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공’ LG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한 재계 평가다. 그것도 ‘꿩 먹고 알 먹고’ 식이다. 구씨, 허씨의 50년 동업관계를 잡음 없이 청산했다. 조카, 삼촌간의 지분정리도 말끔하게 처리됐다. 순환출자로 서로 발목을 잡은 계열사간 관계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지배력이 더 튼튼해진 것은 물론이다. 구본무 LG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지주회사인 (주)LG 지분을 42.79%(2003년 3월 기준)나 확보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될 위험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더군다나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잘했다’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LG가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 나선 것은 2000년 1월. 97년 IMF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조정에 이은 연장선상에서 출자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다.이후 2003년 3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은 계열사간 출자관계가 워낙 복잡해 짧은 시일 안에 해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의 주력인 LG화학과 LG전자를 차례로 분할한 뒤 통합한다는 3단계 전략을 구사했다. 2001년 4월 화학부문 지주회사 LGCI를 설립하며 첫걸음을 뗐다. LG화학을 출자회사인 LGCI와 사업자회사인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 법인으로 나눈 것이다. 이듬해 LG전자를 LG텔레콤, 데이콤 같은 출자지분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회사 LGEI와 사업 자회사인 LG전자로 쪼갰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3월 LGCI와 LGEI를 합병, 통합지주회사인 (주)LG호를 띄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주회사 전환 뒤 LG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거뒀을까. 우선 복잡한 출자구조가 단순해졌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회사측은 꼽고 있다. LG는 재계에서도 가장 복잡한 지분구조를 가진 그룹에 속한다. 구씨가와 허씨가가 3대에 걸쳐 동업관계를 이어온 까닭에 양가의 방대한 인맥이 출자구조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이러다 보니 한 회사가 어려워지면 계열사들이 덩달아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출자구조가 단순해지면서 거미줄이 몇 가닥 튼튼한 동아줄로 변했다.이렇게 되자 사업자회사들은 출자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LG 관계자는 “경영투명성이 높아지고 한계사업 매각, 신규사업 진출 등 상시적인 사업구조조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실질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알다시피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에 목청을 높이는 이유도 대주주의 실질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단지 5~10% 내외의 지분을 갖고 40조~50조원의 자산을 가진 그룹을 마음대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주)LG의 경우 ‘대주주 실질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도’(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조사)가 2.37%에 불과할 정도로 좋아졌다. 이는 S사 10.15%, H사 14.91%, 또 다른 S사 24.09% 등이 1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나아진 모습이다.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29개 민간기업 총수 일가의 의결권 승수(총수 일가의 현금투입 지분과 실제행사 의결권 비율)를 비교(올 4월 기준)해도 LG가 달라졌다는 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주요 기업들의 승수는 보통 16~19배로 높은 반면, LG는 6.5배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아울러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방식을 통해 추가부담 없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었다. LG는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회사를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만들고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장외에서 공개매수하고 대금으로 현금 대신 회사의 신주를 발행해 교부했다. 이렇게 되면 추가 현금 부담 없이 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지주회사 요건을 만들 수 있게 된다.경영실적도 크게 나아졌다. LG화학은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은 10.9% 늘어난 5조6,725억원, 당기순이익은 4.9% 늘어난 3,38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LG전자도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1조6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이처럼 경영실적이 개선된 것을 두고 오로지 지주회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주주가치도 높아졌다. 지주회사 전환 뒤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 6월1일 기준으로 분할 후 존속법인 (주)LG의 시가총액 4조3,000억원을 제외하고도 LG화학의 경우 LG화학,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 등 3개사의 시가총액의 합이 3조7,000억원으로 분할 직전인 2001년 3월 1조2,000억원에 비해 202%가 상승했다고 한다. LG전자도 시가총액이 9조4,000억원으로 분할 직전인 2002년 3월 시가총액 6조9,000억원 대비 35%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지주회사의 횡포가 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배당수익에 의존하는 (주)LG가 자회사에 대해 과도한 배당이나 브랜드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이은정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기업정보실장은 “자회사에 일률적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현재 LG전자와 LG화학이 연매출액의 0.2%를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키로 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아울러 LG카드 사태 당시 지주회사 체제로 인해 계열사 지원을 받지 못해 위기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LG카드 문제는 지주회사 체제가 오히려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했다”고 반박한다. 국내 지주회사법이 금융과 비금융부문을 분리하고 있어 LG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LG카드, LG투자증권 등 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했다는 것. 따라서 LG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출자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LG전자, LG산전 등이 직격탄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LG는 이제 지배구조만 따진다면 국내에서 가장 앞선다고 자부한다. 이처럼 앞선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도 밝히고 있다. 과연 LG가 지주회사 체제를 발판으로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