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환란을 기점으로 창업시장은 나날이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자리에 자신의 노력으로 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일구는 창업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이 대열에 여성이 빠질 수 없다. 경기가 극도의 침체를 보였던 98년 93만명 수준이었던 여성 창업자수는 5년 만인 지난 2002년 111만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남성 창업자가 8.7% 증가에 그친 데 비해 여성 창업자는 19.8%가 늘어난 수치다.연도별 증감 추이를 보면 더 확연하게 비교가 된다. 남성 창업자가 2000년도에 1만1,000명 감소한 데 비해 여성 창업자는 같은 기간 4만4,000명이 늘었다. 2001년에도 남성 창업자는 3만3,000명 증가에 그쳤지만 여성 창업자는 5만1,000명이 증가하는 기록을 보였다.창업에 나서는 여성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30~40대 여성들의 생계형 창업이나 부업형 창업이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들도 속속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대학마다 창업동아리가 만들어져 일찌감치 취직 대신 ‘내 사업’을 준비하는 젊은 여성이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이처럼 여성은 창업시장의 ‘절대 고객’으로 우뚝 올라섰다. 때마침 소비시장의 85%를 여성이 주도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창업을 하건, 소비를 하건 여성은 시장규모나 성장성 면에서 광범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창업희망자를 밝은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 창업컨설팅의 세계만은 남성 중심으로 흘러왔다. 여성 비율이 5% 미만이라는 경영컨설팅업계만큼이나 여성이 발붙이기 어려운 토양이었던 게 사실이다. 양혜숙 한국여성창업대학원장과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정도만이 90년대 초반부터 업계를 지켜 온 고참급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들도 “여자가…”라는 편견의 벽을 경험한 적이 많았고, 그럴수록 자신을 더욱 단련시켰다고 털어놓는다.때문에 최근 들어 뚜렷해지고 있는 이른바 ‘2세대 컨설턴트 그룹’의 등장, 그중에서도 여성컨설턴트들의 부상은 당연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성이 창업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누구 못지않은 경력과 실력, 열정으로 무장하고 창업시장에 대한 애정까지 가득 품은 이들은 창업희망자에게 ‘엄마’이자 ‘누나’ 같은 존재다.황미애 서울 은평소상공인지원센터장의 경우 오랫동안 중소기업 및 창업 관련 업무를 해 오다 예비 창업자를 위한 컨설팅으로 방향을 잡은 실력자다. 2002년부터 2년 동안 중앙 센터 운영위원으로 일하다 지난 1월부터 ‘필드’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는 소자본 창업희망자에게 “정보 창고인 소상공인지원센터를 마음껏 이용해 성공확률을 높이라”고 조언하고 “창업이야말로 평생직업”이라고 예찬했다.“프랜차이즈 본사와 창업희망자, 창업컨설턴트를 서로 어우러지게 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게 너무 즐거운 일”이라는 김시현 한솔창업컨설팅 사장은 경쟁사 컨설턴트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다. “3각이 윈윈하는 이상적인 시장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창업보육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손정주 팀장은 여성 창업자의 ‘손 발’이 돼주고 있다. 어려운 형편의 여성 가장을 위한 대출지원 업무를 병행, 희망을 배달하기도 한다. 그는 “정부 차원의 창업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 성공을 일구는 똑똑한 여성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이들의 강점 중에는 남성 컨설턴트들이 갖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의 시장분석이 남달라 업종을 꿰뚫어 보는 직관력이 대단하다는 것. 이경희 소장은 “소매업 컨설팅 분야에서는 소비에 익숙한 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이점이 있다”며 “앞으로 여성 컨설턴트가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