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채권금리는 완만한 상승세(채권값은 하락)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채권금리를 결정하는 수급과 재료를 살펴볼 때 금리 상승요인이 하락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우선 해외재료가 국내 채권가격을 떨어뜨릴(금리는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표적 요인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연말까지 수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문제는 몇 차례 인상을 할지, 한다면 그 폭은 얼마나 될 것이냐다.김범중 대우증권 채권파트장은 “미국 FRB는 올 연말까지 적어도 3차례 가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신동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현재 1%인 미국 기준금리는 올 하반기 수차례에 걸쳐 1%포인트 가량 올라 연말쯤 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미국의 금리인상 외에도 중국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인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는 국내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국의 내수침체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김범중 파트장은 그러나 “세계적 금리인상 기류 속에서 한국만 내수부진을 강조하며 금리인상을 마냥 뒷전으로 미룰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올 4분기쯤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도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기용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과 해외 금리간의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좁혀지게 된다”며 “이는 국내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수급 측면에서도 3분기에는 채권공급이 2분기보다 많아지면서 금리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의 국고채 예상 발행물량 중 55%(24조4,000억원)는 이미 상반기에 발행됐다. 상반기에 30%, 하반기에 70%가 발행됐던 지난해와는 정반대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반기에 남아 있는 국고채 발행물량(19조7,000억원)은 채권시장 수급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강했다.하지만 6월 이후 상황이 변했다. 내수회복을 위해 정부가 추경을 편성키로 하면서 7월 1조5,000억원 가량의 신규 국채 발행 수요가 생겼다. 계획에 없던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발행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성기용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엔화와 유로화 등이 달러화에 비해 강세로 전환됨에 따라 하반기 원화도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가 추가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7월 3조5,000억원 등 회사채 만기가 7월과 8월에 몰려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표금리인 국고 3년물을 기준으로 금리는 5%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결국 하반기 채권금리는 연 4.3∼4.9%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평균 4.5~4.6%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일각에서는 올 연말쯤에 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박재기 제일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1팀장은 “연기금, 보험 등의 일부 기관의 채권 매수세가 워낙 탄탄해 하반기 채권공급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을 못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팀장은 4분기 후반 채권금리는 4.2%대나 그 이하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