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최고의 경영성과를 경신하며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발돋움한 포스코는 ‘명성 높은 기업’ 순위에서 3위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한경비즈니스> 선정 ‘2004년 한국 100대 기업’과 한국능률협회 선정 ‘존경받는 기업’에서 각각 3위를 기록한 데 이은 겹경사다.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정체성 부문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CEO 리더십이나 사회공헌 부문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의 명성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축인 셈이다.하지만 조직철학ㆍ문화 부문이나 인적자산, 마케팅 부문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대조를 이루었다. 소비자 대중을 직접 상대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부문이나 기업이미지 부문이 낮게 평가된 것도 포스코의 특징이다.반면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문 가운데 대외홍보 분야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철을 주제로 한 연작 광고나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의 효과에서 비롯된 결과다. 철강업의 강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융화시키는 한편 일상생활과 친숙한 분야라는 인식 심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강한 CEO, 리더십도 탁월포스코가 CEO 리더십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것은 과거 CEO 계보와 무관하지 않다. 1968년부터 93년까지 초대사장, 회장,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지키며 ‘포철’을 키워낸 박태준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70~80년대 경제개발의 상징이라 할 만큼 포철과 박태준 회장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이후 민영화된 포스코 시대를 열고 6시그마 등 경영혁신 과정을 통해 세계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한 유상부 회장도 스타 CEO로 명성을 떨쳤다.지난해 3월 유상부 회장에 이어 6대 회장에 취임한 이구택 회장은 69년 공채 1기로 입사, 34년 만에 최고경영자가 돼 화제를 모았다. 이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기업투명성, 윤리성이 부쩍 강화된 한편 성장성, 수익성, 기업가치 면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특히 올 상반기 경영실적은 이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을 가늠하는 척도로 손색이 없다. 상반기 포스코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가 늘어나 9조3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0.9%, 60.4%가 늘었다. 상반기 순이익만 따지면 1조6,340억원. 더불어 재무구조도 더욱 견실해져 부채비율은 전년 하반기 42%에서 36.5%로 감소하고 자기자본비율은 73.3%로 늘어나는 실적을 보였다.지난 7월 열린 상반기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는 “하반기에도 세계 철강시장 환경변화를 즉각 경영활동에 반영, 18조7,600억원의 매출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초 계획했던 2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도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한편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기업의 세계 경쟁력 강화에서도 한치 물러남이 없다는 의미다.이처럼 세계 속으로 돌진하는 포스코를 진두지휘하는 이회장은 일찌감치 사내에서 ‘CEO감’으로 점찍힌 인물이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려다가 주임교수였던 윤동석 전 포스코 부사장의 권유로 진로를 수정한 게 지금의 이회장을 있게 했다. 당시 윤교수는 “철강을 지배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해 왔다. 우리나라에 제철소가 성공하려면 제대로 공부한 인재가 필요하다”며 이구택 회장을 이끌었다고.얼마 전 언론에서는 이회장의 코멘트를 비중 있게 다뤄 화제가 됐다. “회사이윤과 기업윤리가 상충될 때는 주저 없이 기업윤리를 선택하라”는 말이 그것. 포스코 홍보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아닌데도 많은 매체가 이를 인용해 더욱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이회장은 매월 개최하는 운영회의 석상에서 “비윤리적 행위와 회사의 이익이 상충될 때 윤리적 행동이 회사의 이익을 보장한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포스코 회장 중 기업윤리를 가장 강력히 실천하고 있는 CEO로 꼽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무엇보다 현재 포스코가 처한 상황과 역사성을 예리하게 꿰뚫는 시각이 윤리경영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영화되기 전 포스코는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 외부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전문경영인체제로 민영화된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회장은 “포스코가 부패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포스코와 포스코의 경영체제를 제대로 이해해 줄 때까지 성직자처럼 처신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하면서 임직원들의 자세를 가다듬었다는 후문이다.‘지역사회와 공존공영’ 적극 실천포스코의 명성지수를 높이는 또 다른 축인 사회공헌 활동은 다른 기업의 모범이 될 만큼 튼실한 내용과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사회공헌 활동을 핵심 경영전략에 포함시킬 만큼 비중이 크다. 포스코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은 지난해 1인당 연 8회 이상 참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특히 기업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극적 개념을 넘어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성원과 사랑을 돌려주고 지역사회와 공존공영한다는 적극적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과 광양지역에 대한 공헌활동의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두 지역에 효자, 백운 아트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스틸러스와 전남드래곤즈 축구단 창단, 축구 전용구장 건설, 초등학교 축구대회 개최, 체육 육성금, 전국체전, 도민체전 지원 등 문화ㆍ스포츠 분야에 공헌을 아끼지 않고 있다.또 포스코 교육재단 산하에 14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한편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 대학인 포항공과대학교를 설립한 바 있다. 포스코장학회를 통한 장학사업,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철강캠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명사 초청 강연회’ 등도 지역 교육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다.지난해 창단한 ‘포스코봉사단’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을 핵심 경영전략의 하나로 더욱 활발히 전개한다는 실천의지나 다름없다. 전체 봉사활동을 기획 조정하고 자원봉사의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는 창구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 만들기를 위해 ‘소리 없이 움직이는 철’처럼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