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고객 세분화 … 부자고객 자녀 중매도

하나은행은 90년대 중반 규모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 프라이빗 뱅킹(PB) 제도를 도입했다.IMF 외환위기 이전 국내 은행들은 치열한 규모 경쟁을 벌였다. 각 은행들은 개인고객보다는 기관고객을 중시하며 한 번에 큰 규모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법인영업에 치중했다.하지만 하나은행은 달랐다. 처음부터 규모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결국 외형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95년 기업고객전담자인 RM(Relationship manager)과 개인고객 전담자인 PB를 제도화했다.안선종 하나은행 PB지원팀 차장은 “99년 보람은행이 하나은행, 충청은행과 하나가 돼 ‘통합하나은행’으로 거듭난 이후 PB제도는 더욱 발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PB센터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은행 PB의 원조 격인 하나은행은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PB 고객으로 분류한다. 아울러 웰스매니지먼트센터(Wealth Management Center)에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객을 담당하고 있다.현재 하나은행의 PB 지점은 117개로 강북에 10개, 강남 107개를 두고 있다. 강남 지점수가 강북의 10배 이상으로 강남 귀족마케팅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총 134명의 프라이빗 뱅커(PB)를 두고 14개의 PB 골드클럽을 운영한다. 웰스매니저먼트센터는 1개로 본점에 위치하고 있다. 거부인 고객들의 익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다른 고객 눈에 띄는 지점보다는 본점에 위치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은행 대다수가 PB제도를 시작하자 하나은행은 이 제도 강화를 위해 올 5월 초 PB사업본부를 신설했다. VIP고객을 세분화해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이려는 의도다. 금융자산 기준 1억원 이상 고객에게는 기존 117개 PB 지점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한다. 5억원 이상 고객에게는 14개 ‘하나골드클럽’ PB센터에서 종합자산관리와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10억원 이상 최상위층 고객에게는 웰스매니지먼트센터에서 종합적인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프라이빗 뱅커(PB)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또한 속속 나오고 있다. ‘하나골드클럽’에 근무하는 프라이빗 뱅커(PB)는 실적에 따라 파격적인 성과급제를 적용받도록 했다. 향후 완전 연봉제가 실시되면 수억원대의 연봉자가 속출할 것으로 은행측은 보고 있다.PB서비스 콘텐츠 또한 폭넓게 펼쳐나가고 있다. 호텔 수준의 럭셔리한 VIP 전용공간은 기본 중의 기본일 정도. 대여금고 무료이용, 우대금리적용, 각종 은행수수료 우대 역시 기초적인 서비스다. 또한 자산가들이 평소 걱정하는 상속과 증여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세금상담을 해주며 증권, 보험, 부동산, 법률 등 총체적 자산관리 문제도 컨설팅해준다.하나은행은 이 같은 자산관리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건강과 교육, 문화, 여행, 결혼 등 생활 서비스 영역으로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부자고객의 웰빙을 돕겠다는 의도다.전문 큐레이터를 동반한 ‘국립현대미술관 투어’에 이어 ‘오페라유령’ 전관 대여행사도 마련했다. 고객과 함께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하고, 의재미술관을 둘러보는 ‘광주 갤러리투어’ 또한 준비했다. VIP고객 자녀의 중매 파티 행사와 골프클리닉을 실시하며 부자고객의 실생활과 PB서비스가 접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객 자녀 중매 행사의 경우 올 들어 6회째를 맞이했다. 실제로 고객 자녀 중 2커플이 행사를 통해 결혼에 골인했다. 비슷한 환경의 집안과 혼사를 맺고 싶어 하는 부자의 심리를 관통한 서비스인 셈이다. 이 행사로 자녀결혼을 성사시킨 하나은행 VIP고객은 “자녀를 둔 부모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결혼문제”라며 “이런 행사야말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맞춤형 서비스”라고 말했다.사례연구 - 동원증권기업인 고객 위주…일급 경영참모‘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수익의 80%를 만들어낸다’는 말은 금융가에서 정설로 통한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시중은행들이 최우량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인 프라이빗 뱅킹(PB)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최근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PB 개념의 영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서 업계 최초의 PB서비스로 알려진 동원증권의 ‘마제스티클럽’은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회원수와 운용자산이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동원증권은 98년 PB팀을 구성했지만 실제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의 일이었다. ‘마제스티클럽’이라는 브랜드도 이때 탄생했다. 마제스티클럽은 전반적으로 타 증권사의 PB서비스와 비슷하다.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예탁한 고객에게 전문적인 자산운용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대일 컨설팅을 통해 목표수익률과 운용기간을 정한 후 그에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나 목표수익률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크다는 점 역시 타사와 동일하다.‘마제스티클럽’이 타사의 PB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요소는 회원들의 직업과 연관이 있다. 중견기업 이상의 소유주, 주요주주, 최고경영자 등 기업가들이 주요 고객이다. 김광옥 동원증권 마제스티클럽 부장은 “고객의 개인적 여유자금뿐만 아니라 기업체의 자산까지 운용하고 있어 예치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기업가 고객의 요구에 맞춰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대표적인 서비스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인세, M&A, 주가관리, 증자, 자금조달, 기업체자산운용 등 다양한 컨설팅을 통해 경영 참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들은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주단위나 월단위로 경제리포트를 보내주고 있으며 조찬회와 자산관리 세미나를 통해 심층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의 장기인 리서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마제스티클럽은 지난 4월 제2의 탄생을 했다. 회사 조직도 내에 PB팀을 신설하고 마제스티클럽을 그 아래 둔 것이다. 이전에는 기업금융(IBㆍInvestment Banking)팀 소속이었다. 회사측이 PB사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증권사 PB 고객이 급증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 저금리를 들 수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큰 금융상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증권사의 PB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은행의 PB는 안정성 위주여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증권사의 PB는 투자의 성격이 강해 수익성이 높다는 설명이다.마제스티클럽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20% 정도로 은행이자의 4~5배에 이른다. 이와 관련, 김광옥 부장은 “장기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증권사의 PB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2~3년 후면 시장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시장의 성장이 가시화됨에 따라 동원증권은 마제스티클럽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외부의 전문기관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김광옥 부장은 “증권사 PB는 올해를 기점으로 주류 금융서비스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며 “고객의 요구를 발굴해 본격화되고 있는 증권사 PB서비스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