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흥행 보증수표 … 업체마다 포털 러브콜

게임포털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99년 12월 한게임을 시작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게임포털은 불과 5년 만에 국내 게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게임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게임포털에 게임을 올리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묵계가 게임개발업계에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시장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이 큰 인기를 얻은 덕에 NHN, CJ인터넷, 네오위즈 등이 우량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게임, 피망, 넷마블, 엠게임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게임 포털시장 규모는 대략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KT, CJ, SK 등 대기업들까지 게임포털사업에 가세,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해외진출도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게임시장의 지존으로 우뚝게임포털은 오프라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스톱, 포커, 장기 등을 웹게임으로 개발해 서비스하는 웹보드게임 사이트로 출발했다. 실제 한게임, 피망, 넷마블 등 게임포털들은 이 같은 웹보드게임으로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다. 게임포털을 찾는 이용자의 20~40%는 웹보드게임을 즐기려는 게이머들이다.게임포털이 게임업계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게임 퍼블리싱사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수백만에서 수천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한 게임포털은 유저를 모으기가 그만큼 쉬운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게임의 회원수는 1,700만명에 이르고, 넷마블 회원수는 2,300만명을 웃돈다.게임포털이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에 나선 것은 지난 20001년 10월. CJ인터넷이 운영하는 넷마블이 나코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온라인게임 ‘라그하임’을 처음으로 퍼블리싱해 성과를 거뒀다. 당시 ‘라그하임’은 서비스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수가 3만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게임, 엠게임 등이 경쟁적으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급팽창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게임포털은 게임흥행의 보증수표로 불리기도 했다.또한 게임포털은 게임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1인칭 슈팅게임은 넷마블이 지난해 선보였던 ‘카르마온라인’이 기폭제가 됐다. 당시 슈팅게임은 콘솔게임이나 PC게임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으나 ‘카르마온라인’이 큰 히트를 치면서 우후죽순 슈팅게임이 쏟아졌다.또 ‘리니지’류의 정통 다중접속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에 다양한 장르의 캐주얼게임이 성장하게 된 배경도 게임포털 덕분이었다. ‘테트리스’ 등 오락실에서 즐기던 아케이드게임, 레이싱 등 각종 스포츠게임, 액션게임, 교육용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들이 게임포털에 소개되고 있다.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의 김범수 사장은 “게임포털은 이미 막강한 게임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며 “누구나 쉽게 원하는 장르의 게임을 한곳에서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게임포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2~3년 남짓 쏠쏠한 수익을 챙긴 게임포털들은 최근 대작 온라인게임을 직접 개발, 판을 키워가고 있다. NHN은 3년간 순수개발비만 100억원을 투입, 정통 MMORPG ‘아크로드’를 개발했다. 지난 5월부터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연말께 공개 시범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2~3개의 대작 온라인게임을 추가로 개발 중이다.게임포털 피망을 운영하고 있는 네오위즈는 지난해 5월 게임개발사 엔틱스소프트(옛 타프시스템)를 인수, 게임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엔틱스소프트에 인수금액을 포함, 지금까지 약 100억원을 쏟아부었다. 네오위즈는 엔틱스소프트가 개발한 대작 온라인게임 ‘요구르팅’의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7월 초 시작했고 연말께 공개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또 액션대전게임인 ‘싸이’도 개발 중이다. CJ인터넷도 최근 게임사업을 강화하고 대작게임 개발에도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CJ인터넷의 이재성 이사는 “게임포털들이 그동안 캐주얼게임 등 가벼운 온라인게임에 치중해 왔으나 하반기부터 대작게임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며 “대작 온라인게임의 성패가 게임포털시장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엔터테인먼트포털로 변신게임포털들은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무선 연동 모바일서비스와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등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대표적이다.지난해 말 무선망이 개방된 것을 계기로 한게임, 피망 등 선두 게임포털 사이트들은 모바일게임 퍼블리싱업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NHN은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과 20여개 모바일게임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200여종의 모바일게임을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에 웹투폰 및 폰투폰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에 모바일게임을 탑재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네오위즈는 맞고, 포커 등 웹보드게임을 유무선과 연동해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웹게임서비스를 SKT 등 이동통신사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내에 모바일게임수를 1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한게임과 넷마블은 또 VOD 등 부가서비스로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게임머니를 충전시켜 주는 등의 마케팅 수단을 무기로 월 1억원 이상의 부가수입을 올리고 있다.게임포털이 게임 퍼블리싱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자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CJ그룹은 지난 4월 말 플레너스(현 CJ인터넷)의 최대주주였던 방준혁 사장의 지분 18.8%를 800억원에 인수, 게임포털사업에 뛰어들었다. CJ그룹은 CJ인터넷 인수를 계기로 영화배급(CJ엔터테인먼트), 영화상영(CJ CGV), 케이블TV(CJ미디어) 등 영화사업부문에 온라인 비즈니스를 추가해 온ㆍ오프라인의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SK그룹도 게임포털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터넷포털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 4월 말 게임포털 ‘땅콩’을 개설한 것. 이 사이트는 3개월 만에 회원수가 170만명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고스톱 등 21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연계, 400개의 모바일게임도 제공 중이다.오는 7월17일 통합포털 ‘파란닷컴’을 출범시키는 KT 자회사인 KTH도 ‘엔타민’이라는 게임포털을 동시에 오픈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PC통신인 하이텔 시절부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운영에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게임포털시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게임포털의 해외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NHN이 지난 2000년 9월 일본에 한게임재팬을 설립한 이후 CJ인터넷, 지식발전소 등이 속속 해외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 중이다.NHN의 한게임재팬은 일본 게임포털 시장 1위에 올랐고 올해는 250억원의 매출도 거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 게임개발사들이 개발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 아바타 커뮤니티 등을 아우르는 게임커뮤니티 사이트로 발돋움하고 있다. NHN은 또 중국 해홍그룹이 운영하던 게임포털 ‘아워게임’의 지분 50%를 1억달러에 인수, 중국 게임포털시장에도 진출했다. 아워게임은 동시접속자수가 60만명에 이르는 중국 최대의 초대형 게임포털이다. 김범수 NHN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한ㆍ중ㆍ일을 벨트로 묶어 온라인게임을 동시에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CJ인터넷은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업체인 시나닷컴과 손잡고 게임포털 사이트 ‘아이게임’을 최근 중국에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CJ인터넷이 운영하는 게임포털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캐주얼게임과 커뮤니티, 아바타 등을 중국의 문화와 취향에 맞게 재구성했다. CJ인터넷은 게임 콘텐츠 공급 대가로 계약금 200만달러와 분기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받고 2007년에는 지분 20%를 확보할 수 있는 옵션도 보장받았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도 게임포털 사업을 위해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CJ인터넷의 이이사는 “국내에 정착된 게임포털 비즈니스모델이 미국 등지의 유명 게임업체들 사이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게임포털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