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건 거래하기도 힘듭니다. 거래 규제를 풀지 않으면 중개업자 여럿 폐업하게 생겼어요.”(강남구 대치동 A공인)“이사를 못 가 다섯 달 째 새 아파트가 텅텅 비어 있어요. 내집마련에 성공하면 뭐합니까.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가 없는데….”(B상사 최OO 과장)“아파트 값 더 떨어져야 합니다. 실제로 매매가는 하락폭이 미미해요.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부동산 정책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업계 일각에서 요구한다고 금방 규제를 풀어선 아무것도 안돼요.”(C연구소 연구원)부동산시장이 아우성이다. 거래가 마비되다시피 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중개업소가 넘쳐나는 한편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역전세난에 새 아파트가 텅텅 비는 공급 과잉 현상까지, 곳곳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참에 부동산시장 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파트 가격은 더 떨어져야 하고 분양원가도 완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추석 밑이 되어도 부동산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규제 정책 줄줄이 ‘매물 증가’ 필연전국 아파트 값은 지난 6월 이후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기 시작해 지난 2월 상승세로 돌아서나 싶더니 다시 6월부터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최근 부동산114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해 10월29일 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봄 오름세를 보이던 데서 다시 낙폭이 커져 작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의미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내림세를 주도해 지난해 10월말 대비 4.18%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가격이 떨어진 만큼 거래시장도 정체 상태다. 주택거래신고제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주택거래 시장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처음 실시된 이후 8월말까지 서울 강남, 강동, 송파, 용산구와 경기 분당, 과천 등 6개 지역의 거래 건수는 총 976건에 불과했다.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이전인 지난 3월의 강남구 한달 거래 건수 1,454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분양시장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보다 30% 증가한 약 5만호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된 상승세로, 이에 동반해 주택 공급 물량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1~7월동안 공급된 전국의 아파트는 18만9,00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9%가 감소한 수치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도 대세 하락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올 연말까지 하락세가 두드러진 후 내년부터는 하향 안정 기조로 갈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현 정부가 부동산 값 안정과 연착륙에 정책 의지를 모으고 있고, 내년에는 더 강도 높은 규제책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게 응답의 배경이다.실제로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규제 강화(후분양제, 소형평형 의무비율 확대, 조합원 전매 제한,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와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투자과열지구 지정(분양권 전매 제한, 양도세 실거래가 납부), 아파트 원가연동제 시행 및 원가 공개 등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았다.여기에 내년부터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주택세’로 통합한 뒤 시가로 과세, 2008년까지 부동산 보유세 총액을 지난해의 두 배까지 늘이기로 했다. 또 개인이 전국에 보유한 주택을 합산한 과세표준액이 일정액을 넘는 경우에 초과분에 대해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기로 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높였다. 이래저래 ‘부동산 부자’에 대한 견제가 유래 없이 강화된 셈이다.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수급’ 역시 내년에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 전국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8만여 가구로,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합치면 30만가구에 달해 올해보다 4만8,000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 과잉으로 텅 빈 새 아파트가 늘어난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인 것이다.하지만 이런 때가 무주택자 등 실수요층에게는 내집마련의 호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이후 1~2년이 집 장만에 적당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돋보기 새로 짜는 조정기 투자전략‘안정성·환금성·장기투자’ 명심해야올 추석이후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에 따라 투자전략 또한 시기와 경기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가 말하는 ‘조정기에 적합한 다섯가지 신투자전략’.첫째, 안정위주 투자. 지금까지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위험관리를 중시한 안정위주의 투자가 요구된다. ‘묻지마식’의 공격적 투자는 금물. 틈새시장이나 저평가상품을 찾아 보수적인 선별투자가 안전하다.둘째, 환금성 중시. 가급적 작고 가벼운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필요시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펀드도 고려할 만하다.셋째, 미래의 금리인상에 대비하는 지혜. 당분간은 저금리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내년 중에 대출금리가 2%이상 급등할 경우 금리부담을 이기지 못한 손절매성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금리가 바닥을 찍고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넷째, 포트폴리오 재조정. 정부 추진 개발 계획과 규제완화방안, 주5일 근무제 시행 등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를 연구해 포트폴리오를 최적 구성으로 바꾸는 민첩성이 요구된다.다섯째, 저평가 된 부동산에 장기투자. 내재가치에 저평가된 부동산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변치 않는 성공투자의 지름길이다. 현재로선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택보다는 토지가 통계상으로도 저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지지분이 넓고 건축연수가 오래된 연립, 다세대, 단독주택과 근린상가도 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