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라운드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양측은 주주총회에서 원하던 바를 하나씩 주고받았다.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이 내세운 7명의 이사후보는 표대결 끝에 전원 선임됐다. 반면 사외이사 임기연장(1년 → 3년) 안건은 2대주주인 한주흥산이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양측은 모두 자신들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5,452명의 위임참석자를 포함, 이번 주총의 참석률은 86.93%(약 2억2,703만주)에 달했다. 표대결이 붙은 이사선임에선 서울증권측 후보들이 54~62%의 찬성표를 얻은 반면, 한주흥산 후보들은 32~35%를 득표했다. 배당은 주당 40원(시가배당률 2.5%)으로 결정됐다. 시장은 판단을 보류했다. 주총(5월26일)날 90원 오른 1,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후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다. 6월1일 현재 1,400원 밑으로 하락했다. 제2라운드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주총결과로 요약되는 제1라운드는 다소 의외였다. 애초 증권가는 강회장이 경영권을 무난하게 지켜낼 것으로 내다봤다. 표 대결이 벌어져도 압도적인 격차를 낼 게 확실하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무엇보다 현직 CEO라는 프리미엄이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회장은 위임장 대결에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적잖은 몰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전자인 한주흥산이 증권분야 문외한이라는 점도 강회장에게는 메리트였다. 하지만 개봉결과는 달랐다. 결과적으로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긴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게 됐다. 한주흥산이 결코 만만찮은 게임을 펼쳤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중복위임장으로 발견된 797만주 중 648만주도 애초에 서울증권에 위임했다 한주흥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전자는 상당한 득표력을 발휘하며 강회장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제1라운드 결과 양측은 해결해야 할 숙제를 떠안았다. 당장 한주흥산은 서울증권 노조 등이 제기한 문제에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증권 노조는 △증권분야 비전문성 △신언식 한주흥산 부회장의 경영능력 등을 걸고넘어졌다. 노조는 호소문을 통해 “한주흥산이 아무리 경영진을 잘 구성한다 해도 현 경영진보다 나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강회장 역시 공방전 때 불거진 CEO로서의 경영능력과 몇몇 의혹을 검증받을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주흥산은 △열악한 영업실적 △대규모 개인보상 △사유화 논란 등을 공격무기로 삼았었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강찬수 회장이 서울증권의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경영권 독점을 막고 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본격적인 대결은 이제부터다. 향후 시나리오는 몇가지로 압축된다. 강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는 독자생존과 한주흥산의 인수성공, 그리고 화해 후의 공동경영 및 제3자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당분간은 이사회를 장악한 강회장이 예전처럼 경영권을 행사한다. 일각에선 공동경영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거의 없는 만큼 공동경영 선에서 타협을 볼 여지가 있어서다. 한주흥산도 공동경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강회장의 증권가 프리미엄도 한주흥산으로서는 부담스럽다. 한주흥산은 조만간 ‘지배주주 변경승인 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지분을 확대해 세를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강회장의 다각적인 방어 노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말은 아끼지만 물밑 대응책 마련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본지 취재팀은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몇 차례 권유·설득에도 불구하고 “언론노출은 자제하겠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전해왔다. 더불어 e메일을 통해 제2라운드 공방과 관련된 회사측 전략과 강회장의 입장표명을 물었지만 회신은 없었다. 서울증권 관계자는 “표대결을 봤으면 누가 승리한 건지 알지 않느냐”며 “더 이상 상대방을 흠집 내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칫 싸움을 부추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며 “대답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회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서울증권측의 해명·반론이 실리지 못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ysjeon@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