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 의존 말고 적극적인 서비스 마인드 길러야 … 대박꿈은 '금물'

지난 7월21일 오후 2시 서울 문래동 LG유통 본사 7층 회의실.이곳에는 예비창업자 20여명이 모여들었다. LG유통의 편의점 ‘LG25’ 사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30~40대가 대부분으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회사측의 프레젠테이션과 가맹설명에도 주의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 하나 없었다. 설명이 끝난 후에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1억원을 투자하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직접적으로 물어오는가 하면 24시간 영업 특성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에는 “꼭 조력자 한명이 필요한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편의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이 같은 형태의 사업설명회를 갖는다. 설명회에서는 대개 본사와 가맹점주의 로열티 배분문제라든가, 편의점의 상품공급 시스템, 그리고 가맹체결에서 개점까지의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LG25측은 편의점 창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사업설명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고 설명했다.편의점은 단순한 유통업체로서의 역할을 넘어 창업아이템으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직영점과 가맹점 형태로 점포가 늘고 있는 편의점은 이미 그 숫자가 전국 7,700개(6월 말 기준)를 넘어섰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창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편의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500개의 편의점이 신설됐다. 매일 5.4개꼴로 생겨난 것이다. 이중 본사 직영점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보광 훼미리마트의 경우 전체 2,530개(7월20일 기준) 가운데 직영점은 6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간 편의점 창업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편의점 창업이 인기를 얻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적은 초기투자비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창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업체별로 용어상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순수가맹과 위탁가맹으로 구분하고 있다. 순수가맹은 점포를 경영주가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형식이며 위탁가맹은 본사가 임차한 점포를 경영주에게 운영을 맡게 하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점포임대비 이외에 2,000만원 안팎의 초기투자비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는 게 편의점이다.여기에 안정적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편의점 창업의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대기업 계열 편의점의 경우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뛰어들 수 있도록 창업 이전에 확실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훼미리마트는 일주일 실습, 일주일 운영 등 준비과정을 가진 뒤 실제 경영에 있어서 겪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슈퍼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이 업체는 슈퍼바이저 한 사람당 10개의 점포를 담당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예비창업자들의 편의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져 “직장인 월급 정도면 만족한다”는 케이스가 늘었다. 대개 1억원을 투자하면 300만~400만원 정도의 월수입을 기대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2~3년 전만 해도 지금의 2배 정도가 일반적인 기대치였다”고 밝혔다. 또 편의점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업태가 아니기 때문에 불경기에도 큰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청년실업이 늘고 있는 것도 편의점 창업을 돋보이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각사의 가맹점 사업설명회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하지만 편의점 창업이 이처럼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4시간 운영되는 만큼 체력이나 제품관리 측면에서 가맹점주들이 치러내야 할 어려움도 많다.실제 최근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서는 편의점이 꺼려하는 아이템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창업전문가들 역시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선택하면 크게 당황할 수 있다고 편의점 창업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편의점의 수요층이 너무 약하고 상권경쟁이 과열돼 있다”며 “대기업이 하는 업체니까 어느 정도 될 것이라는 방심은 금물”이라고 꼬집었다. 이소장은 또 “24시간 영업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상권분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따라서 이제 편의점의 서비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지역밀착형 서비스와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도입해 단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각 편의점 업체에서는 본사 차원에서 점포 입지에 대한 조건을 ‘깐깐하게’ 하는가 하면 관광지, 학원가, 병원 등 특수상권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편의점 창업은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수익배분 문제가 미묘한 갈등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지난해 가장 많이 창업한 아이템 중 하나가 편의점이지만 올해는 인기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한 한국형 편의점이 늘어야 한다”고 전망했다.창업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편의점 창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유망한 업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라이프스타일이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다 편의점 자체가 시대 트렌드를 빨리 좇아 매장에 반영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구멍가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편의점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에 편의점이라는 업태가 소개된 배경이 된 일본의 편의점은 현재 5만5,000여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3,000~5,000개씩 늘고 있다.편의점 창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맹점주 스스로의 노력이다. 대개 편의점의 성패는 입지가 70% 이상을 좌우한다. 여기서 좋은 입지란 다양한 조건을 포함한다. LG25의 경우 편의점 입지를 결정하는 조건 100가지를 지수화해 신규점포지역을 결정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항목에는 배후지 인구, 빌딩 상주인원, 횡단보도의 근접성, 횡단보도 길이, 차량속도 등 매우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사소한 내용까지 직접 확인한 뒤 창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각 편의점업체들이 내세우는 컨셉이 ‘리빙스테이션’, 즉 하나의 생활공간인 만큼 적극적인 서비스마인드를 갖추고 창업전선에 나서야 한다.INTERVIEW 신종훈 LG25 역삼가원점 사장“창업초보자에게 잘 맞는 업태”“활동하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른 창업아이템을 생각하는 게 나을 겁니다.”신종훈 LG25 역삼가원점 사장(37)은 창업선배로서 느끼는 점을 이렇게 잘라 말했다.“성실하고 근면하게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야 편의점이 잘 맞을 겁니다. 특히 창업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경우 도움이 많이 되죠.”신사장은 지난 2001년에 ‘화이트칼라’에서 편의점 경영주로 전격 변신했다. 다니던 건설회사가 부도를 맞아 전업을 생각하면서 편의점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이직을 선택했지만 건설경기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신사장은 창업을 선택했던 것.이제 창업 3년여를 맞은 신사장은 역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편의점에 관심을 가졌다고.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신뢰가 가, 직장에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음식점 창업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하지만 그거야 기술이 있을 때 얘기죠. 기술도, 정보도 부족한 저로서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당히 선택한 길이었지만 처음 한두 달은 매출이 예상의 절반에도 못미쳐 많이 걱정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24시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너무 간과했습니다. 아르바이트 구하는 문제도 쉽게 해결되리라 믿었고요.”그래서 최근에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계약직원으로 과감히 채용하는 묘수를 뒀다. 이렇게 꼼꼼히 신경 쓰다 보니 창업 6개월 이후에는 그래도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이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점포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직접 경험해 보니 이제는 창업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샐러리맨과는 구분되는 자영업자의 장점이죠. 저 역시 남는 시간을 활용해 방송통신대학교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