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 확산으로 날개 달아 '럭셔리 구매 계층' 연소화도 한몫

회사원 김지원씨(29)는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강남의 명품족이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김씨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명품핸드백을 사는 데 과감히 투자한다. 취미로 즐기는 스노보드 장비를 구입하는 데 역시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모든 것에 돈을 쉽게 쓰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회사에서 가끔씩 날아오는 다이렉트메일(DM)에 들어 있는 샘플쿠폰은 꼭 매장에 가져가서 제품으로 바꿔온다. 식품매장에서 하는 한정세일 제품도 알뜰하게 구매할 줄 안다.생활필수품을 살 때는 ‘짠순이’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에 있어서는 ‘명품족’으로 변신할 줄 아는 김씨는 가치소비를 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최근 웰빙이 유행하면서 가치소비가 대표적인 소비패턴으로 자리를 잡았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95년과 2003년 두 시점의 소비지출 비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식료품은 29.0%에서 26.6%로 하락했지만 교통ㆍ통신비는 11.8%에서 17.5%로, 교육비는 9.3%에서 11.4%로 늘어났다.또 신세계 이마트가 발표한 올 상반기 매출 분석 결과에서는 일반 화장지의 절반 가격인 기획 화장지가 올 상반기에만 70억원어치(100만여개) 팔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PB상품 중 980원 하는 1ℓ짜리 우유도 매출이 10% 늘었다. 이처럼 생활필수품의 경우 저가형이 잘 팔린 반면, 먹을거리는 건강을 위한 프리미엄급 제품의 인기가 높았다. 이마트의 친환경 야채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었다.올 상반기 소비의 핵심 키워드가 된 ‘가치소비’는 매스티지 바람을 일으키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중가제품을 주로 구입하던 중산층 소비자가 고품질이나 감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명품브랜드 제품을 사는 패턴인 ‘트레이딩업’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스티지 제품이 바로 신명품브랜드의 대표적인 케이스다.과거 소수의 부유층만 구입할 수 있었던 전통적 명품과 달리 중산층 소비자도 구입이 가능한 비교적 저렴한 고급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섬유컨설팅업체 엠피아이컨설팅 최현호 부장은 “제품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이것이 만족돼야만 구매하는 게 요즘 새로운 럭셔리층의 특징”이라며 “따라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매스티지 상품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또 우리나라에서 매스티지의 유행은 글로벌 트렌드의 반영으로 가능해진 현상이다. 즉 세계적인 트렌드인 매스티지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실시간으로 국내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에만 있고 국내에는 없는 해외브랜드 제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유행의 경향이 함께 움직인다. 매스티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해외브랜드 제품들이 국내에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 매스티지가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여기에는 각종 매체들의 역할도 컸다. 특히 케이블TV를 통해 미국의 시트콤이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은 해외브랜드 제품에 대한 지식을 늘려갈 수 있게 됐다. 또 소비자들이 매체를 통해 제품을 접하고 여기에 관심을 갖는 정도가 점차 커지면서 매스티지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PPL마케팅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특히 패션업계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다. 유명인사들이 입고 매체에 등장한 브랜드의 경우 하루아침에 인기브랜드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협찬한 경우가 아닌데도 특정 스타가 우리 브랜드 제품을 본인이 구매해 입고 매체에 노출될 경우 그 다음날 문의전화로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그만큼 민감해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주5일 근무제로 레저활동이 늘어나면서 고급 스포츠브랜드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것도 역시 매스티지의 성공배경이 된다. 이를 반영하듯 김지해, 앙드레 김, 서정기 등 국내 톱디자이너들의 매스티지 골프웨어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무엇보다 매스티지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소위 ‘럭셔리 구매계층’의 연령대가 낮아진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명품을 일상적으로 구입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집단의 2세들이 이제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되면서 저가형 ‘준명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다.경제력이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명품을 즐기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 능력이 없는 20대 초반까지 명품시장의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명품의 이미지는 유지하되 가격은 합리적인 준명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제 명품 매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제품을 고르고 부모가 값을 치르는 10대 소비자의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10대 초ㆍ중반 소비자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명품브랜드들은 ‘로틴’을 겨냥한 제품들까지 따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특히 이들은 기성세대와 가치를 두는 부분이 다르다.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가전제품에 이들이 두는 가치는 상상을 초월해 이들 제품군의 프리미엄화를 부추기고 있다.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이 점차 똑똑해져 가고 있다는 데서 매스티지 상품이 ‘뜨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명품의 허상을 좇던 과거와 달리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고급브랜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부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브랜드 이름만 갖고 장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합리를 추구하면서 이미지나 스타일은 지키고 싶은 고객들이 매스티지로 모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돋보기 ‘로틴’이 뜬다초등학생 대상 커플퀴즈 프로그램까지‘넌 MSN 쓰니? 난 버디버디 쓴다.’직장인들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떠오른 온라인 메신저서비스는 MSN이 단연 인기다. 하지만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10대, 특히 ‘로틴’(Lowteens)으로 분류되는 13~16세 정도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서비스는 버디버디다. 비주얼에 민감한 10대들에게 화려한 이모티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쪽지 서비스 위주인 점도 10대들이 버디버디를 좋아하는 이유다. 쪽지와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로틴 세대에게 쪽지는 매력적인 기능이다.버디버디처럼 최근 하이틴에 상대되는 개념인 로틴에 해당되는 10대 초ㆍ중반을 타깃으로 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요즘 한국영화는 방학을 맞아 로틴무비 위주로 개봉되고 있다. 인터넷소설을 바탕으로 한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이 이에 해당한다.10대 초반부터 연예계에 뛰어든 보아, 문근영은 초대형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TV에도 10대들을 위한 독특한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던 청소년드라마는 이제 그 자리를 중학생이 대신하고 있다(KBS-2TV 반올림#). 최근에는 한 케이블TV에서 10대 커플이 직접 출연하는 퀴즈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게임퀴즈채널 퀴니에서 방영하는 ‘두근두근 러브Q’는 10~15세 초ㆍ중생 남녀커플 5쌍이 출연해 게임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커플이 된 사연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본선 진출자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