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이후 100년의 단절을 경험한 한국과 중국은 지난 92년 수교이후 어느 나라보다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한국에 중국은 누계 기준으로 제1의 투자 상대국으로, 중국에 한국은 자본과 경험을 습득하는 우호국으로 자리매김해 이제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관계가 됐다.한ㆍ중수교 12년 동안 양국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각종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중국에 대한 수출ㆍ수입액 추이는 중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해마다 가파른 변화를 보여 왔다. 수교 전인 91년 10억달러선에 불과하던 수출액은 수교 원년 164%가 증가한 것을 비롯, IMF 외환위기와 2001년의 소폭 감소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20~94%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 수입액도 91년 34억달러에서 2003년 219억달러로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2000년 10.7%에서 2002년 14.6%, 2003년 18.1%, 2004년 1분기 18.7%로 높아져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홍콩을 더하면 무려 27.7%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한국과 중국의 교역상품 구조에서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은 화학제품을 비롯한 전기ㆍ전자제품, 철강, 기계류, 섬유류, 비금속 광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편 중국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품은 섬유제품, 농수산물, 광물성 연료, 전자부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한국과 중국은 상호국에 대한 투자 역시 해마다 늘리는 추세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98년 1,309건, 15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4,920건 92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수교 이후 97년까지 매년 안정적 증가세를 유지하다 IMF 위기를 겪으며 급감하다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이에 따라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기업의 수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해마다 200여개 안팎이 신규 진출, 총 2,888개사가 중국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만 중국에서 250여개 법인이 신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산둥성, 톈진, 상하이, 베이징, 광둥성에 한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실제로 중소기업, 제조업의 중국투자는 최근 1~2년 사이 러시를 이루는 추세다. 지난해 9월 KOTRA가 수도권 제조업체 250개사를 대상으로 중국진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47.5%가 ‘이미 진출했다’고 응답했고, ‘1~2년 내 진출 예정’도 25.5%에 달했다. 지난 4월 기업은행이 발표한 ‘중소기업 해외진출 확대와 제조업 공동화’ 보고서에서도 중소기업 391곳 중 51.2%가 ‘1~2년 내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69.9%가 중국을 ‘해외진출 희망국가’로 꼽았다. 중국진출 동기는 현지시장 개척(55.6%), 인건비 절감(37.5%), 노동력 확보(35%) 등이었다.한편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증가세에 있긴 하지만 한국의 대중국 투자와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투자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중국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한국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 2003년 3월 말 현재 2,826건 4억9,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외국기업의 대한국 전체 투자의 17.3%를 차지하는 규모다. 주로 식품, 의류 등의 제조업과 무역 등 서비스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투자 건수는 많지만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17만달러에 불과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투자패턴은 중국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함께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영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대한국 투자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서 “90년대에는 소극적 투자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들어 기술 우위에 있는 산업 분야에 투자하거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M&A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한국과 중국은 세계시장에서는 치열한 라이벌 관계다. 의류, 섬유, 가죽, 플라스틱 등 경공업 분야에서는 중국, 대만, 홍콩이 한국의 5대 경쟁국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은 한국을 연이어 제치고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한국은 19개 경쟁국 중 8위에 랭크됐지만 중국은 캐나다, 일본, 멕시코에 이어 4위 점유율을 기록했다.양국관계가 긴밀해짐에 따라 인적 교류도 눈에 띄게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KOTRA 집계에 따르면 중국에 5명 이상의 한국직원을 파견한 기업의 수가 839개사에 달했다. 중국에 진출한 투자기업들이 노동집약적 제조업 비중이 커 관리인원 수요도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실제로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수는 수교 이전인 1991년에 1만5,261명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173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유학과 관광 및 시찰 목적으로 출국한 인원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학의 경우 94년 4,942명에서 2002년 2만7,723명으로 늘어났고 관광 및 시찰은 94년 5만5,190명에서 2002년 86만7,522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관광 목적의 여행자는 98년 잠시 주춤했을 뿐, 해마다 10~25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유학 목적 출국자 역시 최근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또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94년 4만명 수준이었던 입국자수는 2002년 30만3,282명으로 증가했다. 산업연수 목적 입국자가 94년 7,659명에서 2002년 1만2,414명으로 났으며 관광 통과 목적도 94년 363명에 불과했던 데서 2002년에는 2만4,252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