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

최근 막을 내린 유로2004(200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그리스가 우승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옴으로써 승부의 세계에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절대강자가 없다’는 이 같은 명제는 2004년 상반기 <한경비즈니스>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 결과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올해로 4년차를 맞은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각 업종별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부터 10위까지의 자리를 채워준 인물들은 대동소이했다. 특히 1~5위는 대체로 같은 인물들이 순위만 바꿔 앉을 뿐이었다. 또 6~10위의 애널리스트들은 상위권 ‘선수’들과 큰 폭의 점수차를 보여왔다.하지만 2004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결과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우선 조사 때마다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 줄었다. 7회째를 맞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작업에서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애널리스트는 총 4명. 지난해 6회 연속 1위 자리에 오른 애널리스트가 6명이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7연패의 끝자락에서 아쉽게 고배를 든 애널리스트는 정승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통신ㆍ초고속인터넷, 2위)와 노근창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네트워크장비ㆍ단말기, 2위)다. 특히 정승교 애널리스트가 1위를 고수해 왔던 통신ㆍ초고속인터넷분야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 2위였던 양종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가 새로 1위로 올라왔다. 양애널리스트는 올해 처음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새로운 ‘대표선수’ 자리를 예약했다.다관왕의 영예를 누리는 인물들도 줄어드는 추세다. 2003년 상반기까지 3관왕 5연패를 누렸던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2003년 하반기 은행ㆍ신용카드부문 1위를 놓치면서 3관왕 6연패 신화창조에 실패했다. 특히 스타플레이어 조병문 애널리스트가 2개의 왕관 획득에 만족하게 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준재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는 점수차를 더 벌리며 은행ㆍ신용카드 업종 1위를 지켰다.이준재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노력을 고객들이 인정해 주니 그저 기쁠 따름”이라며 “워낙 내수가 안 좋아서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했던 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며 “의견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실제 돈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보는 리포트인 만큼 운용하는 사람들보다 한 걸음 더 뛰어야 유용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철학을 덧붙였다.따라서 올해 다관왕은 조병문 애널리스트와 더불어 인터넷(포털ㆍ보안상거래)과 소프트웨어ㆍ솔루션부문 1위를 차지한 박재석 애널리스트, 그리고 반도체ㆍ컴퓨터와 가전ㆍ전기전자ㆍ전선에서 1위를 차지한 구희진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렇게 3명이었다.박재석 애널리스트는 2003년 하반기에 이어 2관왕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인터넷업종에서는 추천횟수에서 2위를 기록했다. 총점에서는 뒤졌지만 추천횟수에서는 이 부문 1위를 기록한 이왕상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바짝 뒤쫓고 있어 박재석 애널리스트의 다관왕 연패행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추천횟수는 많았지만 총점에서 뒤져 아깝게 1위에서 물러난 케이스는 계량분석에서도 나타났다.계량분석에서는 노근환 동원증권 애널리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위에서 올라선 노근환 애널리스트는 2002년 상반기에는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계량ㆍ기술적 분석으로 통합 조사했던 2001년 하반기와 2002년 하반기 이후 줄곧 이 자리를 지켜 온 이기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추천횟수에서 1위를 하고도 총점에서 밀려 노근환 애널리스트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업종 중 하나로 떠오른 엔터테인먼트업종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업종이다 보니 상위권의 자리다툼이 치열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지난해 하반기 3위를 차지했던 한승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가 1위로 뛰어오르면서 1위였던 박진 LG증권 애널리스트는 2위가 됐다. 2위를 차지했던 노미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가 5위로 내려앉은 대신 4위와 5위가 각각 한 계단씩 올라섰다. 한승호 애널리스트는 2002년 상반기까지 이 업종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 자리를 고수하다 2002년 하반기에 강성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에게 1위를 내준 후 2003년 상반기에 다시 탈환한 바 있다. 결국 2003년 하반기에 박진 애널리스트에 뺏겼던 1위 자리를 반년 만에 되찾은 셈이다.제약 및 바이오산업 역시 변화폭이 컸던 분야다. 황호성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3회 연속 1위를 지킨 가운데 2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가 모두 달라졌다. 2위였던 임돌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5위로 추락한 가운데 3위를 차지했던 임진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위로, 4위였던 황상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3위로 한 계단씩 올라섰다.섬유ㆍ피복분야도 선두권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이 업종의 1위부터 7위까지는 2003년 하반기와 모두 같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3위였던 송계선 동원증권 애널리스트가 1위로 올라서는 등 각각의 순위는 모두 달라진 상태. 최근 많은 패션업체들이 브랜드를 정리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업계 상황이 순위에도 반영된 모습이다.음식료 및 담배업과 제지업의 경우는 1~3위를 차지한 인물의 면면이 2003년 하반기와 동일했다. 특히 음식료 및 담배업의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경비즈니스> 이외에 매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다른 매체에서 역시 단 한 차례도 1위를 뺏기지 않는 노련함을 보였다.“사람들이 날 어리게 봐서 그런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는 여유까지 보인 백운목 애널리스트는 “워낙 이 업종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아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남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생각에 맞게 움직여 온 때문”이라고 비결을 밝혔다.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소속회사를 살펴보면 LG투자증권을 제외하곤 모두 고른 분포도를 갖게 됐다. 2003년 하반기 14개 부문에서 1위를 배출했던 LG투자증권은 2004년 상반기 역시 1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 최고의 성적을 자랑했다. 지난해 6개 부문에서 수위에 오른 삼성증권은 5개 부문을, 대우증권은 3개 부문에서 ‘톱’을 배출했다.또 동원증권은 4명으로 약진한 가운데 동양종금증권과 동부증권, 현대증권, 대신경제연구소에서 각 1명씩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게 됐다.2004년 상반기 베스트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새로 1위에 오른 인물은 양종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와 이승혁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그리고 신동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이렇게 3명에 불과했다.상위권 뉴페이스 등장은 이처럼 많지 않았다. 하지만 10위권 순위를 흔들어 놓는 다크호스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특히 6~10위의 하위권은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 2004년 하반기에 있을 8번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드러날 파란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