다. 최대 60일이 걸렸던 대금결제기간이 줄어 11월부터는 납품 즉시 현금으로 결제받을 수 있게 된다.기업은행과 제휴해 SK텔레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발주계약서만으로 일반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생산자금을 대출받게 지원하기로 한 것도 BR 강화 차원의 활동이다.ER, 즉 내부 커뮤니케이션 강화 차원에서는 사내방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서만 운영해 왔던 사내방송시스템을 올 들어 SK(주)에도 신설했다. 직원들은 오전 8시50분부터 20분간 방송시간을 통해 잘 몰랐던 사내외 다양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사내방송은 내년까지 전 계열사로 확대될 예정이다.또 직원들은 달라진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따라 방송매체뿐만 아니라 면대면으로도 최고경영자와의 만남을 자주 갖는다.특히 최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이미 13차례 이상 ‘최고경영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수시로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사내 게시판도 활성화돼 있어 회사에 건의하고 싶은 내용을 띄우면 곧바로 담당자가 답글을 올린다.각 계열사의 CEO들 역시 지난해 SK사태 이후 직원들이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직원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수시로 e메일을 보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SK그룹이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하는 연간 비용은 약 2,000억원이다. SK그룹측은 자원봉사단 발족 등 업그레이드된 경영이념 구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사회변화의 동인으로까지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행복극대화가 실현되길 바란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의 이윤극대화는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 아니라 행복극대화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