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고객도 상당수 … 최근엔 VVIP프로모션 늘려

‘소리 없이 강하다.’모 자동차회사 광고 카피로 쓰였던 이 말은 프랑스 계열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의 VIP마케팅을 설명하는 데도 ‘딱’ 들어맞는다.우리나라 화장품업계는 ‘수입화장품 천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시장공략이 무서운 기세로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수입화장품 회사들은 마케팅, 홍보에 있어서도 매우 공격적이다. 그 중 시슬리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사. 광고 집행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14년 이라는 국내 진출 역사에 비해 매장수도 32개로 적다.하지만 패션ㆍ뷰티업계 종사자들은 귀족마케팅의 고수로 단연 시슬리를 꼽는다. 시슬리코리아는 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시슬리 중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명품이 대유행이라는 일본보다도 많이 팔린다는 얘기다.그 첫 번째 비결은 ‘단골 전략’.시슬리에서 가장 중시하는 마케팅 전략은 로열티 구축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새로운 제품이 나오거나 행사가 있을 때 15만부 이상 되는 DM(다이렉트 메일)을 발송하는 일이다. 이 편지에는 항상 제품 샘플이 동봉된다. 이 15만명 중에는 신규고객도 있지만 최근 이미 사용해 본 고객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가 어려워도 샘플 발송은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말이다.특히 불경기가 길어질수록 기존고객 공략이 중요하다. 이미 자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고객을 공략하는 게 시간상으로나 비용절감 차원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자들은 단골집을 선호한다’는 명제를 증명해내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장품은 오래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3년 주기로 브랜드를 바꿔줘야 한다’는 속설을 깨고 10년 된 마니아 고객도 상당수라는 것.VIP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설명에 요리강습 같은 간단한 강연을 덧붙인 ‘뷰티클래스’를 여는 것도 로열티마케팅의 연장선상이다. 구매금액이 많은 고객에게 일급호텔 숙박권 선사 행사를 벌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은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공략을 위해 호텔숙박권 제공 같은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는 게 안경옥 마케팅팀 차장의 말이다.시슬리 측에서 마케팅에 관해 자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풍성한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DB는 로열티마케팅을 위한 근거가 되는 동시에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회사에서 여는 ‘뷰티클래스’는 자사 주최로 여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 마케팅 차원으로 열리는 케이스도 많다. 벤츠, 현대백화점 등 역시 귀족마케팅 관련 업체의 고객을 대상으로 뷰티클래스를 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경우 공동 마케팅에 나선 브랜드와 시슬리의 이미지가 엮이는 것은 시슬리 측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안경옥 차장은 “공동 마케팅 행사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명품 소비 고객의 DB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이미 6년 전부터 고객DB 정보를 세분화하는 데 많은 예산을 써 왔다. 따라서 고객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가능하다는 자랑이다.기존고객 관리나 데이터베이스(DB)구축보다 시슬리에서 더 강조하는 것은 사실 ‘제품 자체의 품질’이다. 1976년에 설립된 시슬리의 제품들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신제품이라고 해도 대개 기존 제품의 성분 한 두 가지를 바꾼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마케팅보다 제품개발 투자를 중시했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안차장은 “오히려 제품에 변화가 없다 보니 마케팅 담당자로서 마케팅 이슈를 찾기가더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