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4월 ‘2020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서울시가 10년 단위로 마련하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보완한 이 계획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서울은 복원된 청계천을 포함해 1개 도심과 왕십리ㆍ청량리, 영등포와 여의도, 영동, 상암과 수색, 용산 등 5개 부도심 체계로 나눠 권역별로 집중 개발된다. 또한 용산과 상암, 마곡 등 시내 대규모 개발가능지를 국제업무단지나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불균형 해소를 주된 사업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이명박 시장 체계의 서울시는 일종의 클러스터를 기획한 셈이다.하지만 사실상 서울은 이미 클러스터의 형성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업종별 흥망성쇠와 지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예컨대 IT벤처기업의 밀집지였던 강남의 테헤란로는 테헤란밸리로까지 불릴 정도로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IT벤처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금융중심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에 봐 왔던 테헤란로를 생각하며 서울의 비즈니스 지도를 그린다면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IT벤처는 이제 구로동으로 옮아가고 있다. 서울 구로동은 그야말로 땅값의 논리에 따라 공장지대를 형성해 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 땅값의 논리에 의해 IT벤처 중심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공장지대 근로자들은 한꺼번에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 흩어져야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또 충무로에 있어야 할 영화기획ㆍ제작사들은 신사동과 논현동으로 남하하고 있다.이 같은 서울의 지역별 비즈니스 특성의 변화는 자생적으로 이뤄졌지만 이 흐름을 약간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도 있다.서울 비즈니스 지도의 개편은 고용창출과 직접 관련이 있다. 강남 벤처밸리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형성된 클러스터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유독 다른 업태에 비해 발전하면서 고용창출에는 크게 기여를 하지 못했다. 또한 테헤란밸리 벤처기업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강남 엑소더스’는 구로동의 많은 근로자들을 실직상태로 내몰았다.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ㆍ지역계획학 전공)는 “서울시에서 앞장서 노동집약사업의 클러스터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서울의 각 지역에서 독특한 경제ㆍ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자발적 형성이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최소한의 도시계획 지침만 정하는 편이 좋다”고 전제한 뒤 “다만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인 만큼 ‘동대문패션타운’처럼 고용창출을 확보하고 노동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적인 뒷받침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