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하락·이후 보합세’의견 가장 많아…실수요자 움직여 볼 만

부동산전문가들은 추석이후 부동산시장 향방에 대해 ‘연말까지 하락, 내년이후 보합’으로 의견을 모았다. 응답자에 따라 시기적인 의견차가 있었으나 큰 골자는 ‘단기=하락세, 장기=보합세’로 모아졌다.즉 올 연말까지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내년부터는 반등을 이끌만한 호재가 없는 한 당분간 하향 안정 또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연말까지 하락세가 뚜렷할 것이란 예상은 모든 응답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연말까지 하락, 내년부터 약보합세’로 의견을 정리하고 “8월말부터 9월말 추석 전까지는 고정적인 가을 이사수요가 ‘반짝’하겠지만, 추석이후 연말까지는 매수세를 일으킬만한 변수가 없어 거래량 감소 및 가격 하락세가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4년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당분간 하락 내지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거래 및 보유를 제한하는 정부정책, 경기 흐름, 수급, 금리, 투자심리 등 여러 변수를 종합 분석하면 내년까지는 급등도 급락도 없는 말 그대로 하향안정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도 “향후 3년 동안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곽이사는 수급 상황을 중요한 침체 변수로 꼽았다. 그는 “지난 2년간 30만가구가 과잉 공급 돼, 이 물량이 해소되려면 적어도 2~3년이 필요하다”며 “2007년까지는 아파트를 투자상품으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메리트가 예전 같지 않다”고 밝혔다. 단, 올해 들어 신규 공급이 줄어든 만큼 올해 분양된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2007년 이후에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다.거품붕괴론으로 유명한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급 불균형을 중요한 하락 변수로 꼽았다. 김연구위원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가구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합하면 지난 2년간 170만 가구가 과잉 공급됐다”고 밝히고 “가구 분화 등 수요 증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남아도는 주택을 소화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가수요 억제정책까지 더해 당분간 하락 추세를 바뀌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금은 심각한 공급 과잉에 따른 부동산 대세 하락의 초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가격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매주 시세 변동 상황을 조사 분석하는 부동산애널리스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거래시장의 분위기를 중요한 백데이터로 거론하고 있다. 안명숙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내년 실거래가신고제가 시행되면 거래세 부담이 늘어나게 돼 제도 시행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수요가 적잖다”고 밝혔다. “이들이 손에 쥔 매물을 풀어 놓을 내년 5~6월에 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강현구 닥터아파트 정보분석실장은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 하락 현상이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태”라고 전하고 “9월 들어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추석이후 10~11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하락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보유세 강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추석 이후 시장은 더욱 한산할 것으로 전망했다.김광석 유니에셋 리서치팀장도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이 내수 침체 등 실질경기 하락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향후 2~3년여 후까지 저점을 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전하고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중첩된 규제 속에서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경제 붕괴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광영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거래시장이 꽁꽁 묶여 중산층 서민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거래시장을 풀 만한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복구 불가능한 붕괴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정소장은 “아파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가 경매에 부쳐졌다는 의미는 아파트 시장이 올스톱 됐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며 “연말 연초에 거래시장에 희망적인 정책변수가 반드시 나와야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시장을 ‘일시적 공급ㆍ거래 위축’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점진적, 국지적 상승도 예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발표한 <최근 주택경기 진단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 정책이 시장 친화적 방향으로 조정되고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진다면 하향 안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정책의 미세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올 연말부터 내집마련 안테나 세워라이처럼 당분간 하락 안정세를 점치는 의견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가 내집마련에 나설 적정시기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올 연말부터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특정 시기를 꼽는 응답부터 “적정시기가 따로 없다”는 응답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가장 많은 의견은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적기라는 것.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하향 안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의 하락 저지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이 시기를 통해 가격이 조정된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도 “올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가 실수요가 움직이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의견이다. 이재국 서일대학 교수 역시 “다주택 보유자들이 내년부터 실시되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피하기 위해 추석 이후 매물을 집중 출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매물이 풍부해질 올 겨울 시장을 관망하면서 내년 초 움직여 볼만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반면 ‘올 겨울~내년 상반기’가 빠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침체가 계속될 것이어서 내집마련 시기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관망한 후 내년 하반기 이후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광석 유니에셋 팀장도 중개업소 의견을 들어 “하락세가 뚜렷해질 2006~2007년에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앞으로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특정시기가 따로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폭락 또는 급등 장세가 예상된다면 시점이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2~3년간 하향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따로 시기를 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서둘러 집 장만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과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따로 적정시기를 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집장만을 하려는 실수요의 경우 추석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을 관망하면서 매물이 풍부해지는 시기를 겨냥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즉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는 올 11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수요자 중심 시장이 만들어져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수요자라면 추석이후 더욱 꼼꼼하게 시장을 살필 필요가 있는 셈이다.토지ㆍ신규택지 아파트 ‘주목’주목할 만한 상품 또는 종목을 추천해 달라는 물음에 전문가들은 ‘토지’와 ‘신규분양 아파트’를 가장 많이 꼽았다. 토지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지 주변이 여전히 높은 지명도를 보였으며, 신규분양 아파트는 내년부터 실시될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택지개발지구 중소형 아파트가 주로 거론됐다.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실장은 “규제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토지가 유망 상품으로 꼽힌다”고 밝히고 “단 투자금액이 크고 토지이영계획확인원, 토지대장, 지적도, 임야대장 등 관련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 개발제한 사항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토지 전문가인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도 “호재가 확실한 지역의 토지가 유망하다”고 권하면서도 “국가적 차원의 개발계획이 있고 인구수요가 많은 지역의 토지에 선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진사장은 특히 “모든 토지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주택에 비해 거래가 많이 되고 시세 변동이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시기에 쫓겨 투자할 종목은 아니다”며 보수적인 투자 패턴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 역시 “주택과 달리 토지는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면서 “여유자금이 있고 장기투자도 상관없다면 도로 개통 예정지나 행정수도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만하다”고 말했다.신규분양 아파트를 꼽는 이들은 분양원가 연동제를 가장 큰 호재로 꼽았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뉴타운, 판교, 동탄 등 분양원가 연동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내 아파트는 20~30%의 분양가 인하 효과에 입지여건도 탁월하다”고 밝히고 “터무니없이 비싼 기존 아파트를 서둘러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도 “분당, 일산 등 제1기 신도시에 투자해 성공한 사람이 많다”고 전제하고 “판교, 동탄, 김포, 파주 등 제2기 신도시를 겨냥, 내집마련과 시세차익을 한꺼번에 취하는 것도 손색없는 투자”라고 밝혔다.또 최근 경기 하락으로 매물이 증가한 경매시장에 관심을 둘만하다는 의견도 적잖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