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제주귤을 판매하고 있는 김미라 ‘미깡’ 운영자(28)와의 인터뷰는 자주 끊어졌다.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이었다. 추석을 앞둔 ‘대목’이어선지 주문전화가 쇄도하고 있었다.“명절을 앞에 두고 있는데다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다 보니 주문전화가 부쩍 늘었어요. 이미 준비된 물량이 바닥나서 양해를 구해도 여유분으로 남겨놓은 거라도 보내달라고 독촉하시는 분들이 많아요.”김씨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의 일이었다. 제주도에서 ‘하나농장’이라는 귤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매년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참이었다. 더욱이 대학을 졸업하고 한 인터넷 교육업체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서 인터넷에 밝은 김씨가 인터넷쇼핑몰을 제안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아버지도 인터넷 판매에 관심이 있었지만 컴퓨터에 익숙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어요. 저는 인터넷을 구축, 관리하고 아버지는 귤을 생산하고 배송하는 것으로 업무를 나눴습니다. 직장 때문에 평일에는 시간이 없어 주말에 일을 몰아서 하는 편입니다.”주문은 주로 평일, 그중에서도 월요일에 집중된다. 배송과정에서 귤이 상할 수 있어 주말에는 원칙적으로 주문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바쁜 것은 주말이다. ‘장사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상품사진도 찍어 올려야 하고 이벤트가 있으면 홍보자료도 만들어야죠. 다른 사이트를 돌아보면서 아이디어도 수집하고 쇼핑몰 업데이트도 해야 합니다. 쇼핑몰을 완전히 개편한 적도 있어요. 올해도 한번 더 할 계획입니다.”김씨의 월평균 매출액은 1,000만원선이지만 명절에는 3,000만~4,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인터넷에서 귤을 파는 사람이 김씨만은 아니다. 하지만 김씨처럼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콘텐츠 기획자인 김씨의 노하우가 성공의 비결이다.우선 쇼핑몰의 겉모습이 남다르다. 전문업체에 주문제작돼 획일적인 일반 쇼핑몰과 달리 귤빛이 강조된 ‘미깡’은 동호회 사이트처럼 친근한 느낌을 준다. 게시판에는 그 흔한 광고물이 하나도 없다. 광고물을 올릴 수 없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인터넷 세상에서 입소문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익히 알고 있는 김씨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열성을 쏟는다. 제품에 불만이 있는 고객에게는 이유를 달지 않고 환불 또는 재배송을 한다. 문의 메일에는 즉시, 빠짐없이 응답을 한다. 첫 출하물이 나오면 단골에게 시식용 제품을 무료로 보낸다.“몇 년째 거래하는 단골이 많아요. 그분들하곤 개인적인 통화도 곧잘 합니다. 중매를 서겠다는 분들도 많은걸요. 인터넷이 익명의 공간이라지만 저는 거의 동네 슈퍼마켓 아가씨와 다를 바 없습니다.”제품의 경쟁력도 강하다. 감귤재배법 강사로 활동할 만큼 아버지가 귤농사에 조예가 깊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친환경농산물 인증도 받았다. ‘친환경 귤’을 생산하는 농가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해 미깡의 제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김씨는 현재 휴직상태다. 재충전을 위한 시간도 필요했지만 추석 대목을 맞아 일손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쉬지는 않을 계획이다. 명절 외에는 직장일과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