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경비즈니스>와 코콤포터노벨리가 공동으로 진행한 기업명성지수 조사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전자의 1위 등극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LCD 같은 분야에서 인텔, 노키아, 소니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명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따를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우리나라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쫓아오기 힘든 경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총수출액은 34조2,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1,943조원)의 14.8%를 차지했다.이번 조사에서도 삼성전자의 막강한 ‘힘’이 돋보였다. 기업체 실무자, 언론인, 일반 소비자 등 설문에 응한 조사자 대다수가 명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주저 없이 삼성전자를 꼽았다.삼성전자는 기업정체성, 경영전략, 기업 커뮤니케이션 등 기업명성을 구성하는 3가지 요인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중 기업정체성 지수가 4.9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직철학ㆍ문화부문에서만 약간 낮은 점수를 받았을 뿐 CEO 리더십과 사회공헌분야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삼성전자의 경영이념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것. 이 안에 조직문화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부터 강조해 온 ‘인재 제일주의’와 ‘품질경영’은 삼성의 핵심 DNA로 삼성을 변두리 기업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케 한 원동력이 됐다. 삼성의 임직원들은 아직도 95년 3월을 기억하며 감회에 젖는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불량 휴대전화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전량 회수하고 구미사업장에서 전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량제품 화형식’을 치렀다. 이 사건 이후 품질경영에 더욱 가속도가 붙은 것은 물론이다. 이러자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말이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CEO 리더십 항목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외신들은 윤종용 부회장을 한국 최고의 CEO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올해 초 2003년 최고경영자 17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선정한 <비즈니스위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진정한 혁신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강점 중의 하나는 뛰어난 스피드다. 제품 구상에서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이 5개월 정도로 일본 경쟁업체들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스피드는 윤부회장의 경영철학인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다윗의 ‘진화론’)는 것에 근거한다. “경영은 프로세스 혁신의 연속”이라며 96년부터 7년간 경영정보 네트워크 구축에 8,000억원을 쏟아부은 것도 삼성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IT 트렌드를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파악하고 제품 구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피드를 갖게 했다.사회공헌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요즘 삼성의 화두는 ‘초일류 기업’이다. 삼성의 최고경영진은 입만 떼면 ‘초일류’라는 말이 쏟아낸다. 장수기업의 비결이 바로 초일류 기업의 특성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부회장은 “초일류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고객과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돈만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이 부쩍 ‘나눔경영’과 ‘상생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대장정의 일환이다.삼성전자는 93년부터 사회공헌을 기업의 핵심 경영 요소로 간주했다. 95년에는 장애인, 환경보존, 정보화 사회 등 3가지 분야를 대표 공헌활동 분야로 선정했다. 이밖에 청소년 지원사업, 문화예술사업, 학술교류사업 등 다양한 공헌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94년 전체 임직원 156명 중 80%인 120명이 1, 2급 중증장애인들로 이뤄진 무궁화전자를 설립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경영성과, 인적자산, 마케팅 등 3가지 요인으로 이뤄진 기업경영전략 지수에서도 ‘A+’ 평가를 받았다.이중 삼성의 인재확보 노력은 <삼국지>의 ‘삼고초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R&D부문 박사가 2,000명, 석사가 7,000명이다.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간다는 것이 경영진의 방침이다. 슈퍼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사 전용기도 띄운다는 것이다. 임형규 삼성전자 CTO는 핵심인력 5만여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주기적으로 인사팀과 접촉하고 있다.삼성전자의 마케팅은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하는 대목이다. 한때 ‘LG가 개발하고 삼성이 판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삼성의 마케팅은 치밀하고 과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올림픽 마케팅은 과감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삼성은 88년 서울올림픽 로컬 스폰서 활동을 시작으로 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무선통신기기 파트너로 참가했다. 삼성전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드니, 솔트레이크올림픽을 통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52억달러에서 125억5,000만달러로 2배 이상 성장했고,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도 5.0%에서 14%대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번 아테네올림픽도 8~9%인 유럽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대외홍보, 고객 커뮤니케이션, 기업이미지 등 3가지 요인으로 측정된 기업 커뮤니케이션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기업이미지 부문이 가장 저조했다. 설문조사에서 기업이미지 측정항목들인 홈페이지 운영 및 정기적 업데이트, 기업 심벌, 로고, CI 디자인의 참신성, 친근성 등 기업이미지를 외적으로 형상화하는 현 CI가 10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반기업 정서의 영향을 대표기업인 삼성이 가장 많이 받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