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탁월한 리더십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개인적인 겸양, 목표달성 의지, 부하직원의 계발이 그것이다. 상대방을 적극 배려하는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부하직원을 생각해 주고, 솔선수범만 한다고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짐 콜린스 역시 이를 염려해 힘들더라도 더불어 교감을 나누면서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영자에게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양궁대표팀이 최고의 성적을 올린 이유를 코칭스태프의 탁월한 리더십에서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어려운 여건, 경쟁심리가 치열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공동의 목표인 올림픽 제패의 금자탑을 쌓는 원동력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한국양궁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80년대 이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독차지했다. 기술력과 정신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스타급 선수도 즐비해 랭킹 1위가 수시로 바뀐다.감독 등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팀워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을 잘못 다루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다.하지만 서오석(여자대표팀), 서거원(남자대표팀) 감독 등 한국대표팀의 지도자들은 달랐다. 선수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들은 나이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훈련과 사생활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법으로 개인들의 역량을 극대화시켰다.두 서감독의 스타일은 매우 비슷하다. 평소 말수는 적지만 훈련을 무섭게 시키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강행군을 요구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력이 나아질 수 없고, 성적 역시 훈련량에 따라 좌우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훈련 외에 오후 8시부터 9시30분까지는 야간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실시, 다른 종목 선수들로부터 진짜 독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토요일이나 일요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말 스케줄을 소화해야 외출을 허용할 정도였다. 심지어 선수들이 집안에 바쁜 일이 생겨 나가려고 해도 반드시 훈련을 마친 다음 가도록 지시했다. 여자대표팀 백웅기 코치는 “여자팀의 경우 선수들이 평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정해놓고 이를 100% 실천했다”고 설명했다.그렇다고 막무가내식의 훈련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훈련방법을 많이 도입해 훈련에서도 첨단을 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뮬레이션 훈련, 야구장 훈련, 전방 입소 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고된 훈련을 시키되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 또 경기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기법을 도입했던 셈이다.또 한가지 코칭스태프는 선수와 지도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리더십이란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 영향력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여자팀의 서감독은 평소 “사람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따르지 않는 감독이나 코치는 이미 리더가 아니며 더 이상 지도할 수 없다”는 얘기를 자주 하기도 했다.이를 위해 남녀대표팀의 감독과 코치진은 훈련시간이 끝나면 인간적인 믿음을 만들어가는 데 부단히 노력했다. 때로는 친형제처럼,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아버지처럼 선수들과 대화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또 선수들은 감독을 믿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것이다.여기에는 일화도 적지 않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남녀대표팀의 코치진은 인터넷에서 신곡을 내려받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운동이 끝나고 이동하거나 쉴 때 선수들에게 새로 나온 노래를 틀어주기 위해 서투른 솜씨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휘젓고 다녔던 것.또 선수들과 수시로 게임을 해 진 팀이 피자 등을 사줬는데 십중팔구 감독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갔다고 한다. 백웅기 코치는 “훈련과 사생활에서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는 감독과 코치의 의도를 어린 선수들이 믿음을 갖고 따라줬다”며 “양궁팀의 최대 장점은 선수 개개인의 출중한 기량보다는 오히려 탄탄한 팀워크였다”고 강조했다.신뢰로 똘똘 뭉친 양궁팀의 저력은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특히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팀은 이성진 선수가 막판에 7점을 쏘는 바람에 크게 흔들렸다. 또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성현 선수 역시 한 발을 남겨놓고 8점을 맞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감독과 코치는 “괜찮아, 잘했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마음을 다시 추스른 박성현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한발을 10점에 꽂으며 감격의 금메달을 선수단에 안겼다.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자로 꼽히는 잭 웰치는 스포츠에서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을 배웠다고 한다. 특히 그는 이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기량이라면 이를 팀워크를 통해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리더십이라는 소신을 갖고 경영자로서 왕성하게 뛰었다.양궁은 지난 20년간 올림픽에서 국제무대의 외국의 높은 벽을 넘어 정상에 우뚝 섰다. 구성원의 역량을 팀워크로 연결,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크게 신뢰했고, 또 선수들은 지도자를 믿고 따랐다. 리더십을 먼 데서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경영자와 구성원이 불신의 벽을 헐고 하나의 목표를 세워나가는 데서 출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