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70%, 누적회원 2억명 … '미르의 전설'은 모범 답안

‘We Made.’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을 개발한 회사의 이름이다. 하지만 ‘위메이드’가 만든 것은 단지 게임만이 아니다. 중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만들었다. 온라인게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던 2001년 발을 들여놓은 이래 중국에 온라인게임 열풍을 이끌었고 현재도 중국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무협적 요소 주효무엇보다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다. 2001년 상용화한 ‘미르의 전설2’의 누적회원수는 무려 2억여명. 동시접속자는 한때 70만명을 헤아리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상용화한 ‘미르의 전설3’도 만만치 않다. 이 게임은 단시간에 중국 게이머들을 끌어들였다. 현재 누적회원 3,000만명, 동시접속자 38만명을 확보한 상태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2위다. 두 게임을 합한 시장점유율은 접속자 기준으로 무려 60%에 이른다. 한 회사의 게임이 드넓은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미르의 전설’이 전설 대접을 받는 이유는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게임은 중국 온라인게임의 ‘모범답안’ 구실을 하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들이 신작 게임을 개발할 때 반드시 참고하는 것이 ‘미르의 전설’이라는 것. 그 결과 현재 중국에는 미르의 전설을 흉내낸 게임이 즐비하다.이와 관련, 위메이드의 박관호 회장은 “팬터지 게임들이 중세를 배경으로 한 팬터지 문학의 이야기 구성과 등장인물들을 차용하듯이 중국의 게임업체들은 ‘미르의 전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룰을 모방한다”며 “‘미르의 전설’은 중국 내에서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중국시장에서 ‘미르의 전설’이 대성공을 거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의 세계관이 동양적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소재인 ‘무협’의 모티프를 팬터지와 조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의 의상도 중국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중국진출의 타이밍도 적절했다. 위메이드가 중국에 진출한 당시 중국에는 이렇다 할 온라인게임이 없었다. 몇몇 게임이 실험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었지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받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르의 전설은 달랐다. 중국인들이 접할 수 없었던 화려한 그래픽과 변화무쌍한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2001년 9월에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미르의 전설은 단번에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1년 12월 5만명이던 동시접속자는 그해 3월 20만명을 돌파했고 12월에는 70만명에 육박하는 고도성장을 이뤘다.현재도 50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며 장수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이에 대해 박상열 사장은 “초기시장을 선점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지난해 내놓은 ‘미르의 전설3’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달 만에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 현재는 38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작이 전투 위주였던 반면, 스토리 중심의 게임으로 면모를 일신한 것이 주효했다고 회사측은 분석하고 있다.중국 의존 탈피 박차중국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위메이드의 매출은 급신장하고 있다. 2001년 35억원이던 것이 2002년 215억원, 지난해에는 380억원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 버금가는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약 75%에 이른다. 이 회사가 ‘국제용’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하지만 이는 위메이드의 자랑인 동시에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시장의 변화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위메이드는 시장과 제품의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고 있다.우선 시장다각화. 위메이드는 지난 6월 엔터테인먼트 전문업체인 유럽의 QGO(Quality Games Online)사와 ‘미르의 전설3’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라이선스 비용 30만달러와 월 매출액의 30~40%를 받는 조건이다.7월 중에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구소련을 제외한 전 유럽에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상열 사장은 “동양문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의외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제품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현재 이 회사는 6개의 신규게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요정과 곤충이 등장하는 자연친화적 롤플레잉게임인 ‘샤이아’(가칭)는 올 하반기에, 삼국지를 소재로 한 ‘삼국지 온라인’(가칭)을 내년에 내놓을 예정이다.모바일게임, 캐릭터, 완구, 출판 등 부가사업 준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릭터와 모바일게임의 경우 제품이 이미 완성된 상태이고, 올 하반기에 중국시장에 모바일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INTERVIEW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회장‘평생 게임 만들 겁니다’위메이드의 창업주인 박관호 회장(32)은 신출내기 회장이다. 지난 6월 인사를 통해 사장에서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원래의 영역인 게임개발에 열중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아예 ‘위메이드소프트’라는 개발사를 새로 차렸다.“게임을 개발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그동안 회사를 경영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제 맘껏 개발에 몰두할 수 있어 좋습니다.”경영학도였던 박회장이 게임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순전히 게임이 좋아서였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싫증내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게임개발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다.‘미르의 전설’이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데는 누구보다 박회장의 역할이 컸다. 우선 이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한 주인공인데다 현지화를 위한 노력이 지대했다는 것. 중국 주요도시를 돌며 현지인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온갖 자료를 긁어모아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었다.“게임 게시판에 ‘좋은 게임을 만들어줘 고맙다’는 글을 남기는 중국 유저들이 많아요. 4박5일 동안 기차를 타고 상하이에 와서 게임 캐릭터에 문제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미르의 전설’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박회장은 중국시장에 더욱 공을 들일 작정이다. 중국 위주인 포트폴리오가 위험요인이기는 하지만 일단 중국시장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과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꿈이 있다. 이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게임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60세가 넘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음악인이나 영화인들처럼 늙어서도 게임을 만들 겁니다. 80년대 인기게임이었던 ‘갤러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