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경영성과, 인적자산, 사회공헌, CEO 리더십 등 전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최근 해외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투톱’을 이뤄 좋은 활약을 보인 점이 반영된 것이다.우리나라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기계산업인 만큼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종사하는 인원도 21만명으로 전체 제조업의 7.6%를 차지한다.따라서 최근 국내 선두기업인 현대자동차가 도요타, GM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본 설문응답자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해외시장에서의 약진은 현대자동차의 명성을 높인 것은 물론 앞날을 밝게 한다.세계 자동차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빅5’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기아자동차를 포함해 세계 7위권인 현대자동차가 2010년 ‘세계 자동차 5대 메이커 진입’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사력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다행스럽게도 해외시장에서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머지않아‘빅5’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들이 많아졌다.이번 조사에서 경영성과와 마케팅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런 기대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영성과는 ‘눈부시다’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무엇보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북미시장에서 세계 자동차 강자들에 전혀 밀리지 않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EF쏘나타, 그랜저XG 같은 중대형 승용차 및 RV차량인 싼타페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전년 대비 7.5%가 늘어난 51만4,000대를 팔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국내시장에서도 선두주자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4조9,673억원, 영업이익 2조2,357억원, 당기순이익 1조7,49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일궈냈다. 더군다나 EF쏘나타, 아반테XD, 1t 트럭 포터가 연간 최다 판매 차종 1~3위를 휩쓸었다. 재무상태도 더욱 좋아져 부채비율과 차입금 비율이 각각 94%, 20.7%로 전년도의 99.5%, 31.3%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인재육성, 품질경영 측면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일류기업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경영전략부문 평가에서 ‘인적자산’이 4.44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눈에 띈다. 실제로 인재에 대한 ‘욕심’은 삼성전자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7월 김동진 당시 사장(현 부회장)이 미국 상위권 18개 대학 출신 석ㆍ박사급 인력을 뽑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우수인재 유치에 대한 회사의 열정을 가늠케 한다. 2002년부터 고급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위해 MIT, 하버드, 듀크 등 미국 내 분야별 최우수대학을 순회방문하며 채용상담을 벌이고 있다.아울러 국내에서도 핵심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함께 사내에 MBA 과정을 열어 매년 180명씩 5년간 900명의 글로벌 전문가를 기르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마다 매출액의 4%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현대자동차는 지속적인 품질 개선 노력으로 2002년 하반기에 실시한 미국 J D 파워사의 ‘초기품질지수’ 조사에서 EF쏘나타와 싼타페가 도요타 등의 세계 유수 경쟁차를 제치고 2위와 3위를 차지했다.국내 자동차의 품질이 일본 자동차에 비해 10~20년 뒤진다는 속설을 일거에 뒤집은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싼타페가 미국 오토퍼시픽사가 조사한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르며 세계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렇듯 품질이 날로 나아지는 것은 최고경영진의 과감한 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제품의 품질 향상만이 살길”이라며 “(품질을) 완벽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이러자 성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2002년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 중형승용차 엔진기술을 제공, 10년간 6,550만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76년 포니를 처음으로 개발한 지 26년 만에 우리의 기술력을 역수출할 정도로 기술수준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특히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현지 연구소를 확대한 것도 품질 향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됐다. 특히 200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5,000만달러를 투자해 여의도 면적의 6배 이상인 주행시험장 착공식을 가진 것은 R&D와 품질경영에 대한 정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주행시험장은 국내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의 약 10배 이상 크기로 앞으로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차량개발 핵심기지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는 곳이다.마케팅분야는 과감성이 돋보인다. 미국시장에서 보증수리기간을 10년 10만마일로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과감하게 단행했다.지역별 전략차종 개발과 현지화는 글로벌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다. 그 일환으로 북미시장에 중형차급과 SUV, 유럽시장에는 신형 리터카 모델과 소형차, 개도국 시장에는 현지화된 보급형 세단 등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현대자동차의 약진 비결은 출중한 CEO 리더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정회장의 과감성과 뚝심, 그리고 글로벌 안목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특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정도로 세계를 누비는 현장경영은 응답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9년 회장 취임 이후 울산, 전주, 아산 등 완성차 생산공장은 물론 미국, 인도, 중국 등 해외생산 거점을 직접 돌며 현장을 챙겼다.그는 “전세계 900여개의 사업장이 퍼져 있다”며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에 적극 나설 때만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입버릇처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