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는 LG경제 연구원이 소개 … '트렌디한 어감도 확산에 기여'

‘매스티지’라는 용어는 도대체 언제부터 유행어로 번지기 시작했을까. 어느 날 문득 듣게 된 이 말이 순식간에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모습을 포착한 사람은 적잖을 것이다.이제는 유행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기업의 마케팅 기법으로까지 활용되는 매스티지. 어디서 시작된 용어이며 어떻게 알려져 나간 것인지 그 궤적을 추적해봤다.‘매스티지’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보스톤컨설팅그룹(BCG) 시카고 지사의 컨설턴트(Senior Vice President) 마이클 J 실버스타인이다. 그는 미국의 화장품회사인 배스앤드보디웍스(Bath & Body Works)의 CEO 네일 피스케와 함께 지난해 4월1일 미국 비즈니스학술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보고서를 기고했다.보고서의 제목은 ‘대중을 위한 럭셔리’(Luxury for the Masses). 미국의 중산층 소비자들이 예전에는 중가 제품을 주로 구입하던 반면, 최근에는 품질이나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중고가 명품을 구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런 중고가 명품을 ‘신명품’(New Luxury Products)이라고 부르며 이전의 명품(Old Luxury Goods)과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절대다수인 중산층이 소비하는 신명품을 저자들은 ‘매스티지’라고 지칭했다. 대중(Mass)과 명성(Prestige)의 합성어인 매스티지는 미국 전체 소비재시장 중 20%인 3,500만달러를 차지하며 연간 10~15% 성장세를 보인다고 저자들은 밝혔다.저자 실버스타인과 피스케는 보고서를 낼 당시 신명품인 ‘뉴 럭셔리 브랜드’를 주제로 삼은 책을 출간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0월9일 그 계획은 실행돼 <트레이딩 업(Trading Up : The New American Luxury)>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신명품 브랜드가 단순히 가방, 의류 같은 패션잡화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과 식품, 자동차, 가구, 건강, 애견용품 등 산업 전반으로 퍼져 나간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매스티지에 관한 보고서를 처음 쓴 사람은 LG경제연구원의 박정현 연구원이다. 박연구원은 실버스타인과 피스케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대중을 위한 럭셔리’에서 착안, 지난해 9월10일 LG경제연구원이 발행하는 <주간경제>에 ‘대중적 명품, 매스티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 후 지난해 12월23일 삼성패션연구소는 ‘2003 F/W 패션 유통 분석’(2003 F/W Fashion Distribution Analysis : 저자 김정희ㆍ조선명ㆍ김진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신명품인 매스티지가 2004년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2월31일 LG경제연구원에서 낸 <2004년 이런 상품이 히트한다>(저자 허원무ㆍ김상일)는 보고서에서도 2004년 히트상품 중 하나를 매스티지를 꼽았다.연구소의 보고서 안에서 맴돌던 ‘매스티지’는 지난해 말부터 언론 지상에 모습을 종종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 상반기부터는 빈도수가 더욱 늘었고, 패션이나 가전 등 업계에서도 매스티지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심지어 패션을 이끌어갈 화두로 떠오른 매트로섹슈얼(Metro-Sexual)과 매치리스(Matchless)와 함께 매스티지가 ‘패션의 3M’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 상반기 화제의 드라마 <불새>의 주인공 이은주와 에릭은 ‘매스티지 패션’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몫 거들기도 했다.지난 6월 말에는 신세계와 현대 등 백화점들이 매스티지 관련 제품을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선정, 관심을 끌었다.백화점의 히트상품 선정 후 매스티지는 더욱 각광받으며 보다 구체적인 보고서들을 낳았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 7월1일 <새로운 소비계층, 매스티지>(저자 서정미ㆍ조혜정)를 내놓으며 매스티지가 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또한 지난 7월2일 <매스티지 마케팅 성공비결>(저자 박정현)을 발간하며 매스티지 전략을 써 성공한 기업의 실제 사례를 들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매스티지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트렌디한 어감 자체도 확산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