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의 장기적 관점서 진행해야 … 오너나 CEO 지원 필요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들이 2004년도에 추진 중이거나 기획 중인 신규사업의 대부분이 ‘부자고객’에 맞춰져 있다. 돈이 되는 부자고객들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신규전략안을 수립하는 데 수많은 중역과 실무자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신규 명품들을 수입하고 있고, 국내에 이미 도입된 해외 명품브랜드의 딜러십이나 국내 판매망을 획득하고 있다. 백화점에 VIP마케팅팀이 생기고, 카드회사에 우수고객관리팀이 생기고, 건설회사에 고급주택팀이 생기고, 홈쇼핑업체에 웨딩사업팀이 생기고, 제조업체에 신규수입팀이 생기고 있다.미국에서 지난 70년대부터 시작된 부자마케팅은 국내에서는 이보다 한참 뒤인 2000년이 넘어서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부자마케팅의 성적표는 상당히 우수하다. 부자마케팅은 일반 마케팅보다 순익면에서 적어도 20배 이상의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특히 미국의 전 산업(금융ㆍ유통ㆍ제조ㆍ서비스)에서 골고루 효과를 봤다. 물론 부자의 숫자가 제한돼 있으므로(미국 전체 인구의 약 1%인 300만명에서 약 5%인 1,500만명까지) 매출액면에서는 미국 전 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순이익면에서는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IMF의 여파와 신용불량자들의 충격이 아직도 전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가 부유층이다. 현찰 100억원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이 수백명에 이르고, 기업체에서 1년 연봉이 6억원 이상인 샐러리맨이 1,000여명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또 자영업자 중에서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사람도 3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 기업체 임원으로서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사람도 2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이들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채우려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명품쇼핑을 다니고 해외부동산을 미국, 중국, 호주 등지에서 구입하고 있다. 부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에 눈길을 돌린 대기업들이 발빠르게 그들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이 어떠한 전략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수행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과 실행할 수 있는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다.퍼붓기식 마케팅 안 먹혀국내에서 부자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창의적인 전략안을 창출해야 한다. 필자가 수많은 기업체들의 귀족마케팅 신규사업에 참여를 하면서 느낀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적어도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너나 CEO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추진해야 성공한다. 부자를 찾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으나 접근해서 설득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들다.또한 마음을 잘 열지 않고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잘 믿지 않는 부자들에게 접근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국내 최고급 백화점 중의 하나와 최고급 호텔 중의 하나가 몇 년 전에 성급하게 귀족마케팅을 도입해 추진하다가 완전히 실패한 사례도 있다.이유는 부자에게는 일반인들과 달리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적어도 10번 이상을 접촉해야 그제야 슬쩍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 부자임) 접근을 해야 하는데 일반 마케팅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부자들에게도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단 2~3번의 접촉에 그치고, 이 과정에서 퍼붓기식 마케팅만 하다가 과도한 초기투자로 인해 바로 실패를 맛봤던 것.부자와 접촉해 마케팅을 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걸린다. 아니 그 이상 걸리는 것이 태반이다. 또한 부자들 수십명에게 판매했으니 이제 판을 크게 벌려도 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부자는 개별적인 사람들의 개별시장이기 때문에 시장확대의 속도가 지극히 느리다. 제품만 최고급 명품이라고 밀어붙였다가는 바로 실패하는 것이 부자마케팅이다. 시장반응도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장기적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둘째, 제품, 유통, 고객관리의 세 가지를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한다. 국내에서 수행돼 상당히 성공한 부자마케팅을 분석해 보면 제품력, 유통력, 고객관리력의 이 세 가지가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필자가 관여한 수십여개 업체의 것을 종합해 보면 제품력(상품의 차별적 개념, 브랜드파워 형성 및 유지, 경쟁제품에 대비한 우수성)이 약 40%, 유통력(소매점포의 유지 및 관리, 일대일 판매조직의 견고성, 영업망의 강력함)이 약 30%, 고객관리력(부자고객과의 초기 관계 설정과 지속적인 유지, 애프터서비스와 차후 구매의 직접적인 연계 노력)이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해외에서 성공했으니 당연히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판단해 추진했다가 성공한 업체들의 숫자는 소수이다. 그나마 성공한 업체들은 국내에서 엄청난 시간을 들이면서 유통력과 고객관리력을 키운 노력의 결과로 성공했을 뿐이다. 단지 최고급 제품이라고 성공한 것이 아니다. 필자가 최고급 제품과 서비스의 마케팅 총괄기획과 실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부자들에게 전파되고 그들의 가슴속에 새겨지기까지는 독특한 유통관리의 노하우와 고객관리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물론 제품과 서비스가 나쁜 것은 당연히 실패를 하나 제품이 상당한 수준인데도 성공을 못한 경우는 부자고객에 대한 관리에서 실패를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업체가 부자고객에게 갓김치를 보내서 명품을 팔았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아니 더 많이 보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자고객들의 성공노하우는 부자고객별로 다르다는 것을 무시하고 대규모로 보낸 갓김치는 전부 버려지기 일쑤다.우리 제품은 최고급이니 DM도 2만5,000원짜리를 만들어서 2만장 뿌리면 된다고 밀어붙였던 업체들은 빌트인 제품을 서너 개 팔고 물러섰다. 부자는 접촉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을 모른 실무자들 때문에 수십억원만 날아갔다.셋째, 적어도 5개 이상의 업체들이 모여서 동일한 타깃에 대한 제휴 마케팅을 확대하면 저비용에 고효율의 귀족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다. 보통 부자 아이는 최고급 유치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배우고, 부자 청년은 250만원짜리 양복을 입고, 부자 엄마는 2시간에 100만원짜리 스파에 다니고, 부자 아빠는 한 병에 100만원이 넘는 양주를 마시고, 부자 할아버지는 최고급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부자 할머니는 20억짜리 빌라에 산다. 다시 말해 부잣집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부자마케팅의 대상이고, 고객도 동일하다.그런 점에서 부잣집에서 필요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통째로 제공해주는 일괄판매(One-Stop Sales)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귀족마케팅이다. ‘잘아는 회장님을 통해 줄줄이 집 8채를 팔았다’는 해외부동산업체는 다른 업체들(골프채업체, 수입자동차업체, 스파업체, 유학알선업체)과 손잡고 이 8명의 부자고객의 집에 각종 제품을 골고루 다 팔았다. 부자는 한 번 엮으면 줄줄이 사탕과 같다.비시샤워를하고, 콴도를 즐기고, 마이바흐를 타고, 프와그라를 먹는 사람들에게 마케팅을 하라. 카페 같은 빌라에 살면서 일반여성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5배가 비싼 강아지생리대를 구매하는 부자 여성처럼 좋은 타깃은 없다. 돈 많은 사람이 돈벌이에는 가장 좋은 타깃이다. 그들에게 오랫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귀족마케팅을 하면 매출이 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