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50여 대회 열려 … 유명 프로게이머 연봉 1억원 상회

11개의 구단, 70명의 주전 선수, 연봉 1억원을 넘게 받는 인기 스타. 마치 어떤 프로스포츠 규모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스포츠가 아닌 e스포츠, 즉 게임리그에 관한 데이터다. 그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 한 종목에 관한 게임구단, 선수를 보여준 것이다.PC용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몰이에 나선 후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게임 관련산업이 발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게임환경에서 플레이하기 위해 게임 전용공간을 찾았고 따라서 PC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방’ 사업이 시작됐으며 ‘스타크래프트’ 관련 각종 게임리그가 생겼고 이런 게임리그를 중계하는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국이 탄생했다.‘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통해 게임리그에 참가하고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상금을 받는다. 이 직업은 현재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될 만큼 대중화됐다.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는 약 170명이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110명으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은 ‘워크래프트3’, ‘피파’순이다. 170여명의 프로게이머 중 게임구단에 속해 있는 게이머는 약 70명 정도이고 이중에서 기업 스폰서를 받고 있는 게이머의 수는 약 50명이다.이동통신 관계사 창단 줄이어구단에 속해 있는 프로게이머는 일반 직장인과 같이 연봉계약을 맺고 각종 리그 대회를 통해 상금을 벌어들인다. 아직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봉은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톱3’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의 유명 프로게이머들은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SK텔레콤 T1’의 임요환 선수는 전 소속구단인 동양제과에서 선수로서의 활동은 물론 CF까지 출연해 더욱 상품가치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인터넷 팬카페 회원만 35만명을 넘는 등 보통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보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다. 올 7월에 창단 예정인 팬택앤큐리텔에 소속된 이윤열 선수의 몸값이 얼마일지, 과연 최고 연봉의 기록을 경신할지도 관심거리다.게임구단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구도를 발견할 수 있다. 프로농구, 프로야구 등에서나 볼 수 있는 기업 라이벌 구도가 생겨난 것. 특히 최근 가장 잘나간다는 이동통신업체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치열하다. KTF의 프로게임단은 이미 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구단이다. ‘KTF Magic@s’는 ‘게임구단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릴 만큼 소속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연봉 1억원대의 선수가 2명이나 있을 만큼 규모가 있는 팀이다.여기에 맞서는 라이벌 구단은 올 봄 임요환 선수가 소속된 4U팀을 인수한 SK텔레콤. ‘SK텔레콤 T1’은 임요환 선수 하나만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업계의 라이벌인 KTF와의 대결구도까지 이어져 이동통신과 인터넷, 게임 등에 민감한 청소년층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또한 앞서 언급했듯 7월 내에 팬택앤큐리텔의 창단이 예고돼 있다. 이동통신서비스업체가 아닌 하드웨어 제조업체이지만 SKT, KTF와 맞물려 이동통신 관련 3자 구도를 이룰 예정이다. 이밖에 ‘삼성전자 칸’, ‘한빛 스타스’, ‘손오공 프렌즈’ 등이 있으며 삼성전자 칸, 손오공 프렌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구성돼 있다.그렇다면 이런 게임구단의 효과는 무엇일까.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게임구단의 가장 큰 효과는 청소년들에 대한 기업이미지 제고에 있다”고 전한다. 또한 여기에 간접광고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급 구단인 경우 1년 운영 자금으로 약 1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각종 언론매체,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 등 게임리그와 선수에 관한 노출로 인해 간접광고 효과는 연간 100억원대로 추정된다.주요게임 수만명 관객동원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리그시장으로 인해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1년에는 총상금 30억원에 91개 대회가 열렸으며 2002년에는 35억 원 규모에 187개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에는 대회수는 144개로 줄어든 반면, 총상금은 40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한국 e스포츠협회(KeSPAㆍKorea e-Sports Association)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역시 게임대회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크래프트’ 이외에 다양한 게임의 소규모 대회가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많이 정리가 됐다. 하지만 상금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100여개의 대회에서 총상금은 50억원을 넘어설 것이다”고 전망했다.프로게이머와 게임리그가 인기를 끄는 데는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사들의 역할이 크다. 현재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사는 온게임넷, 겜비씨, 게임TV 등이 있다. 특히 온게임넷의 경우 100여개에 달하는 케이블방송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청률 조사에서 지난 몇 년간 상위 10위권에 드는 인기 방송사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20대 남성만을 조사 대상으로 본다면 단연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게임방송은 인기가 높다.이들 방송사가 주관하는 게임리그는 게임리그의 메이저리그라고 불린다. 그래서 더욱 많은 프로게이머와 게임구단이 참가하고 있고 시청자도 많다. 보통 두세 달 동안 진행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의 경우 예선, 본선을 통해 최종 4강전이나 결승전은 대형 스테이지에서 치른다. 여기에 몰려드는 관람객 또한 보통의 프로스포츠를 능가한다.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 대형경기는 1만여 관객을 몰고 다녔으며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에는 1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입장했다. 게임리그의 인기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단히 높다. 이미 많은 대회가 부산, 대구 등 지방 대도시에서 열렸으며 지난해 9월 부산 경성대 운동장에서 열린 스타리그 8강전에는 3만여명의 관객이 모여 게임리그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런 게임리그에 여학생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게임 자체의 재미에도 빠져 있지만 프로게이머에게 관심이 더 많다. 마치 유명연예인이 드라마에 출연하면 덩달아 드라마까지 뜨는 것과 같다. 이제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단순게임에서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상품성 있는 스포츠로 여길 만하다는 방증이다.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유명 프로게이머의 대부분은 스타크래프트 선수다. 이것이 앞으로의 게임리그, e스포츠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 좋은 게임이 개발되고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관심이 더해지고 있어 게임리그가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대중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돋보기 게임방송이 만들어낸 스타게임중계 입담, 지상파에서 ‘번쩍’게임 전문 케이블방송 개국과 함께 새로운 TV 스타들도 등장했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게임해설가와 게임자키들이다. 이들은 톡톡 튀는 개성을 갖고 있는데다 게임처럼 빠른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순발력이 뛰어나고 입담이 좋다. 최근에는 게임뿐만 아니라 일반 방송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특히 여성 게임자키들의 메이저 방송으로의 진출은 눈여겨볼 만하다. 얼마 전 KBS 2TV에서 방영된 ‘MC 서바이벌’에서는 1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게임자키 출신인 전제향씨가 2등을 차지했다. 물론 전씨는 게임방송계에서는 이미 지명도가 있는 진행자였지만 주요 지상파에서는 단순 리포터급의 신인이었다. 이런 전씨가 지상파의 전문MC를 뽑는데 2위를 차지한 것은 그동안 게임방송에서 다진 탄탄한 기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전씨보다 먼저 게임자키를 시작한 길수현씨 역시 지금은 게임방송과 주요 지상파를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이렇게 게임방송은 프로게이머와 방송진행자 등의 다양한 스타를 만들어내는 산업이 됐다. 특히 청소년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스타들은 일반 연예인과 스포츠스타에 버금가는 스타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