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 비디오방 · PC방 등 잇따라 등장 … 최근엔 복합쇼핑몰도 들어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아이템은?’이 문제의 정답은 독신자사업이 될 듯하다.서울 봉천동과 신림동 일대는 최근 재개발지구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싱글족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이 통과하는 서울대입구 전철역을 중심으로 원룸형 주거형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는가 하면 대형쇼핑몰도 하나둘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여기에 신림동 고시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은 싱글족의 여가생활을 겨냥한 비디오방 등 유흥 관련 업종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지역 역시 고시준비생들을 타깃으로 한 주거형 오피스텔이 넘쳐난다.본래 주택단지에 지나지 않았던 서울대입구 전철역 주변은 90년대 후반부터 원룸오피스텔이 일반 주택을 대체해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장점은 강남권에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학 주변지역에서 싱글족 대상 비즈니스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특히 이 지역의 변화가 빠른 것은 강남권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대거 수용하기 때문이다.봉천동에 일종의 클러스터를 이룰 정도로 많은 오피스텔이 건설되면서 이러한 추세에는 대형건설업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입구 전철역 주변에서는 대우건설의 주상복합 디오슈페리움의 분양모집이 한창이다. 신원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원메트로빌과 아파트형 공장 전문 건설업체 에이스종합건설의 주거형 오피스텔 에이스에이존도 200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이러한 대세를 읽은 까닭인지 이 지역에 최근 대형 복합쇼핑몰도 문을 열었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근방인 신림사거리에 8개 상영관의 멀티플렉스 극장까지 갖춘 쇼핑몰 르네상스가 등장한 것. 또한 서울대입구 전철역이 있는 봉천사거리에도 CJ개발에서 건설 중인 복합쇼핑몰 메쯔가 2006년이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한편 서울대 정문에서 신림동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녹두거리라고 불리는 상가밀집지역이 나온다. 행정구역상으로 신림9동인 이곳은 싱글족의 또 다른 천국이다. 본래 녹두거리는 소위 운동권 학생의 아지트 역할을 해 온 곳으로 주점이 대표 업종이었다. 막걸리를 마시며 사회개혁을 논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이곳에서 가장 눈에 자주 띄는 간판은 비디오방, 만화방, PC방이다.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림동 고시촌의 그 범위가 점차 확장돼 가는 추세다. 따라서 고시생을 위한 여가시설이 녹두거리의 주요 업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비디오방은 이 지역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창업 형태다. 시설은 고급이지만 가격대는 낮게 형성돼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격이 낮더라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창업아이템으로 괜찮다는 게 업주들의 말이다. 지난 봄 대학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결정하면서 비디오방을 시작했다는 김모씨는 “주변에서 신림동 비디오방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면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주말에는 빈방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건재함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