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바람에 부동산 가격도 춤춰 … 투기 잡겠다지만 약발은 '글쎄'

은행사거리는 떠오르는 신흥교육 메카다. 이미 강북의 유일무이한 8학군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삼부플라자 관계자는 “은행사거리는 강북의 대치동”이라며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학원가가 매년 급신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 LG25의 한 직원도 “고객의 절대다수가 학생들”이라며 “학교가 끝나는 시간대부터 매출이 집중적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은행사거리 근처에는 학원만 200여개에 달한다. 덩달아 사설독서실ㆍ서점ㆍ문방구도 짭짤한 수익을 낸다. 이른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비즈니스다.학원종류도 복합적이다. 정일ㆍ세일ㆍ대성ㆍ중앙 등 종합입시학원부터 외국어ㆍ영재교육센터까지 없는 게 없다. 강남 유명학원의 분원도 속속 개업하고 있다. 심지어 귀국학생교육 전문기관(POLY)까지 도전장을 냈다. 미술ㆍ무용학원도 특화를 무기로 세를 확장 중이다. 밀려드는 수요를 감안할 때 학원가의 확장은 불가피하다. 명문학교를 좇아 강북권은 물론 의정부에서까지 전입한다. 일류대 입학률이 높은 서라벌ㆍ대진 등 명문고와 특목고 입학 상위권을 자랑하는 불암중 등은 러브콜 1순위다. 따라서 은행사거리 비즈니스는 철저히 학습수요ㆍ관심에 발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은행사거리 학원가는 이름값에 비해 역사가 짧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고만고만한 변두리 상권에 불과했다. 이랬던 게 수요ㆍ공급의 절묘한 화학적 반응 끝에 강북의 대표적 학원가로 부상했다. 화이트컬러가 태반인 노원구민의 높은 교육열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맞물린 결과다. 풍부한 녹지공간과 쾌적한 거주환경도 한몫 했다. 대치동의 고비용 진입장벽 역시 대체재로서 이곳의 흥행요소에 일조했다. D학원 관계자는 “강남의 유명강사도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며 “인기 강좌 등록은 2박3일 밤새워 대기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은행사거리의 돈 흐름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쥐락펴락하는 셈. 이 정도면 은행사거리는 이름까지 바꿔야 할 판이다. 몇 개 없는 은행지점보다는 곳곳에 포진한 학원을 내세워 ‘학원사거리’로 부르는 게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서슬 퍼런 정부의 투기억제 칼날도 은행사거리만은 살짝 비켜갔다. 피해는 미미하다. 지난해 10ㆍ29투기억제책 이후 거래가 줄긴 했지만, 가격하락폭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32평형의 경우 4억2,000만원이었던 게 2,000만~3,000만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약보합이란 얘기다. 한두 달 사이에 1억~2억원 이상 폭락한 곳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하지만 3년 전 가격에 비하면 아직도 두 배 이상 오른 곳이 부지기수다. 은행사거리의 시세 선도물건이란 별칭이 붙은 건영 청구 32평을 보자. 2001년 1억9,000만~2억원이었던 게 지금은 4억원대를 호가할 만큼 폭등했다. 40~50평형대는 거의 두 배 이상 뛰었다는 게 정설이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이화지 성운부동산정보 사장은 “3~4년 전 분양가 2억4,000만원이었던 17평(전용 8평)짜리 상가물건이 요즘엔 5억원을 줘도 사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상가는 매물도 없다. 많이 오르고 덜 떨어진 건 교육 메리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